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은행에 투자한 외국계 은행들이 베트남 은행과의 파트너십을 속속 종료하고 있다. 2020년부터 베트남 전(全) 금융권에 바젤 Ⅱ(은행자본 건전화 방안)를 비롯, 은행자본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지분 매각을 통한 자본금 회수는 물론 베트남 금융시장에서의 철수에 나서고 있는 것.
VN익스프레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의 소시에떼 제네랄 은행은 베트남의 동남아 상업은행(SeA Bank) 지분 20%를 매각, 파트너십을 종료했다. 소시에떼 제네랄은 지난 2008년 15%의 지분 보유를 시작으로 점차 투자를 늘려 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2013년 말 자회사인 소시에떼 제네랄 비엣 파이낸스(SGVF) 지분 100%를 베트남 HD뱅크에 매각한데 이어 동남아 상업은행의 지분 또한 전량 매각한 것이다.
외국계 은행과 베트남 은행 간 파트너십은 10여년 전인 2000년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국계 은행은 베트남 은행들과의 파트너십을 체결함으로써 투자를 통한 이익은 물론 베트남 금융시장을 파악하겠다는 계산으로 베트남 진출을 시작했다. 비록 초기 단계의 수준이지만 발전 가능성과 잠재력이 높은 베트남 금융시장은 곧바로 매력적인 파트너로 부상했고, 베트남 은행들 역시 ‘외국 파트너 찾기’ 열풍에 휩싸였다.
2005년 베트남 아시아상업은행(ACB)과 영국 스탠다드차타드, 베트남 테크콤뱅크와 홍콩상하이은행(HSBC), 베트남 사콤뱅크와 호주 ANZ간의 협약이 대표적. 곧이어 베트남 VP뱅크와 싱가포르 OCBC(2006), 베트남 하부뱅크와 독일 도이치뱅크(2007)를 비롯한 다수의 파트너십 체결이 러시를 이루었다. 외국계 은행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유입된 자금은 베트남 금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러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와 베트남 금융권의 자금부족 현상으로 야기된 정부의 긴축정책 등 베트남 금융시장 역시 위기를 맞이했다. 2011년을 기점으로 베트남 은행가의 외국 파트너 찾기 열풍은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부동산과 증권시장에 자본이 쏠리는 등 급격한 시장환경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2012년 호주 ANZ는 사콤뱅크의 지분 10%를 모두 매각하며 파트너 관계를 종료했다. 싱가포르의 OCBC 역시 VP뱅크의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2017년에는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테크콤뱅크의 지분 20%를 매각했고, 지난해에는 BNP 파리바가 베트남 OCB은행의 지분 19% 가량을 매각하며 파트너십을 종료했다. 외국계 은행 입장에서는 외국 투자자의 지분이 최대 30%로 한정돼 있어 이사회에서 주요 결정을 주도할 수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뿐만 아니라 불안정한 세계 금융시장 전망으로 베트남을 포함한 기존 전략을 수정할 필요를 느꼈다는 얘기도 나온다.
2020년부터 베트남 전 금융권에 바젤 Ⅱ를 비롯, 은행자본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지분 매각을 통해 자본금 회수는 물론 베트남 금융시장에서의 철수에 나섰다는 관측 역시 나온다. 베트남 은행의 악성 부채와 건전성 악화 역시 발목을 잡는데다 최근 베트남에서 강력 시행되고 있는 부패 청산으로 정치적 리스크도 높아졌다.
물론 베트남 내부 요인도 있다. 베트남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국내 투자자들이 외국계 은행의 지분을 매입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 또한 사업 운영 및 전략에 있어 베트남 은행과 외국계 은행 간 의견 차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베트남 금융가에서는 외국계 은행과의 ‘작별’이 대세를 이루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베트남 은행들이 자립하고 있는 추세는 긍정적”이라면서도 “그러나 국내 투자자들이 한정된 상황에서 대규모 금융기관의 경우 외국 자본 유입은 없어서는 안 될 힘이기도 하다”며 우려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라이프플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