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 방부처리 없이 나무관에 지석 사용
▲ 미국에서 친환경 묘지 수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일반 장례지인 올랜도 우드론 공원묘지 일부 모습. ⓒ 코리아위클리 |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지구의 오염이 우주적 이슈로 떠오른 이후 건축, 포장 등에 쓰이는 자재들을 환경친화적 물질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장례에서도 이같은 추세를 따르고 있다.
사실 죽음은 탄생과 더불어 가장 자연스런 일이기 때문에 환경친화적 장례가 일반인들의 관심을 모으는 것도 자연스런 일이다.
친환경 장례를 택한 이들 중에는 방수처리가 된 관에 몸을 눕히는 것은 자연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자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한다. 또 어떤이는 친환경 장례가 '흙에서 흙으로'라는 단순한 원리에 접근하고 있는 것 뿐이라고 말한다.
친환경 장례 옹호자들은 사체 방부처리, 비싼 관, 잘 정리된 장례지 등은 장례가 상업화 되면서 생겨난 것임을 지적하며, 자신들은 이전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 뿐이라고 설명한다.
자연친화적인 장례에 대한 관심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2010년 장례정보위원회(Funeral and Memorial Information Council) 조사에서 40세 이상의 미국인 그운데 43%가 친환경 장례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으나 2015년에는 비율이 64%로 크게 뛰었다.
2006년만 해도 비영리 단체인 친환경장례위원회(Green Burial Council)가 인증한 친환경 묘지는 북미 전역에서 통틀어 1개 밖에 없었으나 지금은 300개 이상으로 폭증했다.
현재 플로리다주에는 친환경 장지가 6개가 있으며, 이 가운데 자연 보존지내 장지는 2개이다. 근래 <탬파베이타임스>가 소개한 하트우드 프리저브(Heartwood Preserve?이하 하트우드)도 자연 보존지에 있는 장지로, 현재 16구 시신 혹은 화장재가 묻혀있으며, 50개 묘자리가 예약된 상태이다.
패스코 카운티 뉴포트리치에 있는 하트우드는 사유지이지만 일반인 통행을 허락하고 있는 스타키 야생 보호구역(Starkey Wilderness Preserve 총면적 1만8천에이커) 가장자리에 있다. 총 41에이커 부지에 토종 소나무와 팔메토 야자수가 군데 군데 무리지어 있는 하트우드는 묘자리로 조성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비교적 신생 자연 묘지이다.
기존 장례에 비해 절차 간단하고 비용도 낮아
친환경 장례는 환경에 영향을 주는 시신 방부제 포르말린이나 컨크리트 볼트(묘곽), 금속 장식, 동상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 관도 바구니 재질이나 소나무 혹은 종이 박스 등을 이용한다.
하트우드는 지역에서 자라는 나무로 만든 관이나 바구니 혹은 수의를 권장하고 있다. 프리저브는 장지 하나에 500달러, 그리고 땅을 파는데 드는 비용이 350달러이다. 기존의 장지 구입비 등에 비하면 비교가 안되게 저렴하다. 시체에 방부처리를 할 수 없으며 관도 미생물로 분해될 수 없는 금속 장식은 전혀 사용할 수 없다.
묘지원 측은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관 대신 이 지역에서 자라는 나무로 만든 관이나 바구니 혹은 수의를 권장하고 있다. 또 묘지원 측은 콘크리트나 금속 뚜껑, 비석, 동상 등도 금하고 있다.
장례는 30분이면 충분하다. 장례 전 묘지원 측은 장지를 3피트 깊이로 판 다음, 바닥에 솔잎이나 야자수 이파리를 깐 다음 구덩이 위에 나무 널빤지를 깔아놓고 밧줄을 걸쳐 놓는다. 이후 시신을 판자 위에 올려 놓은 뒤 밧줄로 시신을 들어올려 널빤지를 제거한다. 밧줄을 이용해 시신을 땅 속으로 내려 놓고, 흙으로 구덩이를 덮은 뒤 솔잎이나 나무 이파리를 흩뿌린다.
하트우드는 개인 무덤의 식별을 위해 자연석으로 만든 조그마한 지석에 글자를 새기는 것은 허락한다. 또 무덤위에 뿌릴 야생화씨를 제공하기도 한다.
묘지측은 장지 권리, 장례, 지석 등 3가지 요소만을 판매하며, 장례비는 시신 혹은 화장재, 사전 예약 혹은 비예약에 따라 1535달러에서 4370달러 사이가 든다.
전미 장례인대표협의회(National Funeral Directors Association) 통계 기준으로 현재의 일반적인 장례 절차에 따른다면, 염습, 볼트, 관, 뷰잉 등을 포함한 장례비 중위값(미디안)은 8500달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