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랜만에 비가 내렸다. 여름철 긴 가뭄으로 뒷마당에 금이 쩍쩍 가 있었는 데 단비로 잔디(풀)가 생기를 얻었다. 이번 비로 잔디밭의 초지 풀들은 이미 정해진 경계를 넘어 자란다. 또한 간간히 수돗물로 연명하던 상추와 토마토도 ‘바로 이맛이야’ 하고 맘껏 빗물을 들이 마신다. 오클랜드의 강우량은 다른 나라보다 적은 양은 아니다. 그런데 여름철에는 내리는 양이 적어 가뭄이 심하다. 당연히 텃밭의 채소는 물 부족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야 한다. 주인도 수돗물을 나누어주다보니 이들에게 목만 축여주게 되어 안쓰럽기 한량없다.
요즈음 세계적인 공해문제로 미세먼지다 산성비다 하도 떠들어 대고 있어 빗물에 대한 불신도 깊어져 가고 있다. 많은 이들이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을 맞으면 큰일이 나는 줄로 안다. 비를 맞으면 곧 머리가 빠지거나 피부를 크게 상하게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듯하다. 필자는 여러나라의 빗물을 이용하는 사례를 살펴 경험했으며, 어릴 적에 비를 맞으며 자란 기억으로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편이다. 물론 지난세기나 몇 십년보다는 대기가 많이 오염된 것도 부인하기 어려운 팩트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화학물질로 오염된 땅위의 물 보다는 또는 잘 관리되지 않은 지하수 보다는 물리적으로나 화학적으로 더럽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그 만큼 오염될 확률이 낮아 빗물을 활용에 보다 적극적이다.
잘 아는바와 같이 지구상의 물은 태양열에 의해 증발해서 수증기로 변해서 하늘로 올라간다. 이들이 모여 구름이 된 다음 다시 빗물이 되어 땅으로 내려온다. 땅에 내린 물은 모이면서 대지를 적시고 바다로 흘러간다. 물의 대 순환이다. 빗물은 내리는 과정에서 오염된 공기를 통하게 되지만 가장 순수한 물 가운데 하나로 간주된다. 하늘에서 막 내려온 빗물은 아직 지구상의 여러 물질로 오염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세계에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빗물을 직접 받아서 생활용수로 또는 식수로 이용하며 살아간다.
온실에서 토마토 오이 장미 같은 농작물을 재배하는 데는 아주 많은 물이 필요하게 된다. 농업에 필요한 물을 확보하는 방안도 그리 간단치는 않다. 농장 주변의 지하수로도, 마을에 흘러내리는 강물로도 값싸게 얻어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네덜란드의 경우 유리온실 단지에서는 온실 지붕에 내리는 빗물을 받아서 작물재배에 이용한다. 온실의 지붕 면적이 방대해서 여기에 내리는 빗물을 모두가 집수구를 통해서 온실 옆에 마련한 거대한 저수지에 모이게 된다. 이 빗물의 양이 충분할 뿐 아니라 채소 재배 하는 수질로도 손색이 없다. 그들은 온실 작물재배에 필요한 물을 온실 위에 내리는 빗물로 마련한다.
라오스는 열대지역으로 기후가 우기와 건기로 구분된다. 우기에는 물이 주변에 넘쳐 나지만 비가 내리자마자 쉽게 오수로 변한다. 또한 건기에는 강우량이 적어 물을 구할 수가 없다. 이 나라에서도 농촌지역에서는 생활용수뿐 아니라 농사를 지을 물 확보에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 그래서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을 생활용수로 이용할 수 밖에 없다. 다른 방안으로 물론 메콩강의 물은 충분하지만 탁수로 정화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지하수 개발도 가능하지만 지하수에는 비소 같은 중금속 오염이 흔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주변에서 생활용수 확보는 어려운 문제로 남아 있다. 그러니 지구촌 어디서나 물 문제는 간단히 해결할 수 없어 보인다.
오클랜드는 강우량이 충분하고 물 공급대책 잘 마련되어 있어 양질의 수돗물 공급이 원활하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대가는 이용자인 주민들의 몫이다. 그래서 물을 이용 하려면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한다. 세상사가 다 그러하듯이 물 이용에도 공짜가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텃밭에서 재배하는 채소가 우리 가족에게 매우 중요하지만 여름철 수돗물을 이용해서 재배하는 것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래서 텃밭을 가꾸는 주인은 이들의 목마름에 해결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다행이도 오클랜드는 빗물 처리 시설이 어느나라보다 잘 설계되었으며 엄격하게 관리한다. 그래서 개별 가구의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은 하수구을 통해 곧바로 하천으로 빠져 나간다. 아마도 많은 가정에서는 이 시설을 활용해서 빗물을 수확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붕에서 내리는 빗물을 집수구 파이프에서 가정에 마련한 물통에 연결된다. 이 물을 가정에서 필요한 허드렛 물로 제격이다 여기에서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을 소중하게 이용된다.
흙과 나무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친구가 있다. 집에서 생겨나는 음식 쓰레기와 정원에서 베어내는 나무 가지는 모두 텃밭에 구덩이를 파고 묻는다. 당연히 텃밭은 늘 촉촉하다. 게다가 빗물은 커다란 물통에 받아서 가뭄으로 목말라하는 채소에게 넉넉하게 베푼다. 여기서 자라는 상추와 토마토는 늘 풍성하다. 가정 식탁에 올리는 데도 모자람이 없을 뿐 아니라 이웃과 함께 나눈다. 친구의 마음같이 늘 넉넉하고 풍요롭다. 이 모두가 자신의 집을 찾아오는 빗물 손님을 좀 더 오랫동안 머물게 소중히 모시는 덕분으로 돌린다.
칼럼니스트 조 병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