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경제관 련수행원들이 하이퐁을 다녀왔다고 한다. 하이퐁은 LG와 포스코 등 여러 한국기업들이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곳이라 한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하이퐁에 자리잡은 많은 기업 가운데 북한측이 둘러본 곳은 빈패스트 자동차 공장과 빈에코 농장이다. 이 두 회사는 모두 빈그룹에 속해있다. 빈그룹은 베트남에서 부동산개발부터 스마트폰까지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는 큰 비즈니스 그룹으로 알려져 있다.
빈그룹은 역사가 그리 길지는 않다. 독특하게도 1993년 우크라이나에서 시작했다. 러시아에서 유학했던 팜 느엇 브엉(Pham Nhat Vuong)은 작은 식당을 운영하다가 테크노컴이라는 식품업체를 설립하면서 사업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우크라이나에서 라면 미비나(Miniva)로 소위 대박을 친 후, 2000년 베트남으로 돌아온다.
팜회장은 혼 트로 관광무역회사(현재 사명 빈펄: VinPearl JSC) 설립을 시작으로 2002년에는 빈콤, 2006년에 빈펄 랜드 놀이공원 등을 설립하며 빠르게 사세를 확장했다. 2007년에는 빈콤을 호치민 주식시장에 상장시켰고, 2012년에는 의료분야와 교육사업에도 잇달아 진출했다.
2014년엔 빈홈스와 빈마트로 주택사업과 소매업에 발을 딛었다. 부동산과 주택사업으로 지역 및 도시개발을 진행하면서 빈마트나 쇼핑몰, 학교와 의료서비스까지 함께 제공할 수 있게 됐다. 2015년 첨단 농업을 선보이는 빈에코와 전자제품 판매 빈프로를 런칭했다. 급속한 성장을 거듭하던 빈그룹은 2017년 마침내 자동차와 오토바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가 바로 북한이 방문한 빈패스트다.
베트남에서 가장 부유한 사업가이자 포브스 전세계 부호 500인에 선정될 정도로 성공한 팜 회장의 다각화 행보는 멈추지 않고 있다. 빈파와 빈스마트, 빈테크를 설립해 제약분야와 스마트기기 분야까지 접수하려 노력중이다. 출장이나 여행 등을 위해 하노이나 호치민과 같은 도시나 푸꾸옥 같은 휴양지에 발을 내딛을 때, 베트남 어느 곳에서나 빈그룹을 마주치지 않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숫자를 통해 빈그룹의 성과를 들여다보자. 2018년 연말 기준으로 빈그룹은 모두 67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총매출은 122조6480억동, 우리 돈으로 약 6조원에 이른다. 5년 전인 2014년과 비교해 3.2배 이상, 연평균 44%의 성장률을 기록해왔다.
무분별하게 다각화를 진행하는 기업들이 대체로 덩치만 키우고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빈그룹은 달랐다. 2015년 순이익 3조1590억동에서 2018년 6조동을 넘어섰다. 매년 17.7% 이익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영업이익률이나 ROE 등 수익성 지표가 향상되고 있다. 이런 성과는 매년 6% 이상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는 베트남 시장에서 중산층의 증가와 도시화에 맞는 사업부문을 적극적으로 공략한 전략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해 연말 첫 스마트폰을 출시한데 이어 올해 빈패스트의 첫 자동차가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야심차게 도전한 자동차와 스마트폰, 제약업에서의 성과에 따라 향후 빈그룹에 대한 평가는 달라지겠지만, 국내 제조업을 육성하려는 베트남 정부의 정책과 시장의 성장잠재력이 큰 만큼 빈그룹에 대한 전망은 아직까지는 ‘맑음’이다.
[라이프플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