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헨 청문회 증언 충격파와 반 트럼프 세력 불만 억제 노린 듯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북미 2차정상회담 ‘결렬’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기에, 한반도 냉전 유지를 바라던 한.미.일의 극우 세력 및 미국의 북미 관계 개선을 싫어하는 세력을 제외한 대부분 남북 동포들,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들은 허탈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결렬 후 북한이 대북제재를 전면 해제하라는 무리한 요구로 판이 깨졌다며 결렬 책임을 북한에 넘기는 기자회견을 했다.
▲ 필자 김현철 기자 |
그러나 북한 외무상 리용호는 억울해서 잠을 못 이룬 듯, 전례 없이 이날 늦은 밤 자정 무렵 기자들에게 “우리가 요구한 것은 유엔 제재 결의 총 11건 가운데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채택된 5건, 즉 그 중 민수경제와 인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이 자리에서 전체 북한 핵 중 70%가 넘는 핵의 심장 ‘영변핵시설까지 폐기하겠다’는 엄청난 북한의 제안을 뿌리친 미국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했다.
마이클 코헨에 덜미 잡힌 트럼프
다행히 세계 3대 통신사 중 하나인 미국의 < AP > 통신은 3월 1일, 하노이 회담에 참석했다가 필리핀을 향하던 폼페이오와의 팩트체크(사실확인) 결과, 북한 측의 주장이 사실이었음을 확인, 트럼프가 또 거짓말을 했음을 알아냈다.
트럼프는 이번 회담 성공이 확실함을 믿어, 가보로 남길 합의문 서명 때 쓸 데스크까지 가져왔음에도, 국내 사정이 회담을 결렬시켜야만 자신에게 득이 될 것이라는 확신에 북한이 거부할 내용을 회담 도중 일부러 첨가한 것이다.
당시 미국 국내 상황은, 바로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오랜 세월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헨이 의회 청문회에서 “트럼프는 인종차별주의자, 사기꾼, 협잡꾼” 등 각종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토대로 한 6시간의 긴 증언을 여러 방송이 생중계, 트럼프의 국내 입지는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
애당초 트럼프는 코헨의 증언 보도가 하노이 정상회담 뉴스에 가려 빛을 못 볼 줄로 착각, 회담 날짜와 코헨 증언 날짜를 동시에 잡아 코헨의 증언 뉴스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목적이었으나 현실은 그 반대였음을 뒤늦게 간파한 것이다.
다급해진 트럼프는 이 위기를 벗어나는 방법으로 전 세계가 예상하고 있는 하노이 회담 성공 결과를 거꾸로 뒤엎어 기사가치를 높일 필요성과 또 ‘김정은에 끌려 다닌다’는 반트럼프 세력의 주장을 잠재우는 일석이조의 효과까지 계산했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이 앞으로 트럼프의 재선에 꼭 필요한 제3차 정상회담 불참 등의 보복수단을 쓸 경우, 다가오는 재선 준비 등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어 트럼프로서는 난감해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너무 다급해진 트럼프는 회담 결렬 직후 귀국 비행기 안에서 문 대통령에게 30분 동안이나 전화통화, 김정은과의 대화 결과를 알려주는 등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부탁하는 수밖에 없었다.
머지않아 있을 3차정상회담은 이미 양국 수도에 연락사무소 개설까지 합의한 상태라 실패할 수 없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트럼프의 회담 결렬 결정으로, 일시적으로나마 코헨 관련 뉴스에 따른 위기에서 회생하는 수확이 있었다. 그런가하면 김정은이 얻은 수확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누가 뭐래도 트럼프와 두 차례나 정상회담을 마쳤고, 핵보유국 중에서도 최고 핵보유국 원수에 걸맞는 거물급으로 우뚝 서버렸다. 거기에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라는 수확도 거두었다.
김정은이 대미외교에서 당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
한편 <뉴욕메거진>이 지난 2014년 존 포데스타 (빌클린턴 전 대통령의 2009년 8월 5일 방북 때 수행함) 오바마 당시 백악관 선임 고문과의 인터뷰 기사를 떠올리면 북한의 김정은이 대미 관계에서 당당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을 다소나마 엿볼 수 있다.
<뉴욕메거진>은 당시 기사에서 클린턴의 사진을 곁들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공개, 미군 지휘부를 놀라게 했다.
포데스타는 인터뷰에서 당시 김정일 국방 위원장이 클린턴에게 이미 북한군에 실전 배치된 비공개 신비밀병기 ‘이온특수비행체’(일종의 미확인비행물체로 불리는 UFO의 일종, 현재 북한 우주군에 2개 군단 병력 보유)를 자세히 설명해 준 사실을 밝혔다.
당시 북한의 의중은 클린턴이 귀국 후 오바마에게 북한의 이온특수비행체 관련 정보를 전달, 북한에 경거망동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오바마는 임기 8년 간 대북문제에 관한 한 ‘전략적 인내’라는 어정쩡한 이유로 납작 엎드려 있었다.
김정일이 설명하는 동안 클린턴은 벌을 받는 학생처럼 앞에 두 손을 모으고 경직된 차렷 자세로 경청했는데, 북한 측은 다른 각도로 찍은 사진 세장을 폼페이오의 4차 방북 때 보여줘 그의 기를 꺾었다.
클린턴 이후 10년, 북한 이외의 어느 나라도 아직 ‘이온특수비행체’ 개발을 못 하고 있다.
북한은 이번 경험을 거울삼아 대미외교에 있어 보다 유연한 자신감으로 ‘경제의 절박성’ 자세에서 과감히 탈피, 압도적으로 우수한 군사력을 지렛대 삼아 유연한 ‘당근과 채찍’ 외교력을 발휘한다면 이번과 같은 미국의 ‘오만’과 ‘결례’는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