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미래

뉴스로_USA | 미국 | 2019.06.21. 05:56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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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uture of Humanity 이 거창한 제목은 일본계 미국인 이론 물리학자 (미쳐 갖구가 아니고) 미치오 가쿠 교수(Michio Kaku)의 책 이름이다. 최근에 김영사에서 한국어 번역판을 냈다길래 오디오북을 들었다. 정통 과학서인데도 SF소설을 읽는 것처럼 재미있다. 저자는 향후 10년에서 100년 사이에 일어날 과학적 진보와 인류의 우주 진출을 대담하게 예견한다. 워낙 유명인이라 과학에 조금만 관심 있으면 알 것이다. 책도 여럿 냈고 TV 다큐에도 자주 나왔다. 72세의 고령인 지금도 활발히 활동한다.

 

영화, SF 소설을 예로 들어가며 설명하기 때문에 일반인도 쉽게 그의 주장을 따라갈 수 있다. 그동안 과학 팟캐스트로 천문학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은 덕분에 듣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11시간 30분 분량 중 6시간 30분을 들었다. 덕분에 어떻게 운전하고 왔는지 모르게 시간이 후딱 지났다.

 

책에서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다노 브루노(Giordano Bruno)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에서도 브루노에 대해 다뤄 그에 대해 깊은 인상이 남았다) 브루노가 왜 대단하냐면 제대로 된 관측 도구도 없던 16세기에 철학적 사유만으로 오늘날과 같은 우주론을 정립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밤하늘의 별들은 태양과 같은 항성이라고 주장했다. 결과는 공개 화형이었다. 그는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사건 때문이었을까 훗날 갈릴레이 갈릴레오는 지구는 돈다는 자신의 주장을 철회해 목숨을 건졌다.

 

이 두 사건과 관련해서 기독교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오늘날 누구나 안다. 지구는 둥글고 태양의 주위를 돌며, 밤하늘의 별은 외계 태양이거나 외계 은하라는 것이 진실이다. 하나님은 완전하고 誤謬(오류)가 없을지 모르지만, 인간은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히려 브루노는 명상을 통해 우주의 실체를 알았으니 그야말로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들은 사람이다. 오늘날에도 하나님의 뜻을 감히 들먹이는 자들을 경계하라. 그들은 자신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른다. 브루노와 갈릴레오를 이단 심판소 법정에 세우고, 무수한 양민들을 신의 이름으로 불에 태워 죽였던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들이 (하나님의 음성을 직접 들을 수 없기에 대신) 하나님의 말씀이라 의심치 않는 성경은 애석하게도 적잖은 오류와 모순으로 가득하다. 그조차도 사람은 자기 입맛에 맞게 해석하기 일쑤다. 성경에 지구가 둥글지 않다는 내용이나 밤하늘 별이 외계 항성이 아니라는 구절이 없음에도 브루노를 불태웠다. 성경을 읽을 때는 평평한 지구를 생각했던 사람들이 쓴 책이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자기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구절을 발견해 써먹고 싶을 때는 브루노를 기억하고 자중하기 바란다.

 

 

 

Athens, GA → Atkins, VA

 

 

앳킨스로 향하고 있다. 캐리어에서 냉동기를 싣고 유틸리티 공장으로 배달한다. 앳킨스 유틸리티 공장은 익숙하다. 여기서 만든 새 트레일러 세 대를 허쉬 초콜릿 공장에 배달했었다. 프라임은 유틸리티 트레일러를 쓴다.

 

내일 오전 중 배달이고 38마일 남았다. 냉장이 필요 없는 화물이라 리퍼를 끄고 조용한 밤을 보낸다.

 

오늘은 박효신 노래를 듣는다. 초창기 허스키 창법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언젠가부터 창법을 바꿔 고음 가수가 됐다. 기름기 빠지고 가늘어진 그의 목소리가 좋다. 소리만 들으면 다른 가수다. 자신을 바꿔가며 노력하는 그의 모습이 좋다. 박효신은 노래만 잘 부르는 게 아니라 곡도 잘 만들고 노랫말도 잘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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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시각 변경

 

 

오전 8시, 휴게소를 출발하려고 준비하는데 메시지가 들어왔다. 배달 약속 시각이 오후 5시로 바뀌었단다. 원래는 오전 6시에서 정오 사이였다. 종일 휴게소에 있으라고?

 

미치오 가쿠 교수의 The Future of Humanity를 마저 들었다. 마지막에는 초끈 이론과 평행우주까지 다뤘다. 몇백억 년 후 우주의 소멸과 다른 신생 우주로의 탈출까지 걱정하다니. 스케일 하나는 우주 최고다. 대중과 오래 소통한 덕분인지 그는 첨단과학을 일반인의 눈높이로 설명할 줄 안다.

 

오후 3시, 휴게소를 출발했다. 앳킨스 유틸리티 공장에 도착. 화물을 받는 닥이 한 곳이라 다른 트럭의 하차가 끝나기를 기다려야 했다. 지게차로 리퍼 유닛을 하나씩 내려 야외 마당에 쌓았다. 기다리는 동안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폭풍 경보가 내렸다. 얼마 후 잠잠해졌다. 드디어 내 차례다. 마당에 널린 자재 때문에 은근히 후진이 까다로웠다. 철커덩 소리에 깜짝 놀라 내려보니 드라이브 타이어가 바닥에 쌓인 철재 앵글을 건드렸다. 별다른 손상은 없었고 직원들도 흔히 있는 일인 듯 신경 쓰지도 않았다. 하지만 내게는 거의 사고나 다름없는 실수다. 후진 전에 미리 내려서 모든 장애물을 확인했어야 했다.

