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 1위 유한양행이 내년부터 베트남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올해는 현지 벤처 기술 유치를 위한 미국법인 2호 설립을 마무리하고, 내년에는 베트남에 거점을 마련해 아시아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지난해 베트남에 현지 연락사무소를 설립하고 베트남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올 4월에는 현지 시장 분석과 의약외품 허가 절차를 밟기 위해 현지 담당관을 파견하는 등 베트남 거점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한양행은 베트남에서 의약외품 품목허가를 받은 뒤 법인 설립을 추진할 방침이다. 생활 해충제 '해피홈'의 품목허가를 우선 받아내 현지 수출 판로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베트남은 온난다습한 기후로 인해 모기와 바퀴벌레 등 생활 해충제 수요가 많은 나라다. 이를 볼 때 해피홈은 판매 허가만 이뤄지면 당장 속도감 있게 매출을 낼 수 있는 품목으로 전망된다.
유한양행은 해피홈의 의약외품 품목허가를 받은 후 일반의약품 수요조사에 돌입할 계획이다. 수요조사 핵심 품목으로는 소염진통제 안티프라민(로션제제)을 내세우기로 했다. 안티푸라민은 베트남 이주 노동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의약품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우리나라나 선진국은 병원에서 처방받는 전문의약품과 약국에서 의사 처방 없이 판매하는 일반의약품이 뚜렷이 구별돼 있다"며 "하지만 베트남은 일반의약품뿐만 아니라 의약외품 등 소비자가 의사의 처방 없이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제품 중심의 판매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수요조사 결과에 따라 현지 법인 설립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우선적으로 생산품목 허가를 준비 하고 있다"며 "올해 초 연락사무소를 설립했고 시장 상황 등을 면밀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이 베트남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의약품 시장이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베트남 의약품 시장 규모는 52억달러(2016년 기준)로 아세안 국가 중에서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크다.
특히 베트남은 인구 증가로 의약품 시장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베트남 의약품 시장은 오는 2020년까지 연평균 10.9%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인도네시아와 근접해 있어 장기적으로 아시아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리적 강점도 갖추고 있다.
베트남은 이에 따라 유한양행뿐만 아니라 국내 제약업계 전반이 신시장 개척지로 눈독을 들이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신풍제약이 1996년 현지법인과 공장을 세운 것을 시작으로 대웅제약, 대원제약, 대화제약,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삼일제약, CJ헬스케어, JW중외제약, 종근당 등이 잇달아 법인이나 대표사무소를 설립했다. 최근에는 삼일제약이 2021년 완공을 목표로 현지 점안제(안약) 생산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유한양행의 미국 2호 법인인 보스턴 법인도 설립 마무리 단계에 와있다. 현재 등기 관련 서류작업만을 남겨 놓은 상태로, 올해 말 관련 절차가 완료될 예정이다. 최순규 유한양행 연구소장이 미국법인 설립 전 과정을 책임지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현재 관련 서류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며 "12월 중으로 법인 설립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2호 법인은 앞서 설립한 샌디에이고 법인과 함께 미국 바이오기업 투자와 신약후보물질에 대한 기술 수·출입을 담당할 계획이다.
[호치민 라이프플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