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장고성(丽江古城)의 사람들

 

 

Newsroh=노정훈 칼럼니스트

 

 

상5 - Copy.jpg

 

 

중국의 서남쪽에 위치한 운남성(윈난성 雲南省)은 중국의 55개 소수민족(小数民族) 중 거의 절반인 26개의 소수계가 살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2018년을 마무리하며 이곳을 여행할 기회가 생겼다. 윈난성 리장의 고성(古城)은 오랜 역사화 함께 자연 그대로를 보존하고 있다. 꽃과 나무는 사시사철 생기를 띄고 옥룡설산(玉龙雪山)과 파란 하늘을 뒷배경 풍경삼아 살아가는 고성의 사람들은 차분하고 밝다. 수많은 소수계 중 리장고성은 나시족(纳西族)의 터전이다.

 

 

12월의 꽃2.jpg

<12월의 꽃>

 

 

리장고성엔 여행객들을 반기는 수많은 객잔(客栈)들이 있는데 각 객잔마다 관자(管家)로 불리는 관리자들이 여행객들의 가이드 역할을 한다. 관자 덕분에 리장 여행은 시작부터 순조롭다. 관자는 여행객의 일정에 맞춰 마중과 배웅, 고성내 관광명소와 맛집을 알려주고 여행사 섭외를 해주는 등 세심함을 보여준다. 듣기로는 리장 시정부가 여행객들에게 보다 쾌적하고 편리한 여행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객잔마다 관자를 두는 법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관자의 역할은 객잔의 크기에 비례하여 객잔 사장이 직접 관자의 역할을 수행하거나 직원들을 고용해 역할을 분담 할 수 있다. 예로 관자당 3~5개 방의 여행객들을 상대하는 식이다. 혼자 오는 여행객들에겐 가이드 수준의 편의를 제공 해주지만 외국인의 경우 중국어로 소통해야 된다는 어려움이 있다.

 

 

 

관자의 도움을 받아 골목길을 나서면 아기자기한 돌길들과 보수를 거쳐 완성된 오래된 건물들은 전통미에 현대미가 가미됐고 동서양의 산물을 포용하고 있다. 길을 따라 흐르는 인공적인 물줄기는 꽤나 투명하다.

 

 

상4 고성 안에 입점한 피자헛, 스타벅스.jpg

<고성 안에 입점한 피자헛, 스타벅스 등>

 

 

 

상6.jpg

 

상8.jpg

 

상9 운남고성의 거리풍경.jpg

<운남고성의 거리풍경>

 

 

골목길들은 하루이틀 다니는 정도로 익숙해지기 어려운 복잡한 구조를 이루고 있지만 고성안은 달리 관광명소가 있지 않다. 그저 자유롭게 거닐며 거리구경 하면 그만이다. 물론 나시족의 전통문자인 동파문자(东巴文字)나 물레방아(大水车)같은 명소들은 빠질 수 없는 관광 명소들이다.

 

상11 동파문자와 물레방아.jpg

 

상12 동파문자와 물레방아.jpg

<동파문자와 물레방아>

 

 

해발 2400여미터에 자리잡은 고성의 언덕길을 올라가다보면 자연스레 숨이 차오른다. 카페거리가 고성안 가장 높은 지점에 위치한 것엔 달리 상술이 필요 없다. 한치의 망설임 없이 전망이 가장 좋아보이는 카페에 자리해 창밖을 바라보며 차 한잔 마시는 여유를 가진다. 카페 윗층에서 창밖을 내려다보면 잿빛색의 지붕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골목길을 오고가는 사람들 구경이 즐겁다. 덤으로 잔잔한 음색의 라이브 연주까지.

 

 

상14 전경.jpg

 

상15.jpg

<카페 거리와 카페 내부에서 내려다본 전경>

 

 

해 질 무렵에 다시 거리로 나와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본다. 걷다보면 사람들이 많아보이는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한다. 운남성의 음식들은 자극적인 향신료가 들어가지 않은 요리들이 많아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다. 리장 고성의 대표적인 요리 라파이구(腊排骨)는 돼지고기나 닭을 주재료로 각종 채소들을 끓여 먹는 음식인데 육수를 푹 우려낸 사골국의 맛과 비슷하다. 그 외에도 다양한 요리들도 만나볼 수 있다.

 

 

상17 라파이구.jpg

<라파이구>

 

 

리장고성의 하루는 해가 지면 그제서야 시작 된다. 그도 그럴듯 해가 지며 건물들 사이로 켜지는 주홍빛 등들이 앞다퉈 거리를 밝히고 새벽 늦게까지 꺼지지 않는다. 리장고성의 하루가 시작할 즈음 나는 불빛이 잘드는 어느 시냇가에서 그리울 이성을 떠올려본다.

 

 

어두워지기 시작하면서 바 거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흡사 클럽을 연상케하는 바들이 주를 이루고 낭만적인 분위기의 술집도 더러 보인다. 리장고성은 역사와 문화가 깃들인 곳이지만 엄숙하고 숭고해야만 한다는 의식은 없다. 덕분에 고성의 밤은 다채롭고 화려하다.

