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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도심 한복판에서 일본군 성 노예 문제를 알리는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실천 추진위원회’ 회원들. ‘세계 여성의 날’을 기해 시드니 도심, 하이드 파크(Hyde Park) 일대에서 현지 여성 단체들과 함께 한 진행된 거리 행진을 통해 이들은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배상을 요구했다. 사진 :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실천 추진위원회.

 

‘시소추’ 회원들, ‘세계 여성의 날’ 기해 현지 여성 단체들과 거리 행진

 

1908년 3월8일, 미국 1만 5000여 명의 여성 의류 노동자들이 뉴욕의 루트커스 광장에 모여 선거권과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대대적인 시위를 벌였다. 당시 시위에서 여성 노동자들은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고 외쳤는데, 여기서 빵은 남성과 비교해 저임금에 시달리던 여성들의 생존권을, 장미는 참정권을 뜻하는 것이었다. 당시 미국 여성 노동자들은 먼지가 가득한 최악의 현장에서 하루 12~14시간씩 일해야 했으나, 선거권과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 등 기본적 권리도 부여받지 못했다. 이에 봉기한 전 의류 노동자들의 시위는 결국 1910년 ‘의류노동자연합’이라는 조직 창설로 이어졌다.

이는 유럽 및 소비에트 연맹을 비롯해 전 세계로 확산됐고, 매년 남녀차별 철폐와 여성 지위 향상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더욱 확대돼 갔다. 이에 유엔은 1975년을 ‘세계 여성의 해’로 지정하고 1977년 3월 8일을 특정해 ‘세계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로 공식화했으며, 이를 기해 전 세계에서는 여성의 권리를 목적으로 하는 다양한 이벤트가 이어진다.

시드니에서도 매년 이 날이 되면 각 산업계 노동조합, 여성 단체 및 학생들이 동일임금 지급, 젠더(gender)폭력 근절, 성적 다양성 존중, 낙태권 등을 요구하며 거리 행진을 펼치고 있다. 이에 맞춰 시드니 기반의 사회단체 중 하나인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실천 추진위원회’(대표 염종영, 이하 ‘시소추’)도 지난 주 토요일(9일) 하이드 파크(Hyde Park)에서 시작된 거리 행진에 참가, 현지 여성 단체들과 함께 일본군 성 노예 문제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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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행진에 앞서 하이트 파크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요구(일본의 공식 사과)를 대신 외치는 시소추 회원들. 사진 :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실천 추진위원회.

 

이날 행진에 참가한 시소추 회원 30여 명은 한복과 애쉬필드 연합교회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마스크를 착용, ‘살아 있는 소녀상’으로 분장했으며, 인권활동가이자 일본군 위안부였던 네델란드계 호주인 얀 루프-오헤른(Jan Ruff-O’Herne) 할머니(96세)의 “우리는 ‘위안부’가 아니다. 우리는 강간 피해자이다. 일본의 정치지도자들은 이러한 전쟁범죄를 자기 나라의 역사에 알려야 한다”는 말을 담은 현수막을 앞세운 뒤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배상을 요구해 현지인들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행진에 참가한 시소추 회원 강병조씨는 “이날 ‘살아있는 소녀상 퍼포먼스’에 참여한 4명의 한인 2세대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활동에 매우 감동했다”며 “일본군 성노예 제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끌어내 정의를 이루려는 우리의 행동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소추는 지난 2016년 8월 6일, 해외 지역에서는 네 번째이자 호주에서는 첫 번째로 시드니 애쉬필드 연합교회(Ashfielf Uniting Church)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웠으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과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위한 국내외 연대 및 인간의 존엄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사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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