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 어학원 김성수 원장)

 

 지난주 알쓸홍잡(더운 날씨에 실외에 걸어놓고 파는 고기)을 본 필자의 지인이 필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였다. 

 “그럼 혹시 식당에 걸어놓고 파는 고기에 대해서도, 그 이유나 유래를 알아요?” 

 ‘그건 그냥 홍콩 식당이 좁으니까, 구워 놓고 둘 자리가 없으니까…’

라고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려 했으나, 이제 필자는 어엿하게 알쓸홍잡을 연재하고 있는 글쟁이라는 생각에, 조사해서 다음에 알려주마고 그 상황을 넘겼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음 글의 주제는 이것이 되었다. 필자는 질문을 받은 다음날 바로 조사에 들어갔는데, 조사를 마친 이후에는 이 내용을 글로 쓸 것인가를 몇 번이나 망설이게 되었다. 기대했던 만큼의 특별함이나 신선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홍콩에 대해 꼭 특별하고 재미있는 내용만 알아야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이 내용이 궁금하다면 한 번쯤 밝히고 넘어가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글을 쓰기로 결정하였다.

16-1.png.bmp

 일단 이 고기들을 자세히 봤다면 알겠지만, 조리실 창가에 걸려있는 대부분의 고기들은 구운 고기, 다시 말해 바비큐 고기들이다. 굽는 과정에서 기름이 많이 제거되지만, 아직 남아있는 잔여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고기를 걸어서 보관한다고 한다. 또한 구운 고기들을 쌓지 않고, 걸어서 따로 분리해 보관하는 것은, 껍질의 바삭바삭한 성질을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도 한다.

 

 구운 고기를 창가에 걸어서 보관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광고의 효과를 들 수 있다. 고기를 맛있게 구워서, 그 맛깔나는 색과 향으로 손님들을 유혹하기 위해 일부러 창가에 걸어둔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방장들은 새로운 음식을 요리하는 일 못지않게 구워 놓은 고기들에 기름칠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서너 시간에 한 번씩 기름을 꼭 발라준다고 한다.

16-2.bmp

 이와 같은 실용적인 이유들과는 별개로, 이 보관법을 자신감 혹은 허세를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보는 경우도 있었다. 자신의 가게에서는 이 정도의 많은 양을 요리하고도 다 팔 수 있다는 사실을 손님들에게 대외적으로 과시하고 선전하기 위한 용도라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앞으로는 이 구운 고기들을 더 맛있게, 그리고 더 자주 먹게 될 것 같다. 아무래도 모르고 먹을 때보다는 더 맛있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필자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지만. 참고로 이번 조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2011년 홍콩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홍콩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3,4일에 한 번씩 구운 고기를 먹는다고 한다. 그리고 50%에 가까운 사람들은 주 2회 이상 먹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추산해 본 결과, 한 해 홍콩 사람들이 먹는 구운 고기의 양이 66,223톤이나 된다고 하니, 홍콩 사람들의 구운 고기 사랑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간혹 구운 고기를 먹을 때 별도의 양념이나 간장을 찍어서 먹는 경우도 있고, 특히 한국 사람의 경우는 매운 간장, 고추장 등을 별도로 요청해서 거기에 찍어 먹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데, 홍콩의 구운 고기들은 이미 조리 과정에서 양념이나 간이 진하게 배도록 요리한다고 하니, 가급적 그냥 먹는 것을 권한다. 또한 불에 직접 굽기 때문에 탄 부분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 부분들은 건강을 위해 제거하고 먹는 것이 좋다. 그리고 심장이나 혈관이 안 좋은 사람들은 구운 고기를 자주 먹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하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알쓸홍잡에서는 여러분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홍콩의 사회나 문화, 혹은 전반적인 내용들에 대해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아래의 이메일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글을 통해 성심성의껏 답변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광동어 한 마디 [씨우람짜이 반 근 주세요.]

唔該 半斤燒腩仔呀!

m4 goi1, bun1 gan1 siu1 naam5 zhai2 a1 !

