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 세이비어교회의 고든 코스비 목사님은 자신의 조국인 미국을 America라고 부르지 않고 제국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래서 그분은 애국자들의 손가락질을 많이 받으셔야 했습니다.
미국은 군인들을 특별 대우하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미국의 군인들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군인들에게는 많은 혜택이 주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민을 간 한국 사람들 가운데 젊은이들은 시민권을 획득하기 위해 군대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웨스트포인트와 같은 사관학교를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일반 사병으로 가서 군에 있는 동안 대학도 다니고 제대 후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해외에 주둔하는 미군들인 GI에게는 상당히 많은 급여가 지급되고 주둔지마다에는 몇 개의 연계된 대학까지 운영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군을 제대한 베테랑들에게도 많은 혜택과 지원이 이루어집니다.
그런 미국의 군대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사람들은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사람들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한국이라는 사회도 군인은 대단한 대우를 받는 사회였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어쨌든 여러 영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미국은 군인들을 우대하고 그들을 애국자로 추앙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각종 특혜를 주어 경제적인 도움은 물론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해줍니다.
그렇다면 미국이 그토록 군인들을 우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미국이 제국이기 때문입니다. 제국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폭력에 있습니다. 그리고 군대란 바로 그 폭력을 제공하는 합법적인 무력집단입니다. 그러니까 미국이 군인들을 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군대는 제국인 미국을 유지할 수 있는 근본 토대입니다.
우리는 군인을 소재로 한 여러 미국 영화들을 보고 미국이 참 멋진 국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신도 모르게 제국의 가치관과 세계관에 동의하게 되는 것입니다. 성서는 그런 제국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세상’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 나라를 추구하는 고든 코스비 목사님이 사람들에게 그것을 일깨우기 위해 비난을 받으면서도 제국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던 것입니다.
제국의 본질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기 위해 제국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로마에게 점령당했던 한 부족의 추장이 한 말을 생각해보겠습니다.
"로마인은 이 세상의 약탈자이다. 만일 적이 부유하면 그들은 강탈하고 만일 적이 가난하면 그들은 지배한다. 동방도 서방도 그들의 욕심을 채우지는 못했다. 그들은 약탈하고 살육하고 빼앗으며 그것을 '제국'이라 부르고, 폐허로 만들면서 그것을 '평화'라고 부른다."
설명이 필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쨌든 세상의 모든 문명은 바로 이 같은 제국을 지향했고, 이 같은 제국들만이 세계사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역사를 아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제국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배우고 거기에 동화되기 마련입니다.
복음의 핵심인 하나님 나라는 바로 이 같은 제국의 가치관과 세계관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가치관과 세계관을 제시합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제국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따르면서도 자신들이 하나님 나라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안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 슬픈 코미디입니다.
저는 이 글을 쓰면서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빤스 목사' 전광훈이 생각나고, 같은 모습의 변승우의 모습이 스쳐지나갑니다. 어디 그들뿐이겠습니다. 조찬기도회에 참여해서 나라와 민족을 위한다며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옹호하는 성공한 목사들 모두 같은 종류의 슬픈 코미디언들입니다.
복음을 알고 하나님 나라를 안다면 우리도 고든 코스비 목사님처럼 국가를 우상으로 여기는 사람들과 같이 국가가 하는 모든 일을 정당화할 수 없게 됩니다. 일정 거리를 두고 국가가 하나님 나라의 가치관을 구현하는 경우에는 협조하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저항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처럼 말입니다. 사도 바울처럼 말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여러분의 지체를 죄에 내맡겨서 불의의 연장이 되게 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여러분은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아난 사람답게, 여러분을 하나님께 바치고, 여러분의 지체를 의의 연장으로 하나님께 바치십시오.”
그렇습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세상의 세계관과 가치관, 다시 말해 제국의 세계관과 가치관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바로 우리의 지체를 죄에 맡겨 불의의 연장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정녕 그리스도인들이라면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부여받은 사람들답게 우리를 하나님께 바치고 우리의 지체를 의의 연장으로 하나님께 바쳐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한다는 것의 의미는 우리가 다른 세계관과 가치관을 강요하는 적대적인 세상 속에서 하나님 나라의 세계관과 가치관에 따라 사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평화(팍스가 아니라 샬롬)의 사람들인 하나님의 백성들이 이 세상에서 살아야 하는 하나님 나라의 삶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