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황룡 칼럼니스트
소설책이 나오기 전에 송은일 작가는 페북에 이 소설책 '작가의 말'에 나오는 '오수댁' 이야기를 소개한 바 있다. 평생 남편의 폭력에 시달려 온 노인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삶이 너무 아픈 죽음인 이야기였다.
송은일 작가 님과 댓글을 주고받으며 어머니께 권할 것인가를 먼저 읽어 보고 판단하겠다고 사전검열(?)을 농담처럼 말하기도 했지만 진심이었다.
어린시절 술 취한 아버지는 공포였다. 밥상이 엎어지고 고추장 덩어리가 날아가 천장에 붙는 일이 예사였다. 다행히도 우리 앞에서 어머니를 때리는 불상사는 없었지만 우리가 크기 전에는 그런 일도 빈번했다고 들었다.
어머니는 소설에서 고임씨 처럼 영화 '델마와 루이스'같이 주현씨와 자동차 타고 떠날 용기도 없었고, 민화어매 병선씨 처럼 75세에 집을 나가는 일도 없었다. 남편이 토할 것 같이 보기 힘들어도 86세가 되도록 오로지 자식들을 위해 견뎌 오셨다.
아버지는 14살에 계모 슬하에서 소년가장이 된 부담과 험한 시대를 살아오며 거친 삶을 살게 되었다. 사랑받지 못했기에 지금 까지도 타인을 사랑하는 방법에 서툴고, 자신을 우선 챙겨야 했던 것이 몸에 젖어 있어 시시한 아버지로 늙으셨다.
우일문 작가의 <시시한 역사, 아버지>라는 책을 사 놓고 몇 달이 지나가도록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직 아버지를 어떻게 내 속에 정돈해야 하는지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4남매에게 어머니는 절대 선이다. 상대적으로 아버지는 젊은 날 어머니에게 잘못한 일들과 여전히 독선적인 성격으로 자리의 크기만큼 인정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소설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백 년>을 어머니가 읽으시겠다면 권해드리려 한다.
소설 <대꽃ᆢ>은 우리들 고향의 민낯이다. 험하고 거친 세월을 지나 오며 이제는 저무는 노인 세대의 희생과 선택되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한 축이요,
못생긴 소나무가 선산 지킨다는 작가의 표현처럼
고향을 떠나 도시의 부품으로 생존하다가 이런저런 상처로 돌아 갈 수 있는 곳은 고향 뿐이고, 결국 그 상처를 치유하며 그들이 또 다른 한 축으로 고향을 지키게 된다.
누구나 삶을 헤쳐놓고 보면 이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눈물 나는 얘기들이 전개되며 죽음은 늘 문 앞에 놓여 있다. "남은 사람은 남은 자리에서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게 사는 일이었고", "뭐가 있는지 모르는 위가 아니라 발 밑을 보게 되면서 평화롭게 된다"는 것을 깨우치며 스스로 치유하게 된다.
소설에서 여러 죽음을 만나게 된다. 그 중 인상적인 죽음은 痛風(통풍)으로 인해 혐오스런 모습으로 동굴에 유폐된 선섭과 어머니 구암댁은 극한 통증을 마감하기 위해 편안한 죽음을 선택하게 된다.
인간은 누구나 출생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죽음은 존엄을 지키며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부터, …… 멀다
칸칸마다 밤이 깊은
푸른 기차를 타고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백 년이 걸린다"
서정춘 시인의 〈죽편 1- 여행〉 에서 제목을 차용한 소설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백 년>은 우리들의 고향, 그 삶과 죽음을 통해 우리를 되돌아 보게 한다.
대나무는 죽기 전에 꽃을 피운다. 대나무 하나가 꽃을 피우면 모든 대나무가 일제히 꽃을 피우고 일제히 죽음에 든다. 대나무는 더 이상 죽순으로 번식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면 꽃을 피우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죽순 대신 씨앗으로 번식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꽃을 피우고 떠나는 것이다.
매구 할매가 죽기 전 100년 된 '괴연재'를 태우는 다비식을 하고 생을 마감하는 이유는 대꽃을 피우는 것이리라...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룡의 횡설수설’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wangl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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