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버타 NDP는 총선에서 다수의석을 점한 여당으로 등극하며 자기 희열에 도취되었으나, 그런 희열은 7개월 이상을 가지 못했다. 연방 자유당의 트뤼도 정부 역시 정권 획득의 희열이 그 이상 지속될 거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2015년 한해 캐나다 정치 흐름을 짚어보기 위해 다음 글귀를 주의 깊게 읽어보자. “NDP 정부가 흔들리고 있다. 저유가, 재정 지출 확대, 국정 경험 부족, 부적절한 시기에 너무 많은 일들을 벌이는 데서 야기되는 피로감 등 4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서 “NDP”를 “자유당”으로 치환하면 상황 파악이 분명해진다. 앨버타 NDP는 총선에서 다수의석을 점한 여당으로 등극하며 자기 희열에 도취되었으나, 그런 희열은 7개월 이상을 가지 못했다. 연방 자유당의 트뤼도 정부 역시 정권 획득의 희열이 그 이상 지속될 거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레이첼 노틀리 수상은 그동안 냉엄한 교훈 몇 가지를 배워야만 했다. 야당의 입장에서 볼 때 쉽고, 분명했던 국정 의제들이 집권하게 되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로 둔갑한다는 점이다. 공약을 내거는 것은 그것을 성취하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점이다. 아무리 열심을 다해도 성취할 수 없는 목표가 존재한다는 엄연한 현실에 눈을 뜨는 것이다. 특히 좌파적 정치 이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탄탄한 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공약을 발표할 때 열광했던 유권자들은 정부 재정을 탓하며 공약 실행을 지연할 때 괴팍스럽게 돌변한다는 사실을 체험하고 있다. 더욱이 정치적 적수들은 과거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여당의 실책을 꼬투리 삼아 공격의 칼날을 들이대는데 조금도 지체하지 않는다.
노틀리 수상이 몸소 겪은 이러한 교훈들 대부분이 이미 연방 자유당에도 현실화되고 있다. 당초 올 연말까지 3만5천명의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겠다고 공약했던 데서 2만5천명을 내년으로 연기했지만, 그러고 나서도 올 연말까지 1만명을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무슨 일이든지 가능하다고 강조했던 트뤼도의 주장이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23일(수) 이민국 존 맥칼럼 장관은 “시리아 난민들을 최대한 신속하게 받아들이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국가 안보, 의료 문제 등의 관련 사안들로 인해 적절한 절차를 무시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는 바로 자유당이 야당일 때 보수당 스티븐 하퍼 정부가 반복하던 해명과 너무나 닮았다.
아울러 향후 3년간 $10B 규모의 적자를 지출한 후 예산 균형화를 이루겠다고 한 공약 역시 그 성취 여부를 낙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총선에서 공약했던 모든 정책들을 추진하려면 예상보다 훨씬 많은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유당 정부에서 과도한 지출을 약속한 탓에 연방 정부 관료들은 그런 돈이 과연 어디서 나올 수 있겠느냐며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재정부 빌 모르노 장관은 GST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 재정부 장관들과 만난 모르노 장관은 “더 많은 돈, 더 많은 돈, 오~ 돈좀 더”하며 연방정부에 재정 지원을 끊임없이 요청하며 손을 내미는 지방 정부의 칭얼거림을 마주해야 했다. 전국 헬스케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며 각 지방 정부는 연방 정부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트뤼도 총리는 과거 스티븐 하퍼 전 총리가 각 지방 수상들과 만나기를 꺼려했던 이유를 새삼 깨닫고 있을 것이다. 사스카추원 브래드 월 수상과 B.C. 크리스티 클라크 수상은 트뤼도의 상원개혁에 관심이 없다. 주 수상들은 오직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총리를 전국 수상 회의에 불러내려 든다. 하퍼 전 총리는 주 수상들을 만나서 얻을 게 없다는 것을 진작 간파했다. 이제 트뤼도가 수상들과의 열정적인 만남을 얼마나 더 지속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자유당은 집권 초반 언론을 효과적으로 이용해 자신의 이미지를 포장하는데 능숙함을 보였다. 트뤼도는 처음 도착하는 시리아 난민들을 공항 입구까지 나가 직접 마중했고, 좌절한 학생들을 의사당에 초청해 위로하기도 했다. 꼬마들을 데리고 스타워즈 영화를 관람하는가 하면 파리에서 열린 기후당사자회담에는 380명의 수행단을 대동하기도 했다. 자유당은 이처럼 언론 플레이에 능하고, 정부 친화적 헤드라인을 이끌어내기에 발빠르다.
그러나 언론과의 허니문은 계속되지 않을 것이다. 언론을 등에 업고 하퍼 정부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람들이 진부한 정치인들을 싫어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대중은 새로운 사람, 새로운 프로그램에 목말라한다. 새해 들어가면 당장 재정부 모르노 장관은 정부 예산안을 내놓아야 하고, 대규모 적자의 늪에 빠지지 않으면서 정부 지출을 어떻게 늘려나갈지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적자 예산을 국민들에게 내놓아야 할 때 근거 없는 꿈은 물거품처럼 꺼지기 시작한다. 앨버타 재정부 조 쎄시 장관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벌써 경험했다. 그는 NDP의 지출 공약 중 많은 부분들이 지연될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있다. 앨버타 NDP가 경험한 이런 일들은 연방 자유당에도 동일하게 닥칠 수 있다. 과연 자유당이 이러한 현실적 도전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지 일년 후를 기약해 보자. (사진: 캘거리헤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