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해외동포들을 복수국적 범법자(犯法者)로 만들텐가요?"
세계한인언론인 최대 행사에서 복수국적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하는 언급이 나왔다. 24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막한 2015 재외동포언론인대회에서 재언협(재외동포언론인협회) 김훈 회장(영국 유로저널 발행인)은 복수국적과 관련한 과감한 발언으로 주목(注目)을 받았다.
세계한인언론인 최대의 행사인 이번 대회는 26개국 60개 한인언론사 대표와 기자, 국내 관계자 등 1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28일까지 5일간 서울과 고양시, 제주, 경남에서 순환 개최된다.
이번 대회가 재외동포사회의 최대 현안인 '복수국적 범위확대에 따른 정책현안과 대책'을 주제로 삼고 있지만 김훈 회장이 개막식 첫날부터 민감한 의제를 건드린 것은 재외동포사회는 몰론, 모국에도 ‘윈-윈’이 될 수 있는 최대 현안이기 때문이다.
김훈 회장은 "해외동포들이 삶의 터전에서 불가피하게 취득한 복수국적은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는한 모국에선 범법행위로 간주되고 있다. 한국여권을 사용해 출입국 관리소를 통과하다 적발되면 출입국관리법에 의해 중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복수국적 문제는 우리 정부가 주장하는 법리 및 외교적 현안과 국민의 정서에 반한다는 주장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재외동포언론인들은 이번 대회에서 정부와 국민들을 설득할 있는 대안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알려진대로 복수국적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부분의 국가에서 합법이다. 유럽 미주에선 국적인 서너개인 사람들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2011년 만 65세 이상의 재외동포와 우수인재에 대해 외국국적 불사용 서약을 전제로 복수국적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재외동포들의 평등권을 위배하고 모국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복수국적 문제는 사회 일각의 원정출산(遠程出産)이나 병역기피(兵役忌避) 현상에 따른 거부감에서 비롯된게 사실이다.
한 재외언론인은 "해당국에서 터잡고 사는 재외동포들은 원정출산이나 병역기피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다. 복수국적을 부여하면 국민으로서의 권리만 누린다고 오해하는데 의무도 갖는다는 왜 생각안하는지 모르겠다. 복수국적이 허용되지 않아 한국 국적을 포기(抛棄)하거나 거주 국적을 딸 수 있는 사람들이 유보(留保)하는 것은 모국에도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구초심(首丘初心)이란 말이 있다. 아무리 외국에서 오래 살고 현지 국적을 취득해도 모국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은 식지 않는다. 복수국적이 허용된다면 열중 아홉은 거주국의 참정권을 통해 모국에 힘이 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2007년 미하원에서 만장일치(滿場一致)로 통과한 위안부결의안을 비롯해 위안부기림비 건립운동, 버지니아주의 미공립학교 교과서 동해병기안 채택 등 미국의 정치인들을 움직인 것은 다름아닌 미국의 참정권을 가진 재미동포들의 풀뿌리 로비덕분이었다.
또다른 재미언론인은 "미국의 선거에 참여해 한인사회의 목소리를 전하고, 모국을 위해 친한파 정치인들을 밀고 싶어도 우리나라 국적을 버리기 싫어서 20년 넘게 영주권만 갱신(更新)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과거 전범역사를 부정하고 거침없이 우경화의 길로 가는 일본의 아베 정부를 통제할 수 있는 지구상 유일한 나라는 미국이고 이 미국을 유리하게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은 다름아닌 재미 한인유권자들이다. '중동의 화약고' 속에서 이스라엘을 미국이 한사코 엄호(掩護)하는 것도 미국 시민권을 가진 이스라엘 국민들이 존재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재외동포언론인협회는 "전면적인 복수국적 시행이 어렵다면 현행 65세 이상으로 된 허용연령을 왕성한 사회활동으로 모국에 기여할 수 있는 연령대인 45세 이상으로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정치인들의 전향적인 자세를 주문했다.
<재언협 공동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