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연화정사 강연
Newsroh=민지영기자 newsrohny@gmail.com
“평양의 금강산 룡악산(龍岳山) 아시나요.”
수려한 산자락의 명산을 말하자면 북한땅을 빼놓을 수 없다. ‘판문점 선언’이후 현역기자로는 처음 개별방북을 하고 돌아온 로창현 Newsroh 대표기자가 20일 워싱턴 연화정사(선명 스님)에서 특별한 강연을 했다.
로창현대표의 ‘북한문화탐방 강연회’는 오늘의 북한과 주민들의 생활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와 함께, 평양의 고구려사찰 법운암(法雲庵)과 묘향산의 대찰(大刹) 보현사(普賢寺)에 관한 소식들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평양시 만경대 구역에 위치한 룡악산은 ‘평양의 금강산’으로 불린다. 해발 300미터도 안되는 자그마한 산정이지만 낮은 평지와 강을 굽어보며 천길 낭떠러지를 끼고 용이 날아오른 것처럼 솟아오른 자태를 따라 정상 바위에 오르면 까마득히 높은 곳에 오른 느낌을 준다.
로창현 대표는 “당초엔 다른 일정이었지만 우리 역사 유적지와 관련한 곳을 희망했더니 안내한 곳이 바로 룡악산 법운암이었다. 법운암은 고구려 시대 창건한 영명사(永明寺)의 부속 암자로 오랜 역사와 전통불교문화유산을 간직한 고찰(古刹)이었다”고 소개했다.
우거진 숲과 벼랑 가까이 위치해 계단형 축대를 쌓아올려 마당을 조성한 법운암은 부처님을 모신 본전외에 나한전, 독성각 산신각 칠성각 등이 둘러싸 작은 암자라기보다는 어엿한 사찰의 위엄을 보이고 있다.
본전 마당에는 5층 석탑이 있고 주위에 천연기념물 참죽나무와 서산대사가 심은 은행나무가 굳건히 서 있다.
룡악산은 외지인들에게 을밀대만큼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평양시민들이 즐겨 찾는 휴식터이기도 하다. 입구엔 전통 합각지붕의 문루가 사람들을 반기고 아름다운 정자가 있는 연못에 꼬리를 드리운 용 등 3마리의 용들이 한폭의 그림처럼 펼쳐지는 삼룡골이 있다.
또한 법운암에서 송덕정에 이르는 구간은 아찔한 바위 능선을 타고 평양을 서쪽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다.
로창현 대표는 “법운암 주지 대평스님에 따르면 용악산에 세 개의 사찰이 있었지만 한국전쟁때 미군 폭격으로 다 파괴되고 벼랑에 위치한 법운암만이 무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이곳이 우리 민족의 소박하면서도 세련된 건축술을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라며 보존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방북 마지막 일정으로 방문한 보현사는 묘향산에 위치한 북한 최대의 사찰이다. 묘향산은 금강산 구월산 지리산과 함께 북한의 4대 명산으로 산이 기묘하고 향나무 측백나무가 많아 향기가 진동한다고 해서 묘향산이라 불리워지게 됐다.
로창현 대표는 “보현사를 방문한 날 마침 북한의 신혼부부가 친지와 함께 이곳을 찾아 우연히 만나게 됐다. 일행중 한사람이 먼저 말을 붙이길래 미국에서 온 동포라니까 신랑신부에게 덕담을 해주고 기념사진도 찍자고 해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기 784년 의상대사에 의해 세워진 보현사는 일제 강점기만 해도 50여채의 절집이 있었지만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반이상 소실되고 새로 복구한 것이 20여채정도 된다. 이 곳에는 2개의 석탑이 있는데 1044년 세운 구층탑(다보탑)과 팔각십삼층탑(석가탑)이 북한의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로창현 대표는 “보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조선 불교 600년사상 최고의 스님으로 일컬어지는 서산대사(1520~1604)의 체취”라고 말했다.