 

 

상21-1.jpg

 

 

 

中편 계속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노정훈의 세상속으로’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ris

 

  • |
  1. 상5 - Copy.jpg (File Size:131.9KB/Download:36)
  2. 12월의 꽃2.jpg (File Size:110.8KB/Download:33)
  3. 상4 고성 안에 입점한 피자헛, 스타벅스.jpg (File Size:137.5KB/Download:54)
  4. 상6.jpg (File Size:182.0KB/Download:52)
  5. 상8.jpg (File Size:187.3KB/Download:46)
  6. 상9 운남고성의 거리풍경.jpg (File Size:155.8KB/Download:44)
  7. 상11 동파문자와 물레방아.jpg (File Size:186.9KB/Download:50)
  8. 상12 동파문자와 물레방아.jpg (File Size:187.4KB/Download:52)
  9. 상14 전경.jpg (File Size:121.8KB/Download:47)
  10. 상15.jpg (File Size:126.5KB/Download:47)
  11. 상17 라파이구.jpg (File Size:160.8KB/Download:57)
  12. 상21-1.jpg (File Size:142.1KB/Download:55)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검은마대(麻袋) 바지 ‘몸빼’ 그리고 달달이

    ‘세상에서 제일 편한 바지’ 주름진 나일론 천에 알록달록 꽃무늬가 요란스럽다. 세상에서 제일 편한 바지라고 ‘라벨’이 붙은 몸빼 바지다.   말 그대로 편하기로 치면 그보다 더 편한 바지는 없을 것이다. 시장에서 장사하는 아줌마들, 시골에서 농삿일하는 주부들, 고깃...

    검은마대(麻袋) 바지 ‘몸빼’ 그리고 달달이
  • 히마찰과 마지막 운행 file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첫 승객과 가이암(Gaiam)         새벽 5시, 출발 준비를 했다. 남자 두 명이 찾아 왔다. 자신들은 팀 드라이버인데 한 명을 다음 주유소까지 태워달라고 했다. 나는 망설였다. 일단 규정에 어긋난다. 회사에 미리 얘기하지 않은 사람을 ...

    히마찰과 마지막 운행
  • 미국 사회가 꼽는 ‘무례 행위’ 12가지 file

    공공장소 에티켓 중히 여기는 미국인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박윤숙 기자 = 영국인과 뿌리가 같은 미 청교도 후손들은 에티켓을 무척 중요시한다. 나름대로 전통을 중시하는 백인들이 몰려 살고 있는 동네 수퍼마켓에서는 손님들끼리 지나치며 다정한 '헬로' 를 여전...

    미국 사회가 꼽는 ‘무례 행위’ 12가지
  • 은빛용 ‘옥룡설산’의 위용 file

    중국 윈난성을 가다(中)     Newsroh=노정훈 칼럼니스트           옥룡설산(玉龙雪山)!   이틑날은 리장의 필수 여행지중 하나인 옥룡설산과 람월곡에 다녀왔다. 옥룡설산은 히말라야 산맥의 일부로 산에 쌓인 눈이 마치 한 마리의 은빛 용이 누워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

    은빛용 ‘옥룡설산’의 위용
  • 본향 그리다 file

          <시선>         본향 그리다         호월(올랜도 거주 금관시인)     내 본향은 달   달이 오르면   달을 향해 하울링^   달로 돌아가고 싶어   안타까운 마음의 소리를 낸다       야생성에 겁 먹은 인간들   위험한 동물로 취급하지만   나는 그저 생존하려고 ...

    본향 그리다
  • 사회적 경제에 대하여 file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찾아가는 여정     Newsroh=이래경 칼럼니스트     시장과 사회적 경제라는 제목을 정해 놓고는 한동안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칼럼이라는 제약된 공간에 다루기에 주제가 너무 큰 탓도 있지만, 양자 간의 성격과 역할을 어떻게 설정하는 할 지 한동...

    사회적 경제에 대하여
  • 자녀들을 스트레스로부터 해방시켜라! file

    [교육칼럼] 카운슬러 상담, 시관 관리, 변화 수용 등 다양한 해결책   (워싱턴=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 칼럼니스트)  = 요즘 십대 학생들은 스트레스가 너무 과중해 하루 종일 자기도 하고, 심하게 짜증을 부리는가 하면 최악의 경우 마약, 알콜에 빠지거나 자살을...

    자녀들을 스트레스로부터 해방시켜라!
  • 내가 살고있는 집, 어떻게 지어졌나? file

    기초 다지기, 외벽쌓기 등 기초공법 알면 집에 대한 이해에 도움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미국의 단독주택은 크게 '트랙 홈'(Tract home)과 '커스텀 홈'(Custom Home), 그리고 '제조 홈'(Manufacture Home)으로 나뉜다. 이는 건물의 형태가 아닌 건축 방...