16-3.bmp

燒腩仔 바삭바삭한 껍질의 굽고 찐 돼지고기 요리

 

  • |
  1. 16-3.bmp (File Size:289.2KB/Download:24)
  2. 16-1.png.bmp (File Size:341.1KB/Download:28)
  3. 16-2.bmp (File Size:346.9KB/Download:26)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

    어제는 오랜만에 비가 내렸다. 여름철 긴 가뭄으로 뒷마당에 금이 쩍쩍 가 있었는 데 단비로 잔디(풀)가 생기를 얻었다. 이번 비로 잔디밭의 초지 풀들은 이미 정해진 경계를 넘어 자란다. 또한 간간히 수돗물로 연명하던 상추와 토마토도 ‘바로 이맛이야’ 하고 맘껏 빗...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
  • 아시아의 나쁜 운전사는 어설펐다 file

    안정훈의 혼자서 지구 한바퀴 (12) 왜 툭툭이 기사는 얼굴을 감추었을까?     Newsroh=안정훈 칼럼니스트     스리랑카의 아름다운 도시 갈레의 버스 터미널에 내려서 밖으로 나오자 다른 도시나 마찬가지로 툭툭이 기사들이 달라붙었다. 내가 예약한 호스텔을 말해 주니...

    아시아의 나쁜 운전사는 어설펐다
  • 트럭커가 명상하는 까닭 file

    밀싹효과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Waco, TX에 있다. 일요일인데도 다행히 City Power Wash에서 Washout은 했다. 세차장에서 발송처까지는 2마일 미만이다. 오후 3시, 발송처로 갔다. 504로 시작하는 번호를 요구했다. 내가 가진 정보에는 그 번호가 없다....

    트럭커가 명상하는 까닭
  • 북의 뒷짐 진 손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미국

    [시류청론] ‘북은 세계제일의 잠수함대 보유’ 벨 사령관 증언 기억해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2013년에 퇴역한 전 미국 육군 아프가니스탄 치안 전환 사령관 다니엘 볼거 장군은 퇴역 1년 후인 2014년에 쓴 저서 <우리는 왜 전쟁에서 졌는가>에서 손자...

    북의 뒷짐 진 손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미국
  • 부자 마을과 가난한 마을

      지난달 뉴질랜드 통계국(NZ Statistics)은, 2017.4~2018.3월의 1년 동안 각 지역별로‘국내 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성장 추이를 분석한 자료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연간 GDP 성장률은 오타고 지역이 가장 앞섰으며 전국 15개 지역 중 남섬의 웨스...

    부자 마을과 가난한 마을
  • 주홍콩한국문화원 개원 1주년을 기념하며~~ file

    (이유성 기자 weeklyhk@hanmail.net)     지난 11일(목) 오후, PMQ에 위치한 홍콩한국문화원으로 향하는 길은 언덕길로 주위에는 아기자기한 샵 들이 빼곡하게  몰려 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악세사리 가게, 옷가게, 그리고 레스토랑들은 4월의 더운 날씨와 오르막길...

    주홍콩한국문화원 개원 1주년을 기념하며~~
  • 알아두면 쓸 데 있는 홍콩 잡학사전 file

    (RS 어학원 김성수 원장)    지난주 알쓸홍잡(더운 날씨에 실외에 걸어놓고 파는 고기)을 본 필자의 지인이 필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였다.   “그럼 혹시 식당에 걸어놓고 파는 고기에 대해서도, 그 이유나 유래를 알아요?”   ‘그건 그냥 홍콩 식당이 좁으니까, 구...

  • 어쩌다 한 컷 - Mui Wo, 사진으로 보는 시골마을 file

    (이유성 기자 weeklyhk@hanmail.net)   똑같은 삶은 흥미롭지 못하다. 그러기에는 인간의 뇌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갈구한다. 단순함에 벗어나 언제나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찾는다. 그것은 새로운 에너지를 얻기 위한 방법이 될 숙 있다. 기계는 기름칠을 위하여 잠깐...

    어쩌다 한 컷 - Mui Wo, 사진으로 보는 시골마을
  • 꽃이 없다면 file

      Newsroh=황룡 칼럼니스트         그림자 키 크는 봄 허기진 골목 담벼락 낙서 위에 개나리꽃이 없다면 비탈을 오르는 계단 구석 다소곳한 제비꽃이 없다면 세상에 꽃이 없다면 봄은 어떤 표정으로 후미진 골목을 들어설 텐가 겨우내 거칠어진 눈망울 뜰 앞 살구꽃만 ...

