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홍콩의 결혼식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나니, 이번주에는 왠지 당연하게 장례식에 관한 내용을 다뤄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주에는 홍콩 장례식의 간단한 역사와 절차를 알아보고, 장례식장에 가서 주의해야 할 사항들을 살펴보려고 한다.
장례 문화의 역사
중국은 고대부터 나무 관에 시신을 안치시킨 뒤, 무덤을 만들어 시신을 매장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당나라 때 다른 나라와의 교류 과정에서 불교가 들어온 이후에는 불교의 영향으로 화장 문화가 확산되었다가, 다시 송나라 때 화장이 유교의 도리와 맞지 않는다고 하여 매장 문화가 보편화되었다. 이후 근대 사회로 넘어가면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국토 사용과 오염 문제가 심화되자 중국 정부에서는 화장을 장려하게 되었고,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화장을 법으로 정하게 되었다. 이후 매장 문화는 점차 사라지게 되었지만, 황족과 왕족, 그리고 귀족과 같은 부유층들을 중심으로 그 명맥을 이어왔다고 하며, 현재도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매장을 선호한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에서 화장 문화를 적극 장려하고 있기 때문에, 극소수만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한다. 단, 시신이 너무 뚱뚱해서 소각로에 들어갈 수 없는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매장을 허용한다고 하니, 죽은 뒤 자신의 시신이 땅에 묻히기 원하는 중국인이 있다면 죽기 전에 열심히 살을 찌워야 할 것 같다.
홍콩 장례식 일반 절차
사망 신고 후, 상조회사에 찾아가 장례식 날짜를 잡는다. 홍콩은 땅이 좁아서 주로 화장하는데, 화장터 일정에 맞춰서 장례식 일정을 잡아야 한다. 화장터 일정에 맞춰서 장례식을 잡아야 하는 이유는, 홍콩에는 화장터가 6개 밖에 없어서 화장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데, 보통 사망 신고 이후 짧게는 1주에서 길게는 6주까지도 기다리게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렵게 화장 날짜가 잡히면 그 전날을 장례식 날짜로 잡게 되는 것이다. 그 동안 시신은 병원 안치실이나 시골에 있는 안치실에 두었다가, 날이 잡히면 식장으로 이송시킨다.
1) 설영 (設靈) 장례식을 치른다는 뜻으로, 요즘은 상조회사 직원이 시키는대로 따르기만 하면 된다. 몇 가지 양식이 정해져 있는데, 가족은 장례식장의 크기, 가격대를 정하고 종교 유무만 알려주면 된다. 양식을 정하고 나면, 상조회사 직원이 병원에서 시신을 받아와 모든 절차를 준비해 두고 가족의 상복도 준비한다. 전통 장례식의 경우, 가족이 신분에 따라 다른 상복을 착용해야 하는데, 요즘은 많이 간소화됐고, 심지어 기독교나 천주교식으로 치르는 장례식에서는 그냥 검은 옷만 입으면 된다. 장례식 당일에 가족은 오후부터 가서 대기하고, 친척, 지인들은 자신의 퇴근시간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보통 5시부터 식장으로 들어선다. 7시에서 8시쯤 조문객이 다 모이면 종교 의식을 한다. 종교가 없는 경우는 전통 중국 의식, 즉 도교나 불교 의식으로 진행한다.
필자도 얼마 전 지인의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간 적이 있는데, 그 장례식은 홍콩 전통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본식 전에 사람들이 계속 종이로 무언가를 접고 있어서 뭘 접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엄숙한 분위기 때문에 묻지 못하고 나중에 기회가 돼서 물어보니, 그게 고인이 저승갈 때 쓰는 돈이라고 한다. 종이로 만든 큰 비행기도 있었는데, 그것도 고인이 저승갈 때 쓰는 교통수단이라고 한다. 이것들은 모두 본식에서 태우게 된다. 본식 전에 장례식장에 들어가면 필자처럼 교회를 다니는 경우는 가서 조용히 고개를 숙여 기도하면 되고, 종교가 없는 경우는 향을 올리면 된다. 들어가자마자 상조회사 직원이 종교 여부를 묻고, 알아서 지시해 주기 때문에 그대로 다르면 된다. 모든 의식이 끝나면 조문객이 고인을 보고 마지막 인사를 드리는 수순이 있는데, 이 경우는 본인의 의지에 따라 하면 된다. 하지만 보지 않는 경우는 좀 실례가 된다고 하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물론 임산부의 경우는 안 가도 된다. 고인과 마주한 후에는 가족과 인사하고 답례품으로 빨간 봉투를 받아서 가면 된다. 이렇게 모든 식순이 끝나려면 보통 두세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유가족은 고인과 밤을 같이 보내야 하지만, 요즘은 조문객들이 돌아가고 나면 유족도 보통 집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2) 입관 (入殮) 시신을 관으로 옮기는 절차이다. 본식 다음날 아침에 유가족과 친한 친척, 지인 수십 명만 오전에 다시 식장으로 간다. 전통 방식으로 시신을 관으로 옮긴다.
