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수이포 캐슬피크 로드에 (Sham Shui Po, Castle Peak Road)에 위치하고 있는 Tong Lau. (사진=scmp)
홍콩의 수많은 아파트단지들이 쇼핑몰과 이어진 주상복합식 아파트로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러한 아파트단지들은 홍콩의 대표 건축물인 통라우(Tong lau)에서 발전되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콩의 건축물은 2차 세계대전 전후로 나눠진다. 2차 세계대전 전의 영국 식민지 영향을 받은 통라우(tong lau)와 2차 세계대전 후의 고층 복합 건물이다. 통라우는 지상층에 가게가 들어서고 위로는 주거 공간으로 이루어진 ‘샵하우스(Shophouse)’를 말한다.
통라우는 19세기 중반 영국 식민지 시대의 대표적인 홍콩식 대표 건축물이다. 영국 식민지 기록에 종종 ‘연립주택’으로 표현되었지만 그 문자적 의미는 중국식 가옥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8층 이하의 좁은 건물로 계단으로 올라가면 여러 작은 거주공간으로 나눠져 있다. 이 건물만으로도 홍콩은 항상 거주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통라우는 홍콩의 사회정치적 요인이 잘 나타난 건축물이다.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 전역의 상인들이 무역 도시인 홍콩을 오가며 이들의 요구에 따라 지상층에는 가게인 상업 공간이 있고 그 위로는 거주 공간이 있는 3,4층 건물의 초기 통라우가 지어졌다. 동시에 도시 건설을 위해 수많은 노동자들이 홍콩으로 유입되면서 통라우는 이들에게 가장 편리하고 경제적인 거주 공간으로 떠올랐다. 비좁고 채광이 부족하고 칙칙한 통라우는 수많은 저소득층 노동자들에게 적합한 거주 공간이 된 것이다. 이후 영국 식민지를 거치면서 유럽식 건축 양식인 콜로니얼과 로지아 특징이 반영되면서 후기 통라우에서 영국 식민지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통라우는 초기 3,4층 높이 건물에서 1950년에 들어서면서 최고 8층까지 지어졌다.
셩완의 온윙리 스트리트(On Wing Lee Street), 타이항 등 지역에 통라우가 많이 남아있다. 그러나 중국식 양식을 띄었던 최초 통라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1884년 센트럴에 윌링턴 스트리트의 재개발 철거 위기에서 다행히 몇 개의 19세기 통라우가 살아남았다. 완차이의 더 파운(The Pawn) 레스토랑 건물은 1888년에 지어진 대표적인 초기 통로우이다. 몽콕의 라우 성 천(Lui Seng Chun)은 1931년에 지어진 통라우로 현재 침례대 중의학 건물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황폐한 통라우를 감각적인 새로운 공동체 공간으로 재건축하는 것이 유행이 되고 있다. 케네디 다운의 텅팟 빌딩(Tung Fat Building), 완차이의 블루 하우스 등이 가장 대표적이다. 그러나 통라우의 복원 사업 노력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도시 재개발로 수많은 통로우 건축물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이 종식 이후, 중국 공산 정권이 수립되고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홍콩으로 수많은 난민들이 유입되었다. 이전까지의 통라우 양식은 늘어나는 인구를 충족하지 못했다. 1954년 연례보고에 따르면, 홍콩 인구는 1950년대에 5만 명 이상 증가했다. 1950년대와 1960년에 정부는 건물 조례를 개정해 최대 9층까지 엘리베이터 없이 주상 복합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수많은 개발업자들이 뛰어들었다. 가장 대표적인 건물이 1961년에 지어진 침사추이의 청킨 맨션과 1959년의 미라도 맨션이다. 그러나 명확한 건축 규제가 없다보니 자연광 차단을 우려해 정부는 뒤늦게 고층 복합 건물들을 계단식 곡선으로 지을 것을 규정하면서 지금의 홍콩만의 독특한 건축물들이 생겨났다.
1959년에서 1979년 사이 수많은 복합 건물이 건설되었다. 이 건물 중 10%는 1,500명이 넘는 주민들이 거주했으며 ‘건물 속 소도시’라는 별명이 붙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 정책에 따라 50년 이상된 건물들은 철거가 허용되어 수많은 건물들이 철거 위기에 직면해있다.
오늘날 지하철역 위에 에어컨 냉방시설이 된 쇼핑몰이 있고 그 위로 아파트 단지가 지어지는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많이 지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업과 주거 공간이 복합된 홍콩식 주거 단지는 통라우와 초기 복합 건물의 흔적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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