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이 대부분 개강하면서 본격적인 2019학년도를 맞았다. 2019학년도는 그 어느 해보다도 정부 당국과 일선 학교 간에 격렬한 대결 양상이 예상된다. 30년 만에 가장 대폭적인 교육 개혁안에 대해 많은 학교들이 어떤 댓가를 치르더라도 저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30년 만에 가장 대폭적인 교육 개혁안
교육부는 지난해 4월 전반적인 교육 시스템을 검토하기 위해 발리 헤이큐(Bali Haque) 전(前) 교장을 팀장으로 하는 독립적인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이는 지난 1989년 데이비드 랭(David Lange) 노동당 정부 시절 도입한 ‘투모로우 스쿨(Tomorrow’s Schools)’ 학교자율 교육 모델이 30년이 지난 현재 성공적이라는 증거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이 태스크포스팀은 현행 교육 시스템이 마오리와 퍼시픽 아일랜드 가정 출신의 빈곤한 환경에 있는 학생들과 이민자 학생들을 교육시키는데 실패했고 학생들간의 격차를 벌려 놓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헤이큐 팀장은 “우리는 불건전한 경쟁을 장려하는 교육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며 “학교간 통제불능의 경쟁과 인종차별주의적 등록 정책으로 인종과 경제적 차별을 가져 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개별 학교간 경쟁보다 중앙화 및 공동화를 제시했다.
태스크포스팀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교육 개혁안에 따르면 교장 임명을 포함한 현행 학교관리위원회의 역할을 대부분 대신할 20개 지역교육위원회를 신설하는 것을 권고했다.
각 지역교육위원회는 약 125개 학교들을 관할하고 교장과 교사들을 채용하며 5년 임기가 끝난 교장을 다른 학교로 이동시킬 수 있다.
학교관리위원회는 지역교육위원회가 임명한 교장을 거부할 권리를 가지게 된다.
지역교육위원회는 학군외 등록을 제한함으로써 관할 모든 학교의 규모를 통제할 수 있고 현행 학교관리위원회의 권한인 학생 퇴학도 결정하게 된다.
교육 개혁안은 또 중학교를 폐지하고 7-10학년의 주니어 컬리지와 11-13학년의 시니어 컬리지, 또는 1-8학년의 풀 프라이머리(full primary) 학교와 9-13학년의 풀 세컨더리(full secondary) 학교로 개편하도록 하고 있다.
‘데실(decile)’을 기준으로 하는 공립학교 지원금 배정 방식을 폐지하고 개별 학생들의 실패 위험도에 근거한 새로운 정부지원금 배정 제도도 교육 개혁안에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사회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한 학생들에게 지원되는 정부지원금이 현행 전체의 3%에서 6%로 두 배 늘어나는 한편 부유한 지역 학교들에게는 지원금을 늘리지 않아 학부모에게 기부금을 더욱 많이 받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뉴질랜드학위관리국(ZNQA)와 학교심사사무소(ERO)를 폐지하고 교육부와 신설되는 지역교육위원회 및 교육평가사무소(EEO)가 관련 업무를 분담하도록 제안했다.
찬성파 "교육 자원 효율적으로 배분"
현행 교육 시스템의 모태가 되는 ‘투모로우 스쿨’이 도입된 지 30년 만에 가장 대폭적인 이번 교육 개혁안에 대해 교육계에서도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뉴질랜드교육협회 린다 스튜어트(Lynda Stuart) 회장은 “대담하고 대폭적인 교육 개혁안을 환영하고 변화가 가져올 기회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학생 정원이 제한되고 정부지원금이 빈곤한 학생에 근거하여 배정되며 교장과 교사들이 필요로 하는 학교에 이동함으로써 비인기 학교들이 인기 학교들과 동등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이다.
중학교가 폐지됨으로써 학생들이 단지 2년 만에 학교를 옮겨야 하는 불안정성을 피하고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높은 기부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교장협회의 훼투 코믹(Whetu Cormick) 회장은 새로운 지역교육위원회의 지원을 반겼지만 교장의 5년 임기제와 중학교 폐지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했다.
오네훈가(Onehunga) 고등학교 교장이자 중등교장협회 부회장인 데이드레 쉬아(Deidre Shea)는 학교관리위원회가 교장을 임명하는 현행 시스템이 가끔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며 새로운 지역교육위원회를 지지했다.
쉬아 교장은 이번 교육 개혁안은 각 지역에 교육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자 하는 취지로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낮은 데실 학교들에 더욱 많은 지원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학교에 대한 권한이 대폭 줄어드는 학교관리위원회는 이번 교육 개혁안을 환영하고 있는 분위기다.
학교관리위원회연합회 로레인 커(Lorraine Kerr) 회장은 “보건과 안전, 채용, 시설 유지보수 등과 같은 업무를 지역교육위원회에 이관함으로써 학교관리위원회는 모든 학생들을 지원하는데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에서 정학받은 학생들의 퇴학 결정이 지역교육위원회에서 이루어짐에 따라 더욱 많은 학생들이 다시 학교에 다닐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대파 "스탈린주의적 발상"
교육 개혁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보다 높은 데실과 전통 깊은 학교들에서 나온다.
오클랜드 그래머 스쿨(Auckland Grammar School)의 팀 오코너(Tim O’Connor) 교장은 “교육 개혁안은 공교육과 모든 학생들이 가지는 기회에 대한 심각한 공격이다” 며 “어떤 댓가를 치르더라도 시행되지 않도록 막겠다”고 밝혔다.
학군외 등록을 제한하면 많은 학생들이 그들이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NCEA 레벨 1이 시작되는 11학년에 학교를 옮기는 개편은 학생들에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아본데일 컬리지(Avondale College)의 브렌트 루이스(Brent Lewis) 교장은 모든 법적 책임이 학부모들에 의해 선출된 학교관리위원회에서 정부에 의해 임명된 지역교육위원회로 이관시킨다는 것은 스탈린주의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맥클린즈 컬리지((Macleans College) 스티븐 하그리브스(Steven Hargreaves) 교장도 제안된 변화는 뉴질랜드 학교 시스템을 파괴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교육 개혁안은 상당 부분 1989년 도입된 ‘투모로우 스쿨’ 이전 형태로 돌아가는 것으로 이번 변화의 가장 큰 수혜자는 사립학교들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투모로우 스쿨’ 이전에는 사립학교에 대한 수요가 높아 전체 학생의 4.1%가 등록했으나 ‘투모로우 스쿨’이 도입된 지 30년이 지난 현재 3.4%로 떨어졌다.
야당인 국민당도 정부의 교육 개혁안에 반대하고 나섰다.
사이몬 브릿지스(Simon Bridges)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정연설에서 “교육을 완전히 중앙화하고 학교관리위원회를 무력화하여 학교의 선택을 감소시키려는 정부의 계획에 맞서 싸울 것” 이라고 밝혔다.
국민당은 지난 8일 해밀턴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40회의 대중 집회를 가질 계획이다.
태스크포스팀은 4월 7일까지 대중으로부터 의견을 받아 4월 30일까지 최종 보고서를 크리스 힙킨스(Chris Hipkins) 교육장관에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