서산대사는 선조 25년(1592) 임진왜란이 일어나 나라가 위기에 처하자 묘향산에서 내려와 전국의 사찰에 승병을 조직하라는 격문을 내리고 평양성 전투에 직접 참전했다. 당시 나이 73세였다.
평양성 전투와 행주대첩 등 크고 작은 승리에 공헌한 서산대사는 1593년 한양 수복후 제자인 사명대사에 뒷 일을 맡기고 다시 묘향산에 입산, 수도자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대사는 전쟁중 소실될뻔한 조선왕조실록과 통도사에 있던 부처님 진신사리를 왜적의 약탈에 대비해 보현사로 옮겨 지켜내기도 했다.
조선 14대 왕 선조는 서산대사의 공훈을 기려 팔도십육종도규정문(八道十六宗都糾正門)이라는 현판을 일주문에 내걸게 했다. 로창현 대표는 “보현사 경내엔 서산대사의 애국심을 기리기 위해 정조 18년(1794년)에 의해 세워진 사당 수충사가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금강산 유점사가 한국전쟁중 파괴되면서 이곳의 범종을 보호하기 위해 보현사로 옮겨 보존하는 등 북한의 대표 사찰로서 기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연화정사 선명 스님과 불자들은 보기 힘든 북한 사찰에 관한 사진들과 동영상을 흥미롭게 감상하고 “북한에 들어가 불교 문화유산을 볼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로창현 대표는 이외에도 초고층 살림집(아파트) 들이 들어선 려명거리와 날로 증가하는 차량들로 교통체증이 벌어지는 평양의 달라진 모습들, 주민들의 여유로운 표정들을 전했다.
로창현 대표는 전날인 19일에도 성공회 성십자가 워싱턴 교회에서 ‘통일기러기’ 로창현의 ‘평양오딧세이’ 방북설명회 및 동포간담회를 열었다.
함석헌사상연구회(함사연)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안은희 함사연 회장 노병원 창립고문 신필영 6.15공동선언 미국위원회 위원장 윤흥주 회장, 이재수 워싱턴평통 사무총장 등 많은 인사들이 자리한 가운데 약 3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로창현 대표는 강연에서 “북한은 수십년에 걸친 가혹한 대북제재(對北制裁)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이겨내고 자연흐름식 물길공법 등 상식을 넘어선 각종 공법과 신기술 개발로 자력갱생의 자신감에 차 있었다”고 전했다.
로 대표는 “평양엔 최근 차량이 급격히 증가해 출근시간 부분적으로 교통체증이 발생하고 있고 차량 2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또 한때 골칫덩이 훙물(凶物)로 매도된 105층 유경호텔의 공사가 사실상 마무리돼 밤마다 건물 전체 외벽을 활용한 화려한 네온사인 쇼가 펼쳐지고 있다”고 말해 청중들을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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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뉴스>
“유언장쓰고 북한가라고?” 워싱턴 ‘방북강연’ (2019.1.21.)
로창현기자“미주동포들 남북화합의 역할 매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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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미 선생이 쓴 북한 방문기에서 잠깐 전해듣기는 했지만 로 대표님의 상세한 북한 불교계 소식이 더 재밌습니다. 역사책과 소설에서나 보던 보현사가 아직 건재하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예 보현사의 규모가 꽤 크더라구요. 한 절에서 스님을 두분이나 뵈었으니까요. ^^ 한국전쟁중 소실된 금강산 유점사의 범종을 옮겨와 보존하고 있다는 것도 놀라웠어요. 길게는 고구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래된 사찰들이 한국전쟁중 대부분 파괴되어 안타까웠습니다..미군이 투하한 포탄이 2차대전때보다 많았다니 북녘 산하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었던게지요..
네 부르스 커밍스에 따르면, 북한 강토의 80%가 파괴되었다고 합니다. 그걸 일으켰으니, 나름 자부심이 대단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