‘헐!’
요즈음 아이들이 쓰는 신조어가 절로 나온다.
2013년 1월 27일 730쇄.
2012년 1월 27일 1 쇄를 한 지 꼭 1년 만에 730 쇄를 찍었다.
하루에 2 쇄씩 찍었다는 말이다.
속물이라 어쩔 수 없는 것. - 내 머리 속의 계산기가 재빨리 돌아 가고 있다.
1 쇄에 1 천 부만 찍어도 73만부, 그러면 인세가 10억!
다시 한 번 더 ‘헐!’
시중의 베스트셀러로 1년 이상 요지부동 자리를 빼앗기지 않고 있는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쌤앤파커스: 2012)이다. 그간 승려들의 마음 공부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왔고, 거의 매년 유명한 스님들의 책이 한 권 이상 나와 많은 호응을 받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법정 스님의 ‘무소유(절판)’일 것이다. 법문 해설이나 큰 가르침이 아니라 수필 식으로 써 내려간 수양서이기 때문에 대중에 인기가 많았다. 가장 최근에는 법륜 스님의 ‘스님의 주례사(휴: 2010)’가 인기를 모았지만 이렇게 폭발적이지는 않았다.
저자 혜민 스님은 승려이자 한국인 미국 대학 교수라는 특이한 수도자이다. 하버드 대 재학 중 출가한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승려이자 뉴 햄프셔 대 종교학 교수(2006)라는 특별한 인생을 사는 스님,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UC 버클리로 영화를 공부하러 유학을 떠난 스님은 하버드대학원 종교학, 프린스턴대 종교학 박사를 받았다. 하버드에서 석사 과정 중 출가를 결심, 2000년 해인사에서 사미계를 받았다. 뉴욕 불광사 총무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젊은 날의 깨달음>이 있다.
예전에도 미국인 석학 승려들이 여럿 있었다. 대표적인 사람이 현각(玄覺)으로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상. 하(열림원: 2002)’라는 책으로 장안에 화제를 일으켰고, 미국 L.A 황무지에 자력으로 절을 짓고 수도하는 무진(無瞋) 스님도 예일대 출신이다.
혜민 스님은 고리타분한 산사에서 오로지 수도만 하는 승려가 아니다. 우리와 같이 삶을 살면서 우리의 고민을 이해하는 생활 속의 구도자다. 어려운 법문을 설파하거나 깨우침 수양 방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 부딪히는 소소한 일상사에 대한 평범한 가르침이 젊은 층 독자를 끌어드린 힘이라 생각된다. 몇 년 전에 이 곳 오클랜드를 방문해 설법을 하기도 했다. 관계에 대해, 사랑에 대해, 마음과 인생에 대해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론 안 되는 것들에 대한 따뜻하고 섬광과 같은 지혜의 말들이 가슴에 와 닿는다. 학창 시절에 첫 사랑의 아픔도 느꼈고, 서양의 칼릴 지브란의 시를 암송하는 평범한 현대인이다. 그리고 구글(google)을 사용하며 트위터(twitter)로 대화를 하는 네티즌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성경 구절이 있고, 타 종교 커뮤니티에서 같이 수도를 하는 경계가 없는 구도자이다.
요즈음 힐링(Healing)이 대세다. 최근 한 TV프로그램인 힐링 캠프가 정치인의 입문 코스로 각광 받고 있을 정도이다. 세상 사는 것이 너무 각박하고 양극화로 인해 극단으로 치달아 마찰이 생기기 때문이다. 육체에 대한 의학적인 치료(Healing)이 아닌 정신적인 힐링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서점에서도 힐링에 관한 책이 많이 선보이고 있다. 그 중 이승헌의 ‘힐링 소사이티(한문화: 2001)’에서 깨달음만이 희망이라는 말을 전해 주었다. 일지(一指) 이승헌 선생은 미국에서 한국 정신 문화에 큰 획을 그은 사람으로 전 세계의 영적 지도자와 교류를 하였다. 단학 선원을 운영하다 후진에게 물려주고 깨달음의 세계화를 위해 매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섬 케리케리(kerikeri)에 대규모 마음 수련원을 지을 계획을 발표해 이목을 끌었다.
새로운 시각의 힐링 책으로 백성호의‘현문우답(중앙북스: 2011)가 있다. 저자는 종교기자로 종교계의 대가들과 대담을 하면서 모든 답은 ‘내 안’에 있음을 깨달은 책이다. 1장 비우기, 2장 묵상하기, 3장 깨치기, 4장 거듭나기로 나누어 스스로 깨달음을 얻는 길에 대해 설명해 놓았다.
우리도 이제는 육체의 병보다도 마음의 병을 치료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개인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대한 힐링이 필요하다. 혜민 스님의 책 속에 이런 구절이 있다.
‘우리는 오천 원짜리 커피를 사서 마시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커피 두세 잔 값인 책 한 권 사는 것은 주저한다. 왜 그럴까?’
칼럼니스트 김영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