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거주 산악인 이용학씨(맨 오른쪽)가 열한 번째로 히밀라야를 찾았다. 본지 후원으로 고령의 동포 5명과 동행한 이번 트레킹 도전은 많은 어려움이 예상됐으나 강한 의지로 애초 목표한 랑탕 히말라야(해발 4,400m)와 고사인쿤드(해발 4,400m)를 무사히 완주했다.
히말라야는 지친 영혼이 쉬어 가는 곳...
동포 산악인 이용학씨가 <한국신문> 후원으로 고령의 동포 5명과 함께 히말라야 등정대를 구성, 다시금 랑탕 히말라야(해발 4,400m)와 고사인쿤드(해발 4,400m)에 도전, 트레킹을 마치고 귀국했다. 랑탕 히말라야는 지난 2012년 본지 후원으로 등정, 이용학씨가 본지에 후기를 연재하며 소개한 코스로, 히말라야 트레킹 명소로 꼽히지만 그 어떤 코스보다 힘들고 고된 여정으로 알려진 곳이다. 특히 이번 등정에는 시드니에 거주하는 고령자들이 참여, 우려가 많았지만 모든 이들이 아무런 이상 없이 목표한 지점을 완주, 눈길을 끌었다. 그의 등정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처음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와 <한국신문>에 여행기를 연재한 지 벌써 1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케냐(Kenya)에 있는 킬리만자로(Mount Kilimanjaro)를 비롯해 수없이 히말라야를 오르고, 또 <한국신문> 후원으로 트레킹을 마친 후 그 여행기를 연재한 것만도 5회가 된다.
50대에 다시 산행을 시작해 70대에 들어서까지 줄기차게 다녔으니 산에 대한 갈증은 ‘히말라야 중독’을 넘어 마치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양 ‘치매증상’으로 번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설령 그렇다면 이 증상이 심해진 것은 분명한 듯하다. 50대 때 다시 산행을 시작한 후 거의 2년 주기로 히말라야를 찾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 주기가 1년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두 차례나 다녀왔으니...
하긴, 이제 삶의 끝을 향해가는 나에게 산에 대한 열정이 남아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맙고 축복된 일인가. 나는 산에서, 저항할 수 없는 자연의 힘 앞에서, 무너져 내리는 고통과 이를 극복한 뒤의 환희, 함께 한 이들과의 끈끈한 우 정속에서 삶의 존재를 찾았고 힘들게 오른 정상에서 다음을 기약하며 다시 오르고 싶은 욕망을 키웠다.
히말라야 산속 깊은 산장의 난로 가에서 혼자 홀짝거리는 ‘락씨’(네팔인들이 마시는 대중적인 술)가 주는 지독한 외로움도 많았지만 이제는 거기에 함께 동행하는 악우(岳友)가 있어 행복하다. 이번 트레킹에 참여한 이들은 호주동포 지인들로, 60대 후반 2명(여성), 70대 초반 2명, 70대 후반 1명(남성)으로 이루어진 실버등반대였다.
팀원 가운데 조병준씨(72) 부부가 있다. 이 친구는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척추수술, 암 수술 병력이 있다. 2년 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4,130m)에 나와 함께 한 바 있는데, 행여 중간 정도 까지만 이라도 갔으면... 하는 했지만 별 무리 없이 목표 지점에 오르고 나더니 이번 트레킹에서도 2년 전의 경험을 살려 고산병 초기증세를 이겨내고 보란 듯 성공했다. 그와 달리 60대 후반의 부인은 젊은이 못지않은 체력의 소유자였다.
김해진씨(78) 부부. 가장 연로하신 분이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번 트레킹 8일간의 일정 동안 매일 8시간의 고된 산행과 고산병을 극복한 정신력과 체력이 대단한 분이다. 부인은 60후반인데 트레킹 초반에 설사로 고생해 체력이 떨어졌음에도 정신력으로 이겨내 감탄을 주었다. 히말라야 트레킹이 처음이지만 한 명의 낙오자 없이 성공했다는 게 너무 기뻤다.
만년설에 덮힌 랑탕 히말라야. 히말라야의 많은 트레킹 코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진 반면 가장 힘든 코스이기도 하다.
이번 목적지는 지난 2012년 다녀온 뒤 <한국신문>에 연재했던 랑탕 히말라야이다. 랑탕 히말라야와 고사인쿤드 두 곳을 연속 트레킹 해야 하는 곳이어서 걱정에 앞서 신경써야 할 부분도 많았다. 우선 체력적으로 4,400m를 내려 왔다가 다시 올라가야 하는 코스로,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이 때문에 두 번째 트레킹 후에는 헬리콥터로 하산하기로 결정한 게 ‘신의 한수’였다. 2년 전에는 랑탕에서 카투만두 하산까지 3일 일정을 헬기로 40분만에 내려와 총 14박15일이 소요됐었다.
사실 계획을 세울 때부터 고산병과 체력 안배에 신경을 많이 썼다. 젊은 사람도 힘든 산행을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던 것은 팀워크가 좋았고 나의 말을 잘 따라준 때문으로, 이런 점에서 이번 팀원들에게 너무나 감사한다.
또한 예전처럼 이번 트레킹에서도 한국요리를 할 수 있는 요리사를 대동해 매끼마다 한식을 먹을 수 있었던 것도 성공 요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트레킹을 마치고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건만, 일행 모두가 올 11월에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430m)를 가자고 하니 그들 또한 ‘히말라야 병’이 단단히 들었나보다. 특히 김해진씨는 이 나이에 상상 속에서 그리던 히말라야를 올랐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안 나고 꿈을 꾸었던 것 같다고 감격해 한다.
이런 우리에게 적합한 말이 있다. ‘어디든 가슴 떨릴 때 다녀야지 다리 떨리면 다니질 못하니 기회 있을 때가 아니라 만들어서라도 다녀야한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환상에 젖어 히말라야를 찾는다. 또한 환상 속에서 잃어버린 나를 찾았을 때 가슴 떨리는 경험을 한다. 히말라야는 지친 영혼이 쉬어 가는 곳. 눈부시게 빛나는 하얀 만년설 봉우리가 또, 나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