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주말 경매가 시작된 2월 첫 주(2일), 잠정 가격에서 무려 42만5천 달러 오른 가격에 낙찰된 카슬힐(Castle) 소재 주택. 이 주택은 968스퀘어미터 넓이로 10년 전인 지난 2009년 53만 달러에 거래된 바 있다. 사진은 ‘Ray White Castle Hill’ 사에 등록된 매물.
올 첫 주말 경매... 전반적 시장 침체 속, 일부 경매 매물 크게 상회
호주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국가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올 들어 시작된 시드니 주말 경매(2월2일)에서 일부 매물은 현 시장 상황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기도 했다.
시드니 북서부, 카슬힐(Castle)에 있는 한 경매 매물이 바로 그 주택 중 하나였다. 약 50명이 모인 가운데 10시에 시작하기로 돼 있던 경매는 많은 수의 입찰 등록으로 다소 늦게 시작됐다. 이들 중 거의 절반이 입찰자였다.
경매 현장에 함께 한 이 지역 한 거주민은 “경매 현장에서 이렇게 많은 이들이 입찰을 한 것은 보기 드문 일이었다”고 말했다.
터크웰 로드(Tuckwell Road) 상에 자리한 이 매물은 85만 달러에서 경매가 시작된 후 20명 넘는 입찰자 가운데 7명이 2만 달러씩 가격을 제시하면서 금세 1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입찰자들의 제시 가격이 135만 달러를 넘어서자 경쟁자는 2명으로 줄었고 이들의 가격 제시가 잠시 이어지면서 140만 4천 달러에 이르렀다. 그리고 잠시의 침묵 후 한 입찰자가 1천 달러를 추가하면서 경매사는 낙찰을 알리는 망치를 울렸다. 이는 잠정 가격(98만 달러)에서 무려 42만5천 달러가 높아진 낙찰가였다.
이 주택은 968스퀘어미터 넓이로 10년 전인 지난 2009년 53만 달러에 거래된 바 있다.
이 주택은 이날 경매에서 이웃 거주민 시실리아 리에(Cicilia Lie)씨에게 돌아갔다. 자신의 주택을 매각한 뒤 이 주택을 낙찰받은 그녀는 “아주 평평한 블록으로 내가 좋아하는 주택을 새로 건축할 수 있다”면서 “아이들이 넓은 공간을 가질 수 있도록 좀 더 큰 집을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웃 주민인 건축업자 제임스 리우(James Liu)씨도 “새로 건축을 하기에는 아주 좋은 부지로 이 매물의 가치는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기차역과 쇼핑센터에서 멀지 않은 이런 주택은 장기적으로 가치가 하락하는 일은 결코 없다”고 덧붙였다.
매매를 진행한 부동산 회사 ‘Ray White Castle Hill’의 폴 콘티(Paul Conti) 에이전트에 따르면 이 매물은 소유자가 사망하면서 경매에 나온 주택으로, 소유자의 동생이 매매를 맡았다. 올해 94세인 그는 잠정가격을 100만 달러에서 110만 달러로 생각했지만 현 시장 상황을 감안해 98만 달러로 책정해 매물 리스트에 올렸다.
공중에서 내려다 본 카슬힐의 주택. 전체 부지는 약 4분의 1 에이커에 달한다. 사진 : Ray White Castle Hill
콘티 에이전트는 “매매 가격 가이드가 없는 경매였다”며 “우리가 이전을 기준으로 잠정가격을 책정했다면 오늘처럼 높은 가격에 낙찰이 이루어지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잠정가에서 크게 오른 가격에 낙찰됐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경매를 맡은 제임스 컬리(Jamea Kerley) 경매사는 “약 4분의 1 에이커 규모의 블록으로 지역 쇼핑센터와 새로 들어설 기차역이 가까이 위치해 있다”며 “편의시설이 인근에 있고 부지 또한 상당히 크다는 게 입찰자들의 시선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올해 첫 주말 경매가 시작된 이날, 시드니 전역에 매물로 나온 주택은 101채였으며 낙찰이 이루어진 수치는 집계되지 않았다.
한편 노던비치 지역(northern beaches region) 발골라(Balgowlah)의 더블브릭 주택은 같은 지역 거주민에게 214만 달러에 매매됐다. 이는 잠정가격에서 6만 달러가 낮은 금액이었다.
매매를 맡은 ‘McGrath Seaforth’ 사의 마크 그리피스(Mark Griffiths) 에이전트는 “결과가 어찌됐던 좋은 낙찰”이라고 말했다. 현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더 이상 입찰 가격이 오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시드니 남부, 얼우드(Earlwood)의 2개 침실 주택은 이날 경매에서 입찰자들의 제시 가격에 93만 달러에 이르렀지만 낙찰이 결정되지는 않았다. ‘Raine & Horne Bardwell Park’의 게리 번하트(Gerry Bernhardt) 에이전트는 “주택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벤더(vendor)들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잠정가를 책정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북서부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경매사 스튜어트 벤슨(Stuart Benson)씨는 “벤더들이 현재의 시장 침체 상황에서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당분간은 주말 경매에 나오는 주택 수가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