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의 구원투수 서병길 회장을 만나다'
지난 한 해, 밴쿠버 한인사회는 시커먼 구정물을 뒤집어 쓴 듯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일부 단체의 소식으로 우울하게 지냈다.
그러나 남들 모르게 조용히 다른 이들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하는 '참 어른'들에게 들려오는 모국 훈포장 수상 소식에 많은 동포들은 상한 자존심으로 찌푸리던 얼굴의 입가에 희망의 미소를 머금을 수 있었다.
한인동포 정성자(시온선교합창단 상임지휘자)씨가 대한민국 정부가 주는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한데 이어 서병길(민주평통 밴쿠버협의회장)씨가 12월22일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한 것이다.
이번에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한 서병길 회장은 수상의 영광은 함께 해준 다른 분 들이 있어 가능했다며 자신의 공로를 내세우기 보다는 겸양의 모습을 보여주는 선 한 마음을 드러냈다.
다음은 서병길 회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밴쿠버 교민으로 부터 훈장 수상을 축하하는 꽃다발을 받은 서병길 회장
먼저 훈장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수상의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훈장수상의 영광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정작 받아야 할 더 훌륭하신 분들이 받지 않고 못받을 제가 받은 것에 대해 다소 당혹스럽기도 합니다.
한국에 직접 가셔서 수상식에 참석하셨습니다.수상소식을 미리 알고 있었나요?
-연말을 맞이해서 내자(內子)와 아이들이 있는 한국을 다니러 갔습니다. 추천되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제가 수상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그래서 캐나다로의 귀국일정을 12월20일경으로 잡고 있었는데 12월19일 수상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귀국일을 미루고 수상식에 참가했습니다.
수상소감에서 못받을 사람이 받았다고 말씀 하셨는데, 다른 훌륭한 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분들이 계시나요?
-지면으로 개인적인 이름을 말씀드리긴 어렵고..종교부문이나 정치부문에서 한인동포들을 위해 헌신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리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위해 애쓰시는 여러분들도 계시고 인권 문제, 북한의 어려운 현실을 돕기 위해 노력하시는 한인동포와 캐나다 분 들도 여럿 계십니다. 이런 여러 훌륭하신 분들을 두고 제가 받게 된 것이 송구스럽습니다.
수상이유에 보면 한글교육, 문화, C3(차세대) 와 탈북민 지원기금 조성등 단 시간의 공로가 아닌 오랫동안 해오셨던 여러 일들이 거론 되어 있습니다.
-네. 하지만 제가 그렇게 하려고 한 게 아니라, 다른 훌륭하신 분들이 잘 진행하시던 내용입니다. 다만 어느 시점에 제가 필요 하다고 요청을 하셔서 참가하다 보니 그리 되었습니다. 사업도 하고 제 앞가림도 아직 부족 하지만 고민끝에 요청과 부탁을 수락한 다음은 열심히 단체가 목표 했던 바를 이루는 과정에 어느정도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리 말씀드린 것 처럼 제가 다 했다고 는 말씀드리기가 어렵네요.
말씀을 들어보니 한인사회의 중요한 여러 단체의 구원투수 같은 역활을 하셨습니다?
-구원투수 라기는 좀 그렇고 어쨌든 대부분 다들 잘 되던 단체에 조금의 역활이 필요 했었다는 의미입니다. C3 차세대 네트워크 단체 같은 경우엔 현재 캐나다 정치계에서 큰 역활을 하시는 연아마틴 상원의원이 정치에 입문하기전 교육자로서 헌신하며 잘 진행되던 단체였기에 제가 하는 역활은 아주 작은 부분이었습니다. 또는 어떤 단체의 경우 내부 갈등이 심해서 중립적인 중재자가 필요해서 갈등을 봉합하고 목표를 향해 전진할 수 있게 한 경우도 있고, 탈북민 지원 같은 경우도 제가 활동하는 민주평통이 지향하는 평화통일을 위한 과정의 하나라고 생각하기에 최선을 다한 것 뿐입니다.
