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이야기]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독자) = 나는 오늘도 오리알의 부화를 돕는다며 새벽 일찍부터 집 앞 마당에 걸상을 놓고 앉았다. 옆집 큰 고양이가 우리집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긴 장대를 옆에 놓고 말이다. 이렇게 오리의 파수꾼 노릇을 한지가 10여일이다.

우리 가족이 이 집에서 산 지도 어느덧 38년이 된다. 한때 우리집 뒤 호수에는 아침이면 수백 마리의 야생 오리가 모여 들었다. 그러나 매일 아침 오리들에게 먹이를 주던 동네 어느 노인의 취미가 호수의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이유로 마을에서 더이상 먹이 주는 일을 못하게 하였다고 한다.

몇해전 부터 나는 하얀색 오리 두 마리가 나타나 유유히 호수에서 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림 같다고 생각하면서 지나치듯 쳐다보며 지냈다. 어느날 흰 오리 한 마리가 사라지고 몸집이 흰 오리보다 작은 청둥오리 같은 것이 남은 흰 오리와 함께 다녔다. 이들은 2-3년을 이렇게 붙어 지냈다. 다른 야생 오리나 새들은 우리집 마당에서 할멈이나 내가 먹다 남은 빵을 혹시라도 던져 주면 뒷 마당까지 올라와 잘도 먹었으나, 흰 오리와 청동오리는 먼 곳에서 단 둘이만 놀았다.

그런데 한달 전 쯤에 이들 두마리 오리가 집 앞마당까지 올라왔고, 이집 저집을 찾아 다니는 낌새를 보였다. 나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냥 지나쳤다. 그러다 지난달 9일 아침 쓰레기를 버리려고 나갔다가 집 담벼락 쓰레기통 칸막이 옆에 하얀색 달걀 같은 것이 가랑잎 속에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달걀보다 훨씬 큰 것 8개가 가지런히 잎 속에 놓여있었다.

아침 산보를 마치고 돌아오니 흰 오리가 그 달걀들을 품고 있는 것이 보였다. 때마침 MBC 방송의 '세상에서 이런 일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야생 오리 한쌍이 먹을 것을 구걸하러 이 음식점 저 음식점을 찾아 헤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곳 흰 오리는 암컷이고 색이 까맣고 덩치가 큰 것은 수컷이었다. 그런데 이곳 오리는 암컷이 수컷보다 덩치가 훨씬 크다.

오늘이 오리가 알을 품은 지 열흘이 되는 날이다. 물론 날짜는 내가 알을 발견한 날 부터이다. 나는 오리가 매일 알을 품는 시간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왜 그럴까. 오리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가끔 숫놈이 우리집 마당을 어슬렁 거리는 것은 암컷과 앞으로 태어날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함일 것이다. 알을 품고 있는 어미 오리는 처음에는 고개를 치켜 세우고 주위를 감시하는 것 같았으나 몇시간 지나면 지쳐서인지 머리를 아래로 쳐박고 자는 것 같았다. 나는 오리가 잠을 잘 때는 더욱 신경을 세워 파수꾼 노릇을 하고 있다.

새끼에 정성을 들이는 오리들을 보며 "저 미물들에게도 '효도 계약'이란 것이 있을까"라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한국 사회에 효도 계약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15년이라고 한다. 신문 기사에 따르면 '효도는 의무인가'라는 질문에 50대 남성은 88%가 "예'라고 답했고, 20대 남성은 61%가 '글쎄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부모와 자식의 유대관계가 옛날에 비해 달라지는 것 같다. 동물은 과연 어떨지 모르겠다. 오리에게는 오리의 생이 있을 것이고, 사람에게는 사람의 생이 있을 것이다. 다만 사람의 생은 세월이 흘러도 항상 사람다웠으면 한다.

  • |
  1. song.jpg (File Size:17.2KB/Download:37)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알아두면 쓸 데 있는 홍콩 잡학사전 file

    요즘 사람들의 대화에 자주 오르내리는 주제들 중 하나가 날씨가 아닐까 싶은데, 물론 비도 굉장히 많이 오거니와, 5월의 홍콩 날씨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낮은 온도(물론 20도 안팎이지만)를 보이는 것이 그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이왕 날씨 얘기가 나왔으니, 오...