    꽃이 없다면
  • 우크라이나의 공포택시 file

    한밤중에 '산속 납치' 전전긍긍 한국보이스톡 통화로 위기넘겨     Newsroh=안정훈 칼럼니스트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에프에 도착해서 첫날 저녁 식사를 하러 시내로 가기 위해 길에서 택시를 잡으려 했었다.   내 앞에 멈춰 선 차는 택시 표시등도 없는 일반 승용...

    우크라이나의 공포택시
  • Essentialism file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에센셜리즘은 본질주의로 번역된다. 잡다한 것을 버리고 본질적인 부분에 집중해 성과를 이뤄내는 방식이다. 절반 정도 들었는데 공감 가는 내용이 많았다.   하나도 포기하지 않고 모두 열심히 하려는 태도는 무엇 하나 만족스러...

    Essentialism
  • 기독교 신앙에는 '근사한' 함정이 많다 file

    [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 기독교 신앙에는 함정이 많이 도사리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은 그것이 함정이라는 것을 모른다. 오히려 반대로 함정에 빠져 그것을 은혜로 착각하는 경우가 더 많아 보인다. 돌이켜 보면 신앙은 참 처절한 ...

    기독교 신앙에는 '근사한' 함정이 많다
  • 트로트도 한국전통 문화이다

    한국인의 정서가 우아하게 간직돼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칼럼니스트) = 19세기 초에 하와이가 왕국이었을 때 카후마누 (Ka'ahumanu)라는 여왕이 즉위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녀는 기독교 선교사들의 영향으로 기독교인이 되었습니다. 인간 행동이 다...

    트로트도 한국전통 문화이다
  • 대입준비는 중학교 때부터

    [교육칼럼] 수능, 리더십 등은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아 (워싱턴 디시=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 칼럼니스트) = 대입준비가 중학교 때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하면 너무 이른 것이라고 말씀하실 독자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대학의 입시서류 심사기준을 살펴 본...

    대입준비는 중학교 때부터
  • 학업과 취업에 고민하는 Z세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를 Z세대라고 이른다. 밀레니얼 세대(Y세대)의 뒤를 잇는 인구 집단인 Z세대는 풍족한 사회 속에서 자라난 동시에, 부모 세대가 2000년대 말 금융위기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

    학업과 취업에 고민하는 Z세대
  • 4월엔 file

          4월이 되면 살구꽃 몽오리 섧게 피고 눈물 차오르네 바다가 말라야 아니 울까 바람이 멈춰야 노란 리본 흐느끼지 않을까   눈물 마르면 그리움 칼날 되어 웅크린 가슴에 박히네 더는 울지 않기로 다짐하고 아무리 참고 견디려 해도 4월엔 눈시울 붉게 타고 흘린 ...

    4월엔
  • 책 듣는 즐거움 file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커네티컷만 와도 주차하기 힘드네. 메사추세츠에서 파일럿 트럭스탑에 들렀다가 자리가 없어 그냥 나왔다. TA에는 자리가 있을 것 같은데, 무료 샤워를 할 수 있는 파일럿 아니면 별 의미 없다. 휴게소에 왔는데 작은 곳이라 그런지 ...

    책 듣는 즐거움
  • 줄기세포와 만능세포 file

        1주전에 아리조나로 이사왔습니다. 미국은 현재 서머타임(Daylight saving time)을 시행중입니다. 그런데 아리조나는 다릅니다. Arizona time 따로 있는 것입니다. (summer time)을 따르지 않는 유일한주.. 주체적이라서 너무 좋습니다.   로창현 Newsroh 대표기자의...

    줄기세포와 만능세포
  • 설감의 꽃모닝 file

    Newsroh=한종인 칼럼니스트         오늘 날씨 봄 중 봄이네요. 마음도 꽃날 되세요.   생강나무꽃입니다. 어젠 봄과 겨울이더니 오늘 하늘은 가을이요, 땅은 봄입니다.   두 계절의 날씨를 봅니다. '휙~!' 봄바람의 심술에 널어놓은 빨래가 잔디밭에 나뒹굽니다.       ...

    설감의 꽃모닝
  • 세계금융위기 징후들이 보인다고? file

    (이유성 기자 weeklyhk@hanmail.net)     우리 삶에서 가장 영향을 끼치는 것이 무엇일까.. 세 가지로 축약하면 정치, 경제, 문화 인 듯싶다. 그중에서 경제는 가장 민감한 사항이다. 내 호주머니와 장바구니 물가와 직결되는 먹고 사는 문제에 직면되는 문제이기 때문이...

    세계금융위기 징후들이 보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