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대영박물관에 가면 건물입구가 웅장하다. 바로 그리스 파르테논(Parthenon) 신전을 모방해 만든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대영 박물관이 가장 자랑하고 귀하게 여기는 유물 중에 파르테논 신전 바닥인 엘긴 마블스(elgine marbles)이라는 대리석이 있다. 이를 위해 별도의 방을 꾸며 놓고 있다.
유명한 그리스 국민 가수 나나 무스쿠리(Nana Mouskouri)가 그리스 문화부 장관이 되어 엘긴 마블스 반환을 요구했으나, 영국은 적정하게 대가를 주고 사 온 것이라고 반환 요구를 거절했다. 프랑스가 우리 나라의 문화 유산인 의궤를 반환해 달라고 해도 거절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비단 영국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이탈리아. 정확히 로마 제국도 그리스를 흠모했다.
그리스의 아테네, 스파르타, 그리고 마케도니아를 점령했지만 그들의 신화를 베껴 오늘날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탄생시켰다. 이처럼 그리스는 서양 문화, 철학의 본거지이다.
역사는 전설로, 전설은 신화로 진화한다고 했다. 이를 증명한 것이 신화가 역사임을 밝혀 낸 사람이 바로 독일의 고고학자 슐레이만(Souleiman)이다. 신화(神話) 속의 <트로이 목마(Trojan horse)>를 발견해 낸 것이다.
우리에게 그리스 하면 떠오르는 것이 올림픽이다. 그리고 아테네(Athens)가 민주주의의 발상지라는 것, 유명한 인물로는 쏘크라테스(Socrates) 등 철인과 정복왕 마케도니아(Macedonia)의 알렉산더 (Alexandros the Great) 정도이다.
관광지로는 아테네와 파르테논 신전 등 올림픽 관련된 곳이 대부분이고, 유람선 관광인 크루즈(cruise) 여행으로는 산토니니(Santonini) 섬의 하얀 집들이 유명하다.
최근에는 유럽연합을 붕괴시킬 정도로 나라 경제가 어려운 그리스가 세계 뉴스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책을 구입하고 오래 묵혀 둔다고 그 내용이 더 숙성되는 것이 아니지만 일부러 한가할 때 읽으려고 미뤄두었던 책이 있다. 박경철의 ‘문명의 배꼽, 그리스(리더스북: 2013)’이다.
이 책의 저자의 이력 역시 특이하다. 시골 의사로 주식을 해 대박을 이룬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다. 최근에는 정치인으로 변신한 안 철수와 더불어 특히 청년들의 멘토(Mentor)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로는 주식 관련 ‘시골의사의 부자 경제학(리더스북: 2011)’이 있고, 최근 청년들의 자기 계발을 위한 ‘박경철의 자기 혁명(리더스북: 2011)’이 있다.
서양철학의 본거지 그리스 문명의 현장의 순례자가 되어 들려주는 문화답사기이다.
그리스의 배꼽, 코린토스(Corinth)를 중심으로 한 펠레폰네소스(Peleponnesos)의 유적 답사기이다.
우리에서 잘 알려진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azantzakis)를 여행의 동반자로 삼아 발로 다닌 그리스 문명을 답사한 여행기이다.
그의 작품 30 여권을 독파하면서 이십 대 청년이 가슴에 새긴 꿈을 나이 오십을 앞두고 실현한 여행이며, 현재 진행형이다.
저자의 준비와 꿈에 대한 열정과 도전에 다시 한 번 감탄해 마지 않는다.
게다가 앞으로 10권을 목표로 첫 권을 세상에 내 놓겠다고 한 포부도 당차다.
벌써부터 후속편이 기대된다. 아쉽게도 아직도 후속 편은 나오지 않고 있다.
우리 나라 문화 답사기를 쓴 유 홍준 전 문화재 청장의 ‘나의 문화 답사기’전 10권과 상응할 만한 대 작업일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가장 좋은 여행이란 지금 바로 이 순간에 돈만 준비되었다면 그냥 책과 속옷을 가방에 잔뜩 꾸려서 택시를 불러서 기차를 타고 이튿날 아침 이탈리아에서 일어나는 것이지.’ 라는 카잔차스키의 말대로 '그저 훌쩍 떠나는 것이 가장 좋은 여행이다’라고 한다.
하지만 여행은 눈으로만 하는 눈요기 형 단체 관광보다는 자유롭게 원하는 것을 마음껏 음미하는 마음 요기가 되어야 한다.
죽기 전에 꼭 해봐야 할 버킷 리스트(bucket list)의 대상으로 그리스 여행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칼럼니스트 김영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