    내가 살고있는 집, 어떻게 지어졌나?
  • E-2 비자란? file

    [이민법 상담] 투자 업종 무제한, 본국 또는 제3국서도 신청 가능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위일선 변호사 = 흔히 E 비자로 불리는 투자 비자는 미국과 상호 투자 협정을 체결한 국가의 국민들에게만 신청 자격이 주어지는 비자이다. 미국과 상호 투자 협정을 체결한 국...

    E-2 비자란?
  •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광고, 얼마나 진실한가 file

    담배 포장 '라이트' '마일드', 유해성 감소와 상관 없어   (로스앤젤레스) 홍병식(칼럼니스트) = 미국 수퍼볼 경기에 광고를 삽입하려면 1초당 10만 달러 이상 지불해야 하는데 이와 같이 물쓰듯 광고비를 지출하는 기업들이 뭣을 광고하는지 생각해봄직합니다.   원칙적...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광고, 얼마나 진실한가
  • 中소수계 본향 운남성을 가다(上) file

    리장고성(丽江古城)의 사람들     Newsroh=노정훈 칼럼니스트         중국의 서남쪽에 위치한 운남성(윈난성 雲南省)은 중국의 55개 소수민족(小数民族) 중 거의 절반인 26개의 소수계가 살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2018년을 마무리하며 이곳을 여행할 기회가 생겼다...

    中소수계 본향 운남성을 가다(上)
  • 나는 왜 글을 쓰는가 file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오전 9시, (동부시간 10시)에 월마트에서 출발했다. London은 동부시간대에 속한다. 1시간 20분이면 도착할 줄 알았던 런던 월마트는 두 시간 넘게 걸렸다. 국도 최고 속도가 55마일로 제한인데다 가파른 언덕이 많았다.   월마트를 지나 ...

    나는 왜 글을 쓰는가
  •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갑질 file

      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갑질’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Wikipedia'에서는 ’갑질‘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Gapjil (Hangul: 갑질) refers to the arrogant and authoritarian attitude or actions of people in South Korea who have positions of power ...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갑질
  •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 북한? file

    “실제모습은 달랐다” 러TV 취재     Newsroh=김원일 칼럼니스트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폐쇄(閉鎖)된 나라?   러시아 제5TV가 평양 취재를 통해 북한에 대해 잘못 알려진 부분을 조명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제5TV의 드미트리 아키모프와 드미트리옌코 기자는 평양발 ...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 북한?
  • 소소한 배려가 이웃을 행복하게 한다 file

    한 UPS 배달원의 배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신형주(한의사) = 내 사무실엔 일주일에 한 두 번씩 UPS로 물품이 배달된다. 물론 내가 주문한 물건들이다. 배달원 A는 항상 웃는 표정으로 사무실을 들어온다.   내가 어디에 있든지 그는 물건을 사무실 뒤쪽까지 옮겨 놓...

    소소한 배려가 이웃을 행복하게 한다
  • 타로카드를 뽑았더니 file

    남녘은 가을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남쪽은 가을이다. 단풍도 그대로다. 추웠다가 따뜻해지니 봄이 온 것 같다.   일어나니 다들 떠나고 남아 있는 트럭은 몇 대 안 된다. 어제 남은 밥으로 미음을 끓였다. 오전 10시, 다시 출발했다.   I-24번 고속도로. 몇...

    타로카드를 뽑았더니
  • 2019년은 ‘황금돼지의 해' 기해년

    60년만에 돌아와, 온화한 성격과 유순함, 의식 풍족함이 특징   ▲ 한국 우정사업본부가 2019년 황금 돼지해를 맞아 발행한 기념 우표. 눈 맞는 아기 돼지 모습(왼쪽)과 설빔 입은 아기 돼지(오른쪽)   (올랜도) 최정희 기자 = 2019년 기해년(己亥年)은 '돼지'의 해다. 7...

    2019년은 ‘황금돼지의 해' 기해년
  • 치매가 은근히 걱정되는 나이에는…

    운동, 혈당 조절, 스트레스 관리 등 예방에 나서야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저는 대학원 학생들을 가르치며 그들의 논문을 지도하는 등 분주하고 바쁜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지만, 80대 상반에 접어들면서 분명히 기억...

    치매가 은근히 걱정되는 나이에는…
  • 십대 자녀의 흡연, 어떻게 다룰까(2)

    [교육칼럼] 먼저 흡연 위험성 진지하게 파악해야 (워싱턴=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 칼럼니스트) = 마약의 경우는 제재도 강력하고 한 번 걸리게 되면 여러 가지 선도 프로그램이 있지만 담배는 별로 강한 제재를 가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쉽게 손을 대는데 사...

    십대 자녀의 흡연, 어떻게 다룰까(2)
  • 미국은 진정 ‘한반도 비핵화’ 의지 있나?

    [시류청론] 패권주의 포기가 해결책… 새해엔 남북자유왕래 길 열리길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트럼프 대통령은 12월 19일 후보 때의 ‘해외주둔미군철수’ 공약대로 시리아 주둔 미군 전원과 아프간 주둔 미군 절반을 우선 철수하겠다고 언론 공개 전에 전...

    미국은 진정 ‘한반도 비핵화’ 의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