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식선거 운동 중인 창원이 아닌, 인천국제공항에서 25일 기자들과 만났다. 대통령의 ‘신남방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동남아의 주요국인 베트남을 방문하는 것이다. 선거가 열흘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이 대표의 행보는 후보단일화를 통해 ‘정권 심판론’을 피해가려는 전략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베트남 부총리가 민주당을 방문해 여당끼리 교류하는 양해각서(MOU)를 맺자는 요청을 했다”며 “시간이 여의치 않아 미루다 부득이하게 오늘 가서 MOU를 체결하고, 총리와 국가주석도 면담할 예정”이라고 이번 베트남 방문의 의미와 일정을 소개했다.
이 대표는 “베트남은 신남방정책의 중요한 나라이고, 또 동남아 국가 중 우리와 인적, 경제교류가 가장 많은 곳”이라며 “공공외교 차원에서 많은 노력도 할 것이고, 또 우리 경제인들과도 만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창원 선거와 북한 동향, 그리고 야당과 관계 등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창원과 통영에서 국회의원 보궐 선거가 진행 중이고, 또 북한과 미국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치며 남북관계가 위태로운 상황등엔 침묵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잡힌 일정”이라며 “국내 선거 및 정치 현안과는 관련 없는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출국과 관련해 야권은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청와대와 여당의 경제정책 실패로 흉흉해진 창원 및 통영 등의 민심이반을 피해 정의당을 통해 선거 대리전을 뛰고 면피하는 전략이라는 비판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여권의 소극적인 태도와 관련해 “이는 경제 실패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여기에 민노총은 정의당의 원조로, 정의당이 당선되면 창원에 투자할 기업이 있을까 의문”이라고 민주당과 정의당의 후보 단일화에 대해 강하게 비난했다. 창원에 상주하며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그리고 손 대표 등과 달리 이 대표는 지난 18일 경상남도 예산정책협의회 이후 창원을 단 한번도 방문하지 않았다. 또 지난 주말 대거 경남 선거현장으로 향한 민주당 의원들 역시 창원보다는 통영 선거구에 주로 모습을 나타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경남에서 민심이 특히 안좋아진 상황에서 여당이 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소위 진보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한 창원임에도, 정의당 등에 밀려 매번 후보를 제대로 내지 못했던 지역이 창원성산인 만큼, 지금같은 상황에서 돌아가는 것이 당연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전날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가 정의당 후보에게 밀렸다는 소리가 이날 오전부터 흘러나오기도 했다.
실제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도 이런 민주당의 곤혹함이 나타난다. 부산경남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4.2%로 한국당(38.6%)에 역전 당했다. 불과 1년전만 해도 대통령 지지율과 함께 지지율 1위를 달리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상황이다.
[라이프플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