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로창현 칼럼니스트
불교와 관련된 용어 중에 '공양(供養)'이 있습니다. 공양은 본래 불법승(佛法僧) 삼보(三寶)에 대해서 공경하는 마음으로 향이나 등, 음식 등 공물(供物)을 올리는 것을 말하는데 불가에서는 '밥을 지어 올리거나 먹는 일'도 '공양한다'고 합니다.
오늘 뉴욕원각사 주지스님인 지광스님으로부터 재미난 얘기를 들었습니다. 절에선 ‘법공양’과 ‘밥공양’이 있다구요. 법공양은 법회에 참석하는 일이구요. 밥공양은 법회후에 식사시간을 재미있게 이르는 말입니다.
지광스님은 출가후 도미해 벌써 30여년 미국에서 전법활동을 하고 계신데 매사추세츠대학에서 철학(박사과정)을 공부하며 보스턴의 대표적인 사찰 문수사에서 약 13년을 사셨어요, 보스턴엔 한국 유학생들이 참 많아서 불자중에도 유학생이 상당수라고 합니다.
당시 일요일 법회가 열리면 법당에 모인 숫자보다 점심공양을 할 때 훨씬 많았다고 해요. 유학생들이 알뜰하기도 하고 절밥이 원래 맛있잖아요. ^^ 그래서 “법공양보다 밥공양이 인기있다”고 껄껄 웃으시더군요.
원각사에선 지난 3일 정초 입춘 신중기도가 시작되었는데 17일 회향을 하는데요, 매일 아침 예불과 기도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원각사는 뉴욕 한인타운에서 제법 먼곳이라 오실 수 있는 분들이 사실 거의 없어요. 덕분에 아침 기도시간엔 스님과 우리뿐이죠.
아직 여명이 밝기 전 고요한 법당은 스님의 타종(打鐘) 소리가 은은히 퍼집니다, 스님의 구성진 목탁과 염불에 맞춰 108배를 하다보면 어느새 이마엔 송글송글 땀이 맺히지요. 예불과 기도를 마치고 나면 오직 원각사에서만 누릴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 시작됩니다.
주지스님이 직접 갈아주시는 원두커피가 기가 막히거든요. 새벽기도에 참여하면 꼭 주지스님과 함께 커피나 다양한 차를 함께 합니다. 솔직히 기도후에 차 한잔 하며 스님과 나누는 대화의 시간이 얼마나 좋은 지 몰라요. 이번엔 푸에르토리코 커피와 어떤 불자님이 주셨다는 아프리카 케냐 커피도 맛볼 수 있었답니다.
마침 기도기간중 워싱턴 연화정사에서 선명스님이 올라왔어요. 요즘 선명스님은 주로 연화정사에 머물며 그곳 불자들을 만나는데요. 모처럼 친정인 원각사에서 일주일정도 함께 할 수 있었답니다. 덕분에 예불후에 선명스님이 직접 만드는 정성 가득한 아침 공양의 호사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베이글 혹은 토스트에 과일과 다양한 치즈 등을 맛나게 차려주시는 성찬에 정말 행복했어요.
대략 이런 수준 ^^
선명스님이 연화정사로 가신다길래 목요일 아침은 ‘크래커&배럴’에서 저희가 대접도 할 겸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7시반쯤 도착했는데 우리가 첫 손님이더군요.
‘크래커&배럴’은 아주 독특한 체인 레스토랑입니다. 어떤 곳이든 똑같은 형식인데 우선 입구엔 판매용 흔들의자들이 도열해 있구요. 문을 들어서면 식당이 아니라 작은 숍이 나옵니다. 집안 장식품부터 과자, 옷에 이르기까지 작은 만물상이라 할 정도로 다양한 상품들이 천정까지 매달려 있는데요. 값도 저렴하고 앙증맞은 소품들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지요.
식당은 안쪽에 있는데 올드타이머들에겐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소품과 장식물이 한가득이어서 처음 온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래집니다. 수십년전 미국식당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죠. 식탁엔 가볍게 게임을 즐길수 있는 작은 체스판도 있고 저녁시간엔 호롱불을 켤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메뉴와 가격이지요. 미국의 대중식당인 다이너(Diner) 수준 가격에 아이합(I Hop)보다 맛있다면 너무 주관적인 평가일까요. ^^ 암튼 ‘크래커&배럴’을 안가보셨다면 꼭 한번 체험해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아, 그리고 여기 처음 갔을 때 보통의 미국 식당처럼 테이블에서 계산하는게 아니라 계산서를 들고 가게쪽 카운터로 가서 하는 것도 이색적이었어요. 물론 팁은 테이블에 놓아도 되고, 계산할 때 함께 해도 되구요.
선명스님과의 작별시간, “스님이 만들어주시는 맛난 아침이 소문나서 불자들이 많이 올 것 같은데요” 하자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이른 아침 신성한 마음으로 예불하고 명상을 마친후 아침공양을 대중과 함께 하면 얼마나 좋아요. 100명요..빵과 커피만을 만들지라도 저는 할 수 있어요.”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창현의 뉴욕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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