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가 중국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Huawei)의 통신장비 수입을 금지하자 중국인들이 뉴질랜드 관광을 거부하고 나섰다. 사진은 호주 타스마니아의 와인글라스 베이(Wineglass Bay)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
중국, 뉴질랜드 관광수입 상위 2위 국가... 남중국해 견제 발언도 한 몫
지난해 뉴질랜드가 중국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Huawei)의 통신장비 수입을 금지시킨 가운데, 중국 관광객 감소로 뉴질랜드가 관광 산업에 직격탄을 맞았다는 소식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Huawei)가 통신장비에 ‘백도어’(인증없이 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유출해가는 장치)를 설치하여 중국 정부의 스파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중국 주변국들을 상대로 5G 사업에 화웨이를 배제시킬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호주와 뉴질랜드, 일본 등은 정부 통신장비 구매시 화웨이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중국의 국영 미디어 ‘글로벌타임스’(Global Times)에 따르면 뉴질랜드 모바일 회사 ‘Spark’가 5G 업그레이드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중국인들이 이에 대한 보복으로 뉴질랜드 여행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또한 중국과 뉴질랜드 간의 정치적 관계도 교착상태에 빠지게 됐다고 전했다.
빅토리아 대학교 웰링턴(Victoria University of Wellington)의 로버트 아이슨(Robert Ayson) 전략과 교수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화웨이 사건에 대한 불쾌감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슨 교수는 “화웨이는 전 세계 정보기술 분야를 선도하고 싶은 중국의 꿈을 실현해나가고 있는 중심 기업”이라며 “화웨이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중국이 IT 분야에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뉴질랜드를 여행하는 중국인 관광객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2023년까지 그 수가 두 배로 늘어 연간 91만3천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해 양국은 ‘중국-뉴질랜드 관광의 해’라는 여행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중국은 관광을 통한 양국의 경제적 유대관계가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으며, 4년 안에 매년 23억 뉴질랜드 달러의 이득을 창출해 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갑자기 해당 파트너십을 연기한 상태다.
지난해 중국은 ‘2019 중국-뉴질랜드 관광의 해’라는 여행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양국 간 경제적 유대관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중국 정부는 갑자기 해당 파트너십을 연기한 상태다. 사진은 해당 파트너십 관련 웹사이트.
중국 정부, 외교 분쟁에는
‘관광 보이콧’이 무기
과거에도 중국 정부는 국제 외교관계에 문제가 발생할 때 관광을 무기로 사용하곤 했다. 2017년에는 중국 정부가 대만과의 외교적 긴장관계를 이유로 태평양 섬 팔라우에 국영 패키지 투어 상품을 금지한 바 있으며, 지난해에는 평창동계올림픽을 몇 달 앞두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사드)를 이유로 중국인들이 한국을 관광하지 못하도록 하는 비공식적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당시 중국의 ‘관광 보이콧’으로 두 나라는 모두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뉴질랜드 관광청에 따르면 중국은 뉴질랜드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이며, 중국인 관광객은 뉴질랜드 관광수입에 두 번째로 크게 기여하고 있다. 심지어 동 관광청의 웹사이트에는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대처방법과 관련된 별도의 섹션도 마련되어 있다.
아이슨 박사는 “중국이 뉴질랜드에 대한 보복으로 이보다 더한 것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중국이 뉴질랜드를 관광허가지역(Approved Destination Status. ADS)에서 제외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아 외교관계를 지속할 의도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관광허가지역(ADS)에 포함된 국가에서는 중국 국영 여행사들이 단체여행 관광 사업을 운영할 수 있어 상당한 수의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
아이슨 박사는 “중국이 뉴질랜드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을 생각은 없어 보인다”면서 “뉴질랜드가 이번 일을 계기로 중국에 대한 접근법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Jacinda Ardern) 총리(사진). 아던 총리는 교착상태에 빠진 양국간 외교와 관련, “중국과의 관계는 복잡하다”라고만 언급했다. 사진: aap
아던 뉴질랜드 총리,
“중국과의 관계는 복잡해...”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Jacinda Ardern) 총리는 “중국과의 관계는 복잡하다”고 말했다. 아던 총리는 중국 방문 계획을 미루는 등 몇 달 간 양국 간의 외교적 긴장 관계가 지속된 후 뉴질랜드 TV채널인 TVNZ에 출연해 이 같이 말했으며, 보다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아이슨 박사는 “화웨이 사건이 중국 관광객들의 뉴질랜드 여행 보이콧의 유일한 이유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남중국해와 관련한 뉴질랜드 정부의 견제성 발언도 이번 일에 한 몫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이제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뉴질랜드 정부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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