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강령론 밀어낸 트럼프, 북은 보복 자제로 ‘정중동’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미국 재무부는 12월 10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심복인 최룡해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정경택 국가보위상(한국의 국정원장 동격), 박광호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선전선동부장 등을 ‘사이버공격과 심각한 인권침해 및 검열행위 등을 지휘, 시행’한 혐의로 “북한제재 및 정책추진법에 따라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지금도 말로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하자”라면서 세계패권국이라는 미국이 실제로 하는 짓은 이렇게 치졸하다. 북한 등 세계 여러 나라들이 항상 미국의 진실성을 의심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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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김현철 기자
 

북한은 비핵화 실현을 위해 그간 여러 차례의 선의의 조치들을 자진해 실천했다. 그럴 때마다 북한은 미국이 그에 알맞은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면서 제재가 완화되기 전에는 미국과 어떠한 협상도 진행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백히 해왔다.

이 달 초 트럼프, 폼페이오, 볼턴 등은 하나같이 북미정상회담이 내년 초에 열린다고 겉으로는 선전을, 뒤로는 북한의 이러한 합리적인 요구를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이제는 북한 최고위급 지위에 있는 간부들을 제재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미국의 내심은 북한이 미 본토에 미사일만 안 쏘게 다독여 놓고 북미관계 개선은 뒷전이며 북한을 극악경제 제재로 몰아 북한이 스스로 항복 선언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글들에서 여러차례 언급했듯이 이는 미국이 북한에 너무 무지한 데서 오는 오판이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12월 13일치 기사에서 트럼프는 내년 초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를 바라고 있는데 북한이 이에 묵묵부답, 정상회담이 열릴 지 모르겠다고 했다.

북한이 미국에 바라는 것은 북미 간에 대등한 자세로 비핵화 관련 선물은 동시에 주고받고, 단계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어 나가자는, 극히 합리적인 요구다. 이는 북한이 지난 수십 년간 대미 접촉에서 요구해 온 원칙이 아니던가.

그런데 <연합뉴스> 등 복수의 언론 12월 4일치를 보면, 미 중앙정보국 코리아센터장 앤드루 김이 12월 3일 판문점에서 북한 측과 만나 두 시간동안 비공개 접촉을 하면서 ‘북한이 영변핵시설단지를 폐기하고 사찰을 허용하는 조치를 취하면 미국은 그에 상응,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방침을 내놓았다.

북한의 핵물질은 영변핵시설단지에서 생산되는 것이다. 영변 사찰을 허용하면 자동적으로 북한의 핵물질 생산량과 보유량이 노출된다. 결국 미국은 북한의 특급 핵기밀 정보를 공짜로 빼가겠다는 “강도 같은” 요구를 한 것이다.

북한 측은 이를 즉각 거부하면서 미국은 지금이라도 그동안 북한이 해온 비핵화 조치들에 대한 상응조치부터 먼저 하고 그런 제안을 내놓으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간 여러 차례 밀린 빚부터 갚고, 또 달라 해야지 너는 양심도 없냐’는 의미다.

북 고위층 제재 불구 트럼프가 김정은 편든 이유

북한이 트럼프의 새로운 제안을 냉대하자 미국이 토라져 보복을 한 사건이 바로 북 고위층 3명에 대한 제재라고 할 수 있다.

이 보고서의 결론은 ‘북한은 비핵화 의지가 없다’였다. 그게 사실이라면, 북한이 지금까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결정한 공동성명 실천 차원에서 해 온 비핵화 관련 조치들은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북한은 그간 해 온 일에 상응한 미국의 답례성 조치부터 이행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자’는 것이다. 그 후에 영변도 서방 측 과학자들 입회하에 폐기한다고 약속하지 않았던가. 그 때는 북한이 체제안정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언제나 미국은 싫은 나라의 경우, 이렇게 진의와는 다른 악의적 단어들을 구사하는 나라다.

이 보고서를 본 백악관 주변 대북 강경론자들은 대북 대화는 헛짓이라며 지금이라도 대화를 중단하고 대북 제재를 더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억지를 쓰는데도 트럼프만은 그 보고서를 안 믿고 ‘북한이 그간 해 온 조치들을 보면 절대로 북한은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는 문 대통령과 같은 판단이다.

트럼프는 이 보고서를 본 후 트위터에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북조선의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물었는데, 나는 우리가 북미협상을 서두르지 않고 있으며, 대단한 경제적 성공을 거둘 멋진 가능성이 북한에 있다고 항상 대답하곤 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그 가능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자기 인민을 위하여 그 가능성을 충분히 이용할 것이다. 우리는 잘 하고 있다.”고 했다.

중간선거 후 하원 주도권을 민주당에 빼앗긴 트럼프는 ‘멀러 특검’의 수사가 종결단계에 접어들면서 정치적 입지가 많이 약화했다.

그나마 마지막 정치적 생명 줄로 믿어 매달리고 있는 북한마저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결론이 난다면 그간 스스로가 일궈놓은 대북 문제에서의 노고가 모두 물거품이 돼 자신의 정치생명은 끝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룡해 등에 대한 제재는 트럼프의 뜻이라기보다는 이 보고서를 보고 받은 후에 일어 난 압도적 강경파의 사면초가(四面楚歌) 속에서 하는 수 없이 택한 트럼프의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보아야 옳다.

미국 강경파의 ‘갑질’에도 북한이 조용한 이유는?”

그런데 이번 미국의 북한 고위층 인사들에 대한 제재에도 북한 측이 예상 외로 조용한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북한은 군사력으로 보아 핵,미사일 실험 등 보복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 ‘나를 모욕한 대가를 받으라’며 워싱턴 앞바다 서대서양에 수소탄 한방을 쏘아 속 시원히 보복한다면 그 결과는 어찌될까. 한반도 평화는 물 건너가고 북미관계는 다시 냉전시대로 돌아갈 것이다. 3차 대전도 각오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반트럼프 세력의 총궐기로, 트럼프가 그간 대북 관련, 미친 짓을 해왔다며 대북 대화의 책임을 묻는 등 정치적으로 악용할 때 트럼프의 입지는 더욱 초라해질 수밖에 없는데, 북한이 왜 그 단초를 제공하며, ‘트럼프 죽이기’를 지원하겠는가.

트럼프의 나이에 비해 절반인 청년 김정은이 7년 전 그 자리에 올랐을 때 나는 ‘흥, 3대 세습하더니 후광이 좋아 덕을 보는구나’하며 비웃었다. 그런데 그가 판단력이 뛰어나고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이며, “수첩 없이 어려운 질문에도 막힘이 없었다”며 폼페이오까지 놀란 인물임을 알고 스스로의 경솔을 자책했다.

김정은의 이번 무 대응 불 보복 판단은, 미국 민주당 소속의 대부분 재미동포들이 트럼프의 언행 90%를 싫어하면서도 ‘그래도 한반도를 위해서는 희대의 거짓투성이 괴짜라도 트럼프가 재선돼야 한다’고 확신하는 이유와 같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가 아니면 우리 조국 한반도 평화 및 통일의 꿈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가장 궁금해지는 것은 바로 며칠 후면 밝혀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9년도 신년사다.

새해 2019년은 트럼프의 큰 양보로 우리 고국 한반도의 평화 정착이 이루어지는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 바로잡음; 전번 호 본란 6단 둘째 줄 “경제제재 없이는”은 ‘경제제재 해제 없이는’이 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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