단체의 갈등이 있을 경우 봉합하는 역활을 하셨다고 하셨는데...최근 한인사회에 갈등이 첨예화한 결과 법정소송이나 공관장을 무고한 투서 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원인과 해결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캐나다에 이민온지 벌써 40여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초창기의 이민 1세대는 적은 인원으로 가족같이 지냈습니다. 주말 마다 교회에 가면 모두의 얼굴을 볼 수 있고 서로 정을 나누었습니다.그런데 한인동포의 숫자가 늘면서 당연하고 어쩔 수 없는 것 이긴 하지만 이런저런 지연,학연등 인연에 억매이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봅니다. 작은 인연에 얽매이기 보다는 같은 한민족으로 캐나다 또는 매트로 밴쿠버지역에 이민 온 큰 인연을 생각 하면서 전체 한인동포를 위한 일을 우선시 하는게 필요해 보입니다. 개인의 명예와 감정으로 움직이기 보다 봉사하고 항상 뒤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헌신적인 봉사를 해오셨습니다. 앞으로 더 매진하려는 활동은 어떤 것 들이 있나요?
많은 한인 동포들이 분단 이북의 북한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북한의 어려운 문제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계십니다. 특히 '캐나다 유진벨 재단'(서병길 회장은 이 재단의 이사장이기도 하다)은 밴쿠버시온선교합창단과 함께 북한 '결핵 병동 시설 개보수 성금'을 모우기 위해 여러 활동을 했습니다. 그런데 캐나다 유진벨 재단이 여러 가지 이유로 아직 체리티 넘버(Charity Number)를 받지 못해서 이미 받은 성금의 영수증 발급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게 시급한 목표입니다.
캐나다 유진벨 재단이 진행하는 북한 '결핵병동 시설 개보수 성금'은 정말 중요한 일 입니다. 결핵은 영양이 부족할때 발생하는 호흡기 전염병으로 방역시설이 없는 북한의 병원에는 환자 뿐만 아니라 일반인과 다른 외래환자, 그리고 병원의료진들 모두 감염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정치적,경제적 상황은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유진벨 재단이 무능력한 북한 당국으로 부터 부탁을 받아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결핵병동이 있는 북한 병원들의 방역시설(결핵환자 병동)을 갖추기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하고 있으며 캐나다 유진벨 재단도 같은 목표를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많은 동포들의 협력과 참여를 바랍니다.
탈북민들의 위한 노력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민주평통의 밴쿠버협의회장 으로서의 활동일 텐데요. 이와 함께 향후 민주평통의 활동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민주평통은 평화통일을 위한 한국정부의 의지를 범 민족적으로 공유하기 위한 조직입니다. 그중에서 제가 일원으로 활동하는 밴쿠버 협의회는 범 인권의 문제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있으며 특히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 캐나다 한인동포들의 이해와 참여를 돕기위한 여러 활동과 의지를 모우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탈북자 돕기 문제에 관해 일부 사람들은 비용에 대해 약간은 부정적인 '브로커 비용'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실제로 탈북민들의 겪는 현실은 참담합니다.
북한을 둘러싼 국가들이 중국, 라오스, 베트남 몽고등 이전에 공산주의 이거나 사회주의 국가인 까닭에 어렵게 탈북에 성공하더라도 인접국가의 난민지원을 받지 못하고 다시 북한으로 압송되어 생명을 잃는등 크나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탈북후에 신분을 숨기고 1개 또는 2개 이상의 국경을 넘는 죽음의 위협과 고통스러운 여행을 해야 합니다.
여기에 필요한 경비를 마련하지 못해 중국에서 인신매매 나 불법영업행위 등에 악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들이 무사히 신분을 숨기고 여행을 하기위한 경비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이 비용을 마련해서 한명의 북한동포라도 고통과 생명의 위협으로 부터 벗어나게 하기위해선 많은 동포들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민주평통은 이러한 탈북민 문제 뿐만 아니라 여러 평통위원님들이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활동과 더불어 인류가 가져야 하는 보편적인 인권문제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함은 물론 구체적인 기여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방법을 만들어 활동할 것입니다.
서병길 회장은 본인 스스로 밝혔듯이 미리 계획하고 작심해서 동포사회의 봉사일을 해왔다기 보다는 도움이 필요하고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때 긍정적인 해결사로서의 역활을 해 왔다. 하지만 그 해결의 결과로 관련 동포들은 화합하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음을 다양한 경로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어쩌면 그런 그의 역활과 입장이 지금의 동포사회에선 절실히 필요한 참 어른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문제의 당사자가 아닌 문제의 해결자로서 보편타당한 공평함과 이해관계를 떠난 현명함을...지금 한인 사회는 이러한 지혜로운 어른들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인터뷰에서 느꼈다.
연아마틴 상원의원(좌측)과 본지 김소영 사장(우측)과 환담을 나누는 서병길 회장(가운데)
서병길 민주평통밴쿠버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