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지역 주택부족 문제가 심화되면서 기존 주택의 암은 부지에 또 하나의 주거지를 건축하는 ‘그래니 플랫’(granny flat) 건축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딸이 자기 주택 뒷정원에 마련한 ‘그래니 플랫’을 매입, 이주한 발 버클리(Val Buckley)씨와 폴 버클리(Paul Buckley)씨 부부.
5년 전 대비 75% 증가... 자녀 거주 및 투자용 많아
시드니 지역 주택가격이 청정부지로 치솟고 주택부족 문제가 이어지면서 신규 다세대 주거지 건축도 늘어나는 가운데, 기존 주택 부지에 또 하나의 주거지 건축이 붐을 이루고 있다.
금주 월요일(21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 보도에 따르면 독립 주거지 부지에 또 하나의 주택을 건축하는 이른바 ‘그래니 플랫’(granny flat)이 5년 전에 비해 75%나 늘어났다.
이 같은 현상은 전반적인 주택 건설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지난 2014-15 회계연도 주택 건설에 투입된 비용은 약 340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이전 해의 290억 달러와 크게 비교되는 수치이다.
시드니대학교 도시공학정책학과의 피터 피브스(Peter Phibbs) 교수는 “시드니 거주민들 사이에서 자기 주택 부지의 부가가치를 활용하려는 경향이 늘어남에 따라 넓은 대지를 가진 기존의 주택에 부속 건물을 짓는 것이 신규 주택 공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피브스 교수는 “사람들이 하나의 부지에 2개의 주택을 지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얻어지는 수입으로 은퇴 후의 노년을 준비하거나 아니면 자녀의 부동산 시장 진입을 지원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이는 하나의 성장 모델이 될 수 있다”며 “넓은 대지를 분할해 두 가구가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은 시드니 지역의 주거 목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4-15 회계연도, 주택을 분할하거나 부속 건물을 짓는 데에 필요한 승인은 약 4천500건으로, 이는 이전 해에 비해 10% 증가한 수치이다. 피브스 교수는 이러한 주택 분할은 아파트와 독립주택의 중간 거주 형태로, 도심에서 멀지 않은 외곽의 넓은 대지를 가진 단독주택 거주민들에게는 새로운 매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그래니 플랫’ 건설 허가도 크게 늘어나 지난 2014-15 회계연도의 경우 3천650건의 증서가 발급, 이전 해에 비해 20%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부모 집에 함께 머무는 자녀수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통계청(Australian Bureau of Statitics) 자료에 따르면, 25세가 되기 전 부모 집을 떠나 독립하는 이들은 5년 전에 비해 20% 줄었다. NSW 대학의 린 크레이그(Lyn Craig) 교수는 “하나의 땅이지만 별개의 주거 공간과 별도의 출입문을 가진 이중 주거 공간이 시드니 지역 주택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면서 “이를 ‘그래니 플랫’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된 호칭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발 버클리(Val Buckley)씨와 폴 버클리(Paul Buckley)씨 부부는 이러한 유행에 편승, 딸이 지어놓은 ‘그래니 플랫’을 매입해 이주했다. 버클리 부인은 “노인 요양시설에 들어가는 것보다 저렴할 뿐 아니라 가족 근처에 산다는 위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버클리씨 부부가 살고 있는 ‘그래니 플랫’을 지은 건설사 ‘High Tech’ 소속의 로버트 버드(Robert Bird)씨는 ‘그래니 플랫’에 3가지 유형이 있다고 정의했다. 하나는 부모가 자식을 위해서 지은 것, 다른 하나는 자식이 부모를 위해서 지은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투자용이라는 것이다. 특히 투자용 ‘그래니 플랫’ 건설은 주택시장 팽창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인 리치 하비(Rich Harvey)씨는 투자자들이 ‘그래니 플랫’을 통해 연 수익률 6%를 올릴 수 있다며, 이는 ‘그래니 플랫’ 건설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최근 유행하는 ‘에어비앤비’(Air BnB) 같은 숙박 시스템의 유행은 ‘그래니 플랫’ 건설 붐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NSW 주 정부는 최근 테라스 주택, 이중 주거공간 같은 중간 규모의 밀집도를 가진 주택 건설에 대한 청사진을 담은 정책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건설업자들의 로비단체인 ‘Urban Taskforce’의 크리스 존슨(Chris Johnson) 대표는 “이 같은 기존 주택의 분할만으로 주택공급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주 정부 계획안에 따르면, 시드니 지역에는 2030년까지 50만여 채의 새로운 주택 건설이 필요하다. NSW 주 롭 스톡스(Rob Stokes) 기획부 장관은 건설 경기의 활성화는 주택 건설과 관련된 계획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는 계획 시스템을 간단하고 이용하기 편리하게 만들 것”이라며 “새롭게 집을 짓거나 개량을 계획하는 모든 일들이 불필요한 행정 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임경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