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2년 12월 22일 제물포(현재의 인천)에서는 한국 역사상 첫 공식 이민선이 미지의 땅 하와이를 향해 떠났다. 이 때는 떠나는 사람이나 떠나보내는 사람이나 눈물이 앞을 가려 제물포항은 울음바다가 되었다. 일본 고오베(神戶)에 들러 신체검사를 받고 건강한 한인 101명이 통역원과 함께 미국 상선(商船) 갤릭호를 타고 태평양을 가로질러 하와이로 향했다. 20여 일의 항해 끝에 1903년 1월 13일 호놀룰루 항에 역사적인 도착을 했는데 이들이 한국 역사상 한민족의 공식 첫 해외 이주자가 된다. 따라서 금년은 첫 해외 이주 116년차가 되는 해이다.
1882년 4월 한미우호통상조약 조인 이후 지금까지 한-미간은 가장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20세기 들어 미국이 세계사를 주도해왔고 한민족의 공식 이주 역사도 가장 오래되었으며 또한 270만으로 추정되는 교민들이 분포되어 있어 미주 한인 사회는 전 세계 재외 동포 사회의 리더로서 군림할 만하다. 그런데 분열과 갈등의 진원지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미주총연 정관에는 ‘지역 한인회를 관장하고 전체 미주 한인을 대표한다’ 라고 되어 있다. 그런 총연이 회장 선출 때마다 갈등을 빚어 두 명의 회장이 출현하고 법정 싸움으로 번져 법원에서 회장을 결정하는 사태가 수시로 일어난바 있다. 지난 5월에도 회장선거와 관련 정회원 명단 원천 봉쇄, 후보자 자격 박탈, 선관위 금품 수수, 선관위원 양심선언, 회장의 선관위 협박과 회유, 총회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 하는 등 불미한 사건으로 얼룩졌다. 결국 달라스 총회와 LA 총회가 각각 열려 두 명의 회장을 선출하는 해프닝이 일어 났고 현재 수습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정부로부터 공인 단체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재외동포재단으로부터 지원금도 못 받을 뿐만 아니라 세계한인회장대회에 초대도 받지 못하는 문제단체가 되었다.
뉴욕한인회는 1960년도에 발족되었으며 뉴욕이 세계 최대의 도시로 경제, 문화, 물류의 중심인거와 같이 해외 한인 사회의 대표 한인회라고 말할 수 있다. 교민 수가 20여 만이라고 하니 규모면에서도 제일 크다. 지금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도 뉴욕에서 가발 수출로 성공해 부를 축적한 교민이었으며 1980년도에는 뉴욕한인회장을 맡은 바 있다. 뉴욕한인회는 1983년도에 맨하탄 중심가에 6층짜리 자체 회관도 마련해 명실 공히 대표성을 인정 받을만한 위치였다. 그러나 회관 구입 후 적자 운영과 악성 세입자 문제로 항상 골머리를 앓았으며 회관 운영 방식을 놓고 내분에 휩싸여 편한 날이 없었다.
2016년 3월에는 회장 자리를 둘러싸고 1년 여 법정 싸움이 벌어졌고 현 김민선 회장이 승리해 일단락되기도 하였다. 애초에 선관위 조치에 빈발한 한인들이 ‘정상위원회’를 만들어 민승기 회장을 탄핵한 뒤 별도의 선거를 통해 김민선 후보를 당선 시키자 소송이 벌어졌던 것이다. 그 후 각각 취임한 두 회장은 다른 사무실에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소송 전을 전개해 왔다. 1983년도에 115만 달러로 구입한 회관은 현재 시가로 5천만 달러를 호가하고 있으며 회관운영도 흑자로 전환되어 교민 끼리 화합만 한다면 아무 걱정거리가 없을 것 같은 대표적인 한인 단체가 된 것이다. 지난 2019년 4월17일에는 한인회관 6층에 ‘한인이민사박물관’을 개관하고 뉴욕 한인사회의 발전상을 전시하고 있다.
한인사회의 분규는 숙명적인가, 운명으로 대응할 일인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5년 8월 7일 기준으로 재외동포 분규단체가 8곳이며 이중 5곳이 미주 한인단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정부가 분규단체로 지정해 지원금 중단 조치 등을 내린 미국 내 단체는 LA 한인회관 관리 기관인 ‘한미동포재단’을 비롯해 ‘미주한인총연합회’, ‘뉴욕한인회’, ‘라스베가스한인회’, ‘시카고해병전우회’ 등 5곳이다. 또한 ‘재영한인총연합회’, ‘재파라과이한인회’, ‘재핀란드한인회’, 등 3곳이 해외 분규단체에 올랐고 이밖에도 ‘콜로라도주한인회’, 캐나다 ‘벤쿠버한인회’, ‘재콜롬비아한인회’ 3곳은 잠정 분규단체로 지정됐다. ‘호치민한인회’는 지난 2월 오랜 갈등 끝에 대한노인회 베트남 지회장 주도로 극적으로 합의를 이끌어 내 회장을 다시 선출하기로 한 바 있다. 워싱턴한인연합회에서는 작년 11월 제40대 회장 선거 결과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이며 금년 1월에 발족된 워싱턴 한인연합회 정상화추진위원회에서 실시하는 제40대 한인연합회 선거를 다시 하게 됨에 따라 두 명의 회장이 출현해 갈등이 증폭되고 법원에 회장 선임을 위탁해야 되는 사태가 벌어질 전망이다.
한인 이민사회를 위해 존재한다는 한인회가 운영이 엉망이고 한인들의 원성이 자자한 곳이 적지 않다. 회장 자리를 놓고 내부 분란이 끊이질 않고 공금 유용 등으로 회장단 또는 임원들 사이에 소송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벤쿠버한인회는 몇 년째 공식 회장단도 구성하지 못한 채 한인회에 관여하는 몇몇 사람이 좌지우지하는 실정이다. 한인 이민사회를 위하기는커녕 한인 사회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한인들의 손가락질이나 받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한인회 재산을 놓고 회장이나 임원들이 다투는 일도 적지 않다는데 다른 소수민족 단체에서는 보기가 드문 현실이다. 한인회장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때 분란은 있을 수 없다. 한인사회 전체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생각보다는 한인회장이라는 감투를 이용해 혜택을 누리려는 데서 문제가 발생되는 것이다.
며칠 후면 오클랜드한인회장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개인이나 단체가 다른 사람의 처신이나 행태를 모방해서 발전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고, 나쁜 점을 배척해 반면교사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부디 새로 선출되는 회장은 2만 5천여 교민들의 행복을 가꾸어가겠다는 자세로 봉사해주기를 바란다.
칼럼니스트 한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