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약품 동남아 최대 수입국
대웅제약은 이달 초 베트남 2위 제약사 트라파코에 우루사를 포함한 의약품 8종의 생산 기술을 이전하기 시작했다. 연내 생산 기술 이전을 끝내고 내년에는 트라파코 측이 현지 허가 등 절차를 마치면 2021년부터 트라파코의 베트남 공장에서 위탁 생산을 시작한다.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춰 본격적인 베트남 시장 공략에 나서는 것이다. 대웅제약은 2017년 말 트라파코 지분 15%를 인수해 주요 주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새로운 ‘파머징 시장'(신흥 제약 시장)으로 떠오른 베트남에 국내 제약사의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베트남에는 대웅제약, 종근당, 대원제약 등 10여 기업이 현지 법인이나 대표 사무소를 두고 있다. 베트남에 의약품을 수출하는 기업은 60곳 이상이다.
현재 연 5조원 규모인 베트남 제약 시장은 내년에 8조원까지 급팽창할 전망이다. 우리로서는 호기(好期)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국가 가운데 한국이 가장 많은 의약품을 수출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재국 제약협회 상무는 “한국 기업은 과거 베트남에 주로 수액과 같은 기초 의약품을 수출했지만 최근에는 전문의약품이나 의료기기와 같은 고가 제품의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파머징 시장인 베트남으로 가는 제약사
CJ헬스케어는 지난해 12월 베트남 1위 제약 기업인 비메디멕스와 위·식도 역류를 막는 신약 ‘케이캡’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CJ헬스케어는 비메디멕스와 신약을 공동 개발해 2021년 베트남에 의약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JW중외제약은 베트남의 종합영양수액 시장 ‘톱3’에 오르며 지난해 7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100억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아제약은 지난해 베트남에 에너지 음료 박카스를 처음 선보인 뒤 280만 캔을 팔았다. 금액으로는 20억원 안팎이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 감독을 모델로 쓰면서 인지도가 빠르게 오른 것이 주효했다. 유한양행은 연내 현지 법인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모기 등 해충이 많은 베트남의 특성상 자사의 살충제 ‘해피홈’이 제대로 먹힐 것이라는 판단이다.
조아제약은 현지에 진출한 이마트 매장에서 어린이 건강음료 롱디노와 스마트 디노를 판매하고 있다. 조아제약 관계자는 “베트남도 한국 못지않게 교육열이 높은 만큼 자녀의 키 성장과 두뇌 발달에 도움을 주는 건강음료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의약품·건강음료뿐만 아니라, 유전자 분석 서비스와 같은 첨단 기술 제품도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섰다. 유전자 검사 기업 테라젠이텍스는 지난해 12월 베트남 유전자 분석 기업 아이덴티파이와 손잡고 기형아 검사 등 산부인과 관련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출시하기로 했다. 테라젠이텍스는 연내 피부노화·탈모 등 12가지 항목의 유전자 검사 서비스인 ‘소비자직접의뢰'(DTC) 상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베트남은 동남아 시장으로 가는 통로
베트남은 현지 시장으로서뿐만 아니라, 동남아 등 주변 국가로 진출하는 거점으로서도 매력적이라는 게 제약업계의 판단이다. 베트남 정부가 산업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어서 공장 설립이 쉬운 데다 아세안 국가와 지리적으로 가깝다.
신풍제약은 호찌민의 완제품 공장에서 나온 의약품을 50여 국에 수출하고 있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지난 2017년 현지 공장이 베트남 식약청에서 우수의약품제조기준(GMP) 인증을 받은 뒤 수출 대상 국가 수를 늘리고 있다.
삼일제약도 오는 2021년까지 호찌민 하이테크파크공단에 안약 생산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베트남은 중국에 비해 아직 인건비가 낮고 현지 공장 건설 시 세제 혜택을 주며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어 앞으로 국내 업체들의 진출이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호치민 라이프플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