    알아두면 쓸 데 있는 홍콩 잡학사전
  • 아! 인도, 악몽의 자메뷰 file

    인도 여행의 절반이 날아가 버렸다 안정훈의 혼자서 지구 한바퀴 (16)     Newsroh=안정훈 칼럼니스트     인도에 대한 평가는 사람 마다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린다. 그래서 그 ‘카오스’의 나라에 가서 어떤 곳 인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다. 가보지 않고 후회 하는 것 ...

    아! 인도, 악몽의 자메뷰
  • "사람이 온 천하를 얻고도 제 영혼을..."

    영혼의 실재를 인식하는 삶이 중하다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우선 이야기 하나를 해드리겠습니다. 중동의 한 나라에 부유한 상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회교의 법에 따라 네 명의 아내와 합법적으로 결혼을 하여 살고 있...

    "사람이 온 천하를 얻고도 제 영혼을..."
  • 자녀 독립심은 일찍부터 길러라

    [교육칼럼] 부모 간섭 거부하는 사춘기를 도리어 활용할 수 있어 (워싱턴 =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 칼럼니스트) = 자녀를 대학에 보내는 부모님들이라면 자녀가 과연 대학에 가서 혼자 독립적으로 살면서 모든 책임과 할 일들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을 할 ...

    자녀 독립심은 일찍부터 길러라
  • 오리 부부의 삶 file

    [이민생활이야기]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독자) = 나는 오늘도 오리알의 부화를 돕는다며 새벽 일찍부터 집 앞 마당에 걸상을 놓고 앉았다. 옆집 큰 고양이가 우리집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긴 장대를 옆에 놓고 말이다. 이렇게 오리의 파수꾼 노릇을 한지가 10여...

    오리 부부의 삶
  • 여권분실 덕분에 쿠바 완전정복 file

    안정훈의 혼자서 지구한바퀴 (15)     Newsroh=안정훈 칼럼니스트       바라코아에서 만났던 쿠바노. 폼생폼사에다 바람 잡는데 명수였다.     내 평생에 처음으로 여권을 분실한 것은 쿠바의 아바나에서였다. 푸에르토리코와 가까운 쿠바의 동쪽 끝 도시 바라코아에서 ...

    여권분실 덕분에 쿠바 완전정복
  • 등나무 꽃그늘 file

    봄이 좋은 이유     Newsroh=황룡 칼럼니스트         등나무 그늘에 앉아 오지 않을 당신을 기다리며 오월이 갑니다   떨어진 꽃 하나 입에 문 비둘기 당신을 찾아 부산한 날갯짓을 합니다         보라 꽃, 흰 꽃 떨어져 지친 몸을 섞고 아직도 어우러진 꽃 더욱 향기...

    등나무 꽃그늘
  • 김정은 ‘미국은 새 비핵화 해법 연말까지 내놔라’

    [시류청론] 남한은 북 식량난 타개 위한 민족애 보여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북한은 5월 4일 오전 10시반경 동해상에서 여러 발의 신형 다연장 로켓포(방사포)들과 전술유도무기(신형 순항미사일) 1발을 쏘는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전문가들은 이 미...

    김정은 ‘미국은 새 비핵화 해법 연말까지 내놔라’
  • 세무칼럼 - 거주자의 해외 투자에 따른 세법상 납세의무 file

       이석봉 세무사   해외부동산 또는 해외주식에 대한 해외 투자의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해외 투자에 대한 관심과 함께 거주자의 해외투자에 대한 세금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아졌습니다. 이전 칼럼에서 거주자의 국외자산에 대한 취득 ...

    세무칼럼 - 거주자의 해외 투자에 따른 세법상 납세의무
  • 알아두면 쓸 데 있는 홍콩 잡학사전 file

    지난주에 언급한대로 오늘은 홍콩의 면 요리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정보들을 전달해 드리고자 한다. 지난주 내용을 지면으로 보니 읽기 지루할 정도로 내용이 길었는데, 자칫 오늘은 내용이 더 길어질 수도 있으니 필자의 어설픈 사견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

    알아두면 쓸 데 있는 홍콩 잡학사전
  • 한국의 토종 봄나물 file

    (이유성 기자 weeklyhk@hanmail.net) 꽁꽁 얼어 붙었던 땅에서 새싹들이 들판과 산에서 자라난다. 겨우내 움추렸던 우리의 몸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서 각종 영양분이 타 계절보다 최고 10배까지 더 필요하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창조주는 이러한 사정을 미리 계획...