3) 대관 (大殮) 관을 닫고 간단한 종교 의식을 한다.
4) 출빈 (出殯) 관이 식장을 떠나 화장터나 매장터로 출발한다. 우리나라의 발인과 같은 절차이다.
5) 하장 (下葬) 과거에는 주로 매장을 했기 때문에 관을 내린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우리나라의 하관과 같은 절차로, 화장의 경우에는 재를 납골당에 안치한다.
전통 장례식의 경우 절차도 복잡하고 비용과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보통 장례식장에서 식을 하고 화장까지 하는 데 40,000HKD에서 60,000HKD가 든다고 한다. 관이나 납골함은 그 재질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라, 부잣집은 장례식 비용으로 1,000,000HKD 정도를 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병원에서 바로 화장터로 이송시키는 방식이 선호되는데, 몇천불이면 된다고 한다.
▲화장터
▲매장터
▲납골당
▲바다장
▲화원장
帛金 (baak6 gam1) 조의금 내는 방법
홍콩 장례식장 입구에는 조의금 봉투가 준비되어 있다. 모든 조문객은 똑같은 봉투에 고인의 성함을 쓴 뒤, 본인 이름을 쓰고 돈을 넣으면 된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조의금의 액수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홍콩에서는 무조건 1불로 마무리해야 한다. (예: 101, 201, 301, 501, 1001) (이유: 1. 상을 한 번으로 끝낸다는 의미이다. 2. 유가족의 답례 봉투에 들어있는 1불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조문객이 300불의 조의금을 낸 경우 1불을 다시 받기 때문에, 조의금은 정확하게는 299불이 된다. 홍콩 사람들에게 숫자 9는 영구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장례식이 계속 되라는 의미가 된다. 따라서 꼭 1불로 조의금을 마무리해야 한다. 조의금은 현금이어야 하고, 장례식에 가지 못하는 경우는 지인을 통해 꼭 장례식 당일에 전해주어야 한다. 나중에 유가족을 만나서 따로 주거나, 미리 내는 행위는 절대 안 된다고 한다.
吉儀 (gat1 yi4) 답례품
장례식이 끝나면 가족이 출구 쪽에 서서 일일이 인사하며 작고 하얀 봉투를 하나 준다. 조문객은 그 봉투를 받고 뒤돌아보지 말고, 바로 장례식장을 떠나면 된다. 봉투 안에는 1불 동전 하나와 사탕 한 알 그리고 휴지 한 장(옛날에는 손수건이었다고 한다.)이 들어 있다. 1불은 조문 와줘서 고맙다는 의미와 함께, 집에 갈 때 차를 타고 가라는 의미(옛날에는 1불이면 편도 차비로 충분했다고 한다)이며, 사탕은 장례식장에서 나오면 이제 슬픔을 잊고, 사탕과 같이 달콤하게 살라는 의미이다. 수건이나 휴지는 눈물을 닦으라는 의미로 세 가지 모두 장례식장을 나가는 조문객이 더 이상 장례식의 분위기에 연연하지 말고, 모두 잊고 밝게 살아가라는 홍콩 사람들의 배려심이 담겨 있는 답례품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번 지인 아버지의 장례식이 끝나고 장례식장을 나갈 때, 지인이 봉투는 꼭 장례식장에 버리고 가라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슬픔은 장례식장에서 모두 끝내고, 어떤 것도 담아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는 홍콩의 전통은, 그 의미를 알고 보니 더욱 감사하고, 다정하게 느껴진다.
광동어 한마디
문상객: 節哀順變,保重呀![짓어이손빈, 보우종아]
zhit3 ngoi1 so:n6 bin3, bou2 zhung6 a3!
슬픔을 절제하고 변화를 받아들이세요. 몸조심하시고요.
상주: 有心!
yau5 sam1! [야우쌈]
마음 잘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안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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