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아진 현대 사회에서 휴가는 갖는다는 것 자체에 부담을 갖는 이들이 많다. 브리즈번 기반의 저명 심리학자 배글리 존스(Christine Bagley-Jones)씨는 그런 이들에게 다시금 휴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저명 심리학자 배글리 존스씨, 두뇌 휴식을 위한 ‘down time’ 적극 권고
연간 4주의 유급 휴가가 주어지는 호주인들이 가장 많이 홀리데이를 즐기는 시즌이 시작됐다. 12월 연말과 연초, 유명 휴양지는 한 해의 노고를 보상받으려는 휴가족들로 붐비고 도시는 확연히 눈에 띨 만큼 차량 흐름도 줄어든다. 그런 가운데서도 마음 놓고 휴가를 즐기지 못한 채 업무에 신경 쓰는 이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한 저명 심리학자는 이렇게 말한다.
“무엇이 휴가를 갖지 못하게 하고 왜 (지속적으로) 업무에 신경 쓰게 만드는가”(What's stopping you from taking a holiday and truly switching off?)
그녀는 많은 사람들이 휴가지로 떠나기 위해 짐을 꾸리는 와중에도 사무실에 머물고자 하는 일 중독자들에게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강하게 권고한다.
지난 일요일(16일) ABC 방송 ‘브리즈번 라디오’는 브리즈번(Brisbane) 기반의 심리학자 크리스틴 배글리 존스(Christine Bagley-Jones)씨의 조언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왜 휴식이 필요한지를 제시했다.
그녀는 “여러분의 두뇌가 컴퓨터라고 생각해 보라”고 말을 꺼냈다. “그 컴퓨터를 연중 켜 두고 바이러스 검사는 물론 청소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보라”며 “결국 결함이 발생하고 제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간단하게 설명했다.
배글리 존스씨는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에 큰 가치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녀는 “언급한 그대로 지금은 당신의 두뇌 컴퓨터를 재부팅해야 할 때”라며 “휴가를 통해 당신의 좋지 않은 습관, 생각, 관계의 변화 등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 복잡했던 머릿속을 깨끗이 정리한다= 배글리 존스씨는 판에 박힌 매일의 일상이 사람들로 하여금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 방식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못한다고 전제한 뒤 “매일 처리해야 하는, 반복되는 일의 패턴을 깨는 게 쉽지 않지만 일과 집을 떠난 후에는 당신이 진정 무엇을 하고 싶은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일을 많이 한다 하여 평범한 환경에서 벗어난 삶을 기대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는 강조했다.
휴가는 반드시 길 필요는 없다. 매일의 반복되는 일상에서 짧지만 자주(주말을 이용해) 휴식을 갖고 신심을 편안하게 해 준다면 이어지는 업무 효과는 더욱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사진은 바다와 면해 있는 퀸즐랜드 주의 한 캐러밴 파크(Caravan Park).
▲ 더 열심히 일하고자 한다면 휴식이 필요하다= 그녀는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갖기에는 너무 바쁘다’는 말을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들은 아직 충분한 인센티브를 받을 만큼 하지 못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는 배글리 존스씨는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 인센티브가 건강하지 못하거나 사람들과의 돌이킬 수 없는 관계를 초래한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게 그녀의 조언이다.
이어 그녀는 휴가를 갖고자 하는 이들에게 꼭 필요하다면 아주 조금의 일거리만 갖고 떠날 것을 권했다. “휴식을 취하면서 일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 또한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휴식을 가지되 소소한 업무 진행이 꼭 필요한 경우라 하더라도 아예 휴가를 갖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는 주장이다.
다만 그녀는 이 경우, 자기만의 시간에 업무를 위한 기기를 함께 하지 않아야 하며, 특정 시간을 정해 놓은 뒤 전자메일을 확인하고 간단한 후속조치를 취하는 정도로 끝내야 한다는 조언이다.
▲ 여름휴가는 길지 않아도 된다= 휴식이 필요하다고 하여 매년 3주나 4주씩 홀리데이를 가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호주인들의 휴가 문화에 대한 책 <On Holidays: A History of Getting Away in Australia>의 저자인 리차드 화이트(Richard White) 교수(시드니대학교 역사학)는 지금의 호주인들이 갖는 휴가의 개념은 다르다고 말한다.
“긴 여름휴가의 전성기는 1950-60년대로, 오늘날에도 여름휴가를 갖는 것은 여전하지만 과거에는 볼 수 없는 휴가 방식”이라는 것이다.
배글리 존스씨도 휴가를 길게 갖는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그녀는 “목요일 밤에 휴가지로 떠나 금-토요일 밤을 보낸 다음 일요일 돌아오는 긴 주말을 자주 보낼 수도 있다”면서 “가끔, 이런 짧은 휴일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의 기분 향상은 물론 일을 처리하는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런 짧은 휴가를 앞두고 느끼는 기대감은 즐거움을 배가시킨다”는 것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호주인들의 여름휴가는 상당히 길었다. 가족과 함께 집을 떠나 장기간 여기저기를 떠돌거나 특정 지역에 머물며 관광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였지만 지금은 재충전으로서의 시간이라는 데 더 큰 의미를 두고 휴가를 보내는 경향이 강하다. 사진은 퀸즐랜드 주 해안 타운 벌리 헤드(Burleigh Head)에 있는 Burleigh Beach Caravan Park의 캐러밴들. 1969년 모습이다.
▲ ‘down time’이 가져오는 결과= 배글리 존스씨는 “휴가를 갖는 것의 이점은 업무에 전념하는 것에 대한 논쟁보다 훨씬 크다”는 입장이다. 또한 업무를 떠나 휴식을 취하는 다운타임(down time)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그 시간이 본인에게 왜 필요한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수영장 옆 긴 의자에 누워 편안하게 쉴 것인가, 모험을 즐길 것인가,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 서로의 관계가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 것인가...
물론 확고한 계획이 없다 하더라도 그저 몸을 편안하게 한 채로 날씨를 즐기는 시간도 나름의 장점이 있다.
다만 배글리 존스씨는 이런 휴식을 취하더라도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상상하거나 시간을 보낼 만한 독서를 권했다. “업무를 벗어나 편안한 마음으로 행하는 책읽기를 통해 문득 영감을 받을 수 있으며, 또한 업무 과정에서 당신에게 부족했던 부분과 관련된 책을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도 좋다”는 것이다.
무의미하게 보내는 휴가는 삼가라는 조언이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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