    한국의 토종 봄나물
  • 홍콩 소규모 주택정책(Small House Policy) file

    홍콩의 금수저는 신계에 있다                   (이유성 기자 weeklyhk@hanmail.net)   신계지역의 소규모정책으로   홍콩의 주택상황은 전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다. 서울땅의 1.5배 정도 크기에 약 740만의 홍콩거주민이 살고 있다. 특히, 중심상업지역과 특정 럭셔리 ...

    홍콩 소규모 주택정책(Small House Policy)
  • 길 그리고 오월의 강 file

          시린 가슴에 봄이 들더니 꽃은 피고 지고 산사(山寺)의 담장으로 오는 햇살처럼   바람에 흔들리며 속(俗)과 선(仙)의 경계를 방황하던 나무는 하늘을 향했다             아침은 법고(法鼓)를 두들겨 어딘지도 모르는 삶을 깨우는데 죽비(竹篦)소리 잠든 틈에   ...

    길 그리고 오월의 강
  • 정치인 막말이 주요 뉴스인 사회 file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I-77 Ohio Welcome Center. 오후 4시,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90마일 남았다. 내일 아침 7시에서 8시 사이에 배달. 새벽 4시에서 5시 사이에 출발하면 적당하다. 더 가까이 가서 쉴 수도 있지만, 이곳의 주차환경이 쾌적하다. 전후좌우 ...

    정치인 막말이 주요 뉴스인 사회
  • 미모의 스페인어 개인교사 file

    빼앗긴 핸드폰을 되찾다 안정훈의 혼자서 지구한바퀴(14)     Newsroh=안정훈 칼럼니스트     나는 산 크리에서 2달 동안 머물면서 28살의 미모에다 영어 실력이 뛰어난 크리스틴이라는 여선생에게 스페인어를 배웠다. 크리스틴은 커피나 와인을 마시면 가슴이 뛰고 잠을...

    미모의 스페인어 개인교사
  • 일본 사드가 왜 성주로 왔을까 file

    Newsroh=이래경 칼럼니스트     <성주에 사드배치된 지 2년하고 하루가 지나는 오늘 성주 소성리에서 행한 연설 요지 입니다>   일년 365 일 아니 지난 수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는 여러분의 활동은 단순히 성주라는 고향을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이 땅의 국격, 주권, 평...

    일본 사드가 왜 성주로 왔을까
  • 입사 1주년 기념사고를 내다 file

    마침내 얘기했다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글렌에게 정중한 메시지를 보냈다. ‘네가 엿 같은 화물만 자꾸 줘서 리즈로 갈란다’라고 쓸 리가 없잖아. CDL 취득한 지 일년이 지났고 트럭 운전도 편해져서 다음 단계로 갈 때 같다. 가까운 시일에 리즈 오퍼레...

    입사 1주년 기념사고를 내다
  • 미사의 소소한 여행일기 –동서의 정원 file

        나의 시동생의 부인, 동서는 마당이 넓은 집에 산다. 상냥하고 검소한 나의 사랑스런 동서의 취미는 정원가꾸기이다. 남자 쌍둥이를 키우는 바쁜 와중에 아이들보다 더 세심하게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까지 상태를 매일 살핀다. 그녀의 일과는 정원으로 시작해서 ...

    미사의 소소한 여행일기 –동서의 정원
  • 알아두면 쓸 데 있는 홍콩 잡학사전 file

    (RS어학원 김성수 원장)   홍콩의 거리나 지하철역 근처, 큰 쇼핑몰 안에는 다양한 식당들이 입점해 있다. 홍콩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처럼 가정식을 즐겨 먹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식사 시간이 되면 홍콩의 식당들은 대부분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붐빈다. 하지만...

    알아두면 쓸 데 있는 홍콩 잡학사전
  • 커지는 R의 공포

      경기 침체(Recession)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중앙은행은 국내 소비지출 모멘텀 감소로 사상 최저 수준인 현행 기준금리를 더욱 내릴 수 있다고 언급했고 많은 경제학자들도 세계 경제 둔화와 함께 뉴질랜드 경제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