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마트 최초로 중국에 야심차게 진출했지만 20년 만에 철수하며 고배를 삼켜야했던 이마트가 베트남에서 ‘부활의 날갯짓’을 펼치고 있다. 중국에서는 ‘만년 적자’였던 이마트 매장이 베트남은 첫 매장부터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베트남 법인은 지난해 621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 대비 19.4% 신장했다. 특히 지난해 처음으로 9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첫 흑자를 냈다. 베트남 법인을 설립한 지 4년 만에, 베트남 1호 매장을 연 지 3년 만에 쾌거다.
2014년 설립된 이마트 베트남 법인은 2015년 12월 28일 베트남 호찌민에 첫 이마트 매장인 ‘고밥점’을 열었다. 고밥점이 오픈 직후부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면서 첫해인 2016년 베트남 법인 매출은 419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에는 24.3% 증가한 520억원으로 늘었다.
이익개선도 가파르다. 2016년만해도 46억원 순손실에서 2017년 23억원으로 손실을 줄이더니 지난해는 9억원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영업손실도 2016년 53억, 2017년 36억원, 2018년 15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베트남 고밥점은 같은 호찌민에 있는 경쟁사 매장보다 매출이 높은 ‘알짜점포’로 자리매김했다”며 “2호점 오픈 준비로 인건비 반영 등으로 영업손실을 냈지만 순이익이 3년 만에 흑자전환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고밥점은 이마트가 2011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에 매장을 연 경우다. 중국 사업이 고전하면서 ‘포스트 차이나’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포부로 야심차게 선보인 매장이다.
이마트는 1997년 상하이에 첫 매장을 열고 중국 시장에 진출해 한때 매장수가 26개에 달할 정도로 공격적으로 사세를 키웠다. 하지만 현지화 실패에 사드 보복까지 겹치며 진출 20년만인 2017년 철수했다. 중국 법인도 잇따라 청산했다.
중국에서 현지 정서를 외면한 상품기획(MD) 전략으로 까르푸, 월마트 등 글로벌 기업에 밀렸던 아픈 경험을 살려 베트남에서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에 방점을 찍었다. 인력부터 상품까지 ‘베트남 사람들’을 고려했다.
300명 가량의 점포 인력 가운데 최고 의사 결정권자인 점장을 비롯해 직원의 95% 이상을 베트남 현지인으로 채웠다.
조선호텔 베이커리 출신 ‘제빵 명장’은 베트남에서 1년간 일하며 파악한 현지인의 입맛에 맞는 빵을 개발해 선보였다. 가전 매장에서는 노래 부르기를 즐기는 베트남인의 특성을 반영해 ‘가라오케’ 코너도 꾸몄다. 평생에 눈 한번 보기가 소원인 현지인들의 ‘로망’을 담아 매장에서 직접 눈을 뿌리는 장면도 연출하며 현지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오토바이 이용률이 80%가 넘는 베트남 현지의 사정을 감안해 오토바이 1500대, 자동차 15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지역 최대 규모의 주차장도 갖췄다. 또 베트남 현지의 ‘한국 드라마’ 열풍을 반영해 치킨, 김밥 등 한국식 메뉴도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이마트는 고밥점의 성공에 이어 올해 상반기내로 호찌민에 2호점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구체적인 시점과 장소는 미정이지만 베트남 3호점도 검토중”이라며 “고밥점의 성과를 바탕으로 내실을 다져 점포를 순차적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프플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