 

오후 7시, 배달을 마치고 나왔다. 다음 화물은 2시간 거리의 윌키스보로(Wilkesboro), 타이슨 식품이다. 전에 갔던 곳이다. 새벽 5시부터 오후 4시까지가 픽업 시간이다. 오후 4시 가까이에나 준비될 것이다. 다음 배달지인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까지는 7시간 거리인데 새벽 4시 약속이다. 이런 일정이 애매하다. 새벽 5시에 도착해 10시간 휴식을 채우고 출발해야 한다. 가다가 트레일러 세척도 해야 하니 새벽 2시 30분에는 출발하는 게 좋겠다.

 

유틸리티 바로 근처 동네 트럭스탑에 왔다. 원래 어제 오려다 시간이 촉박해 포기했던 곳이다. 어제 바로 이곳에 왔더라면 34시간 리셋을 할 수 있었다. 트럭 10대 정도 주차할 수 있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두 자리가 남았다.

 

오랜만에 아내와 긴 통화를 했다. 아이들에 대해 마음을 많이 내려놓은 것 같다. 이제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고 싶단다. 아내 지인의 지인, 고양이가 어제 새끼를 네 마리 낳았단다. 그중 한 마리를 분양받기로 했다. 6주는 지나야 젖을 떼니 나는 7월말에나 그 고양이를 볼 수 있겠다.

 

왼쪽 눈에 다래끼가 곪다가 터졌다. 다래끼는 황색포도상구균에 의해 발병한단다. 위생에 더 신경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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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연된 리퍼 악몽

 

 

타이슨에 새벽 5시 조금 넘어 도착했다. 역시 아직 화물은 준비되지 않았다. 빈 트레일러 주차장에 가져간 트레일러를 내려놓고 밥테일 주차장에서 쉬었다.

 

4시 10분, 트레일러가 준비됐다는 연락이 왔다. 트레일러를 연결하려고 가니 킹핀이 너무 높다. 랜딩기어를 올려야 한다. 옆 트레일러와 간격이 좁아 작업이 힘들다. 몇 분 시도하다 포기했다. 야드자키에게 킹핀이 너무 높으니 내 트레일러를 밖으로 끌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트레일러를 끌어내 다른 곳에 주차하며 랜딩기어까지 낮춰놓았다.

 

새벽 4시 약속이니 3시까지 가면 된다. 시간을 안배하느라 도중에 휴게소에 들러 1시간 휴식을 취하고 출발했다. 오후 9시, 리퍼 알람이 들어왔다. 길가에 세우고 확인하니 리퍼 엔진이 시동이 안 된다. RA에 연락했다. 배터리가 약하다고 점프케이블로 30분 정도 충전하란다. 사놓고 한 번도 쓴 적이 없는 점프케이블을 꺼냈다. 트럭 배터리와 연결해 30분을 기다렸다. 여전히 안 된다. 설정 온도를 벗어났다는 경고까지 들어왔다. 20도 설정인데 30도를 넘었다. 내가 실은 화물은 생닭이다. 고기가 상하기 전에 리퍼를 살려야 한다. RA에 다시 연락했다.

 

RA는 이 근처에는 서비스센터가 없다고 오하이오주 컬럼버스까지 가란다. 거긴 배달처 근처다. 6시간 이상을 가야 한다. 안전한 곳을 찾는다고 빠져나온 출구는 고속도로로 재진입이 안 됐다. 동네길을 돌아가야 했다. 언덕에 자리한 주택가를 지나는데 돌아버릴 지경이다. 차 한 대 다닐 정도의 좁은 길에 가로수 가지는 트럭 지붕과 트레일러에 닿았다. 회전하며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으려고 신경을 곤두세웠다. 동네를 빠져나온 후 고속도로 진입로로 들어섰다. 지금 보니 아까 내가 우회전했던 곳에서 유턴했으면 간단했다. 물론 불법 유턴이지만 주택가 통과보다는 백번 낫다.

 

노스캐롤라이나 – 버지니아 – 웨스트 버지니아 – 오하이오로 이어지는 구간은 산길이 많다. 짐이 아주 무거운 것도 아닌데 가이암은 산길에서 맥을 못 췄다. 시속 20마일로 오르는 곳도 있었다. 마음은 급한데 속력은 안 나니 속이 탄다. 언덕길을 힘차게 오르는 다른 트럭을 보니, 회사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 4시, 캐리어 서비스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었다. RA는 기술자를 불렀다. 60분에서 90분 걸린다 했다. 뜬눈으로 기다리다 침대에 누워 눈을 잠깐 붙였다. 얼마 후 기술자가 왔다. 실내 온도는 거의 40도였다. 8시간 정도를 리퍼가 꺼져있었다. 내 핸드폰과 퀄컴 단말기에는 수십 통의 경고 문자가 쌓였다. 수리하는 동안 트럭을 분리하고 다시 휴식했다. 6시 수리가 끝났다. 전기를 생산하는 알터레이터 문제였던 것 같다. 시간은 거의 끝나간다.

 

7시, 알디에 도착했다. 오전 6시에 끝났단다. 화물 접수는 자정에 다시 연다. 다음 배달 약속은 내일 새벽 1시다. 모든 일정이 하루씩 미뤄졌다. 두 번 연속 리퍼가 문제를 일으키다니. 흔치 않은 일이다. 충전하느라 시간 쓰지 않고, 수리 기술자가 미리 기다리고 있었다면 시간을 맞출 수 있었겠지. 하지만 예약하지 않는 한 이곳에서 일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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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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