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에 나타난 한국식 불평등 해결방법
Newsroh=김원일 칼럼니스트
‘부자도 댓가를 치른다.’ 영화 ‘기생충’에 나타난 한국식 불평등방법이다.
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세태풍자 블랙 코디미 “기생충”이 러시아에서 개봉된다고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가 3일 전했다.
이즈베스티야는 “비평가들과 심사위원들, 다양한 관객층에 모두 동일하게 호평을 받은 영화 ‘기생충’을 통해 봉준호 감독의 이름은 기억해야 할 가치가 있게 되었다”고 소개했다.
이즈베스티야는 그러나 “실제로는 수년전에 전 세계에 틸다 스윈튼, 크리스 에반스, 옥타비아 스펜서가 출연한 디스토피아 영화 “설국열차”를 내놓았을 때부터 이미 그를 주목해야 했었다“고 평가했다.
2017년 봉준호 감독은 넷플릭스를 통해 판타스틱 스릴러인 “옥자”를 공개했다. 그 영화에서는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그리고 또 다시 틸다 스윈튼이 출연했는데 스윈튼은 이 작품의 공동 제작자를 맡기도 했다.
이즈베스티야는 “마지막으로 언급할 점은 봉준호 감독이 미셀 공드리 감독, 레오 카락스 감독과 함께 세 편으로 구성된 옵니버스 영화인 ‘도쿄!’를 제작했으며 “흔들리는 도쿄”를 통해 아시아의 대표 감독으로 두각을 나타내었다“고 강조했다.
‘기생충’에서는 상기 작품들과 달리 서구식의 느낌이 확연히 줄어들었고, 오히려 서구적인 모티브들이 때때로 우스꽝스럽게 그려지고 있다. 여주인공들 중의 한 명은 미제 물건이면 다 좋은 것이라고 순진하리만치 고집스럽게 강조한다. 그런 점을 빼면 이 영화는 매우 한국적이고, 모든 행동이 두 가지 무대 장치를 한 연극처럼, 부자와 빈자의 폐쇄된 집안에서 일어난다.
모든 것은 반지하 방에서 시작된다. 남편과 아내, 두 명의 대학생 나이쯤 되는 아이들이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피자박스를 접어 푼돈을 벌고 남의 집 와이파이가 잘 잡히는 장소에 올라가 공짜로 인터넷을 이용한다. 그러다가 아들이 군에 입대하는 친구 대신 부잣집 딸을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를 얻고 이 과정에서 자신을 유명 대학교에 다니는 대학생으로 소개한다. 아들은 기뻐서 잘 디자인된 저택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러 들어가는데, 이 저택에는 조금 더 나이가 어린 아이가 있는 부부가 살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 집의 안주인은 딸보다 더 어린 아들을 위해 미술 과외 선생을 찾고 아들은 서류를 위조하여 자기 여동생을 심리치료사 겸 미술선생님으로 이 자리에 취업시킨다. 이 집에는 가정부와 운전기사도 있는데 아들은 머리를 좀 써서 이 자리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취업시키는데 성공한다. 이렇게 하여 두 가족은 어떤 불운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공생관계를 시작한다.
이 영화를 보면 ‘어느 가족’, ‘엘레나’, ‘보그만’, ‘내 남자’와 같은 유사한 영화들이 기억 속에 빠르게 떠올랐다 사라진다. 봉준호 감독은 이런 聯想(연상)과 類推(유추)를 이용하여 관객이 어떻게 사건이 전개될 지를 짐작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영화의 장르별 경계는 거의 무너져 내려서 영화가 여러 장르를 넘나들기 때문에 앞으로의 결말을 짐작하기가 어렵고 이러한 예측 불가성으로 인해 관객들의 보는 재미가 더 늘어난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가 계속 진행됨에 따라 영화 제목인 ‘기생충’이라는 단어의 의미도 변화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 제목이 그 단어의 뜻 그대로 가난한 가족이, 생각이 단순한 부자 가족에 달라붙어서 그들을 빨아먹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후 그 가난한 가족들이 그렇게 속임수로 맡은 자신들의 일을 아주 잘 수행한다. 아들은 과외를 잘 해주고, 아버지는 (자가용이) 급회전을 하는데도 (주인이) 들고 있는 컵에서 커피 한방울도 흘리지 않을 정도로 운전을 아주 잘 한다. 어머니는 가사일과 요리를 척척 해 낸다. 기생충이라는 그리스 원어의 ‘식사 동료’라는 뜻대로 이들은 실제로 부자집 식구들이 기분좋은 대화를 주고받고, 식사 대접을 받는 친구처럼 여겨진다.
영화의 사건이 극적인 반전을 보일 때, 기생충은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무언가 똑같은 불쾌한 악취가 난다고 거만하게 말하는, 부잣집의 주인들이 된다. 여기서 상류층에 대한 하류층의 계급적인 憎惡(증오)가 더욱 더 분명해지고 타당하게 느껴진다. 예술의 거장답게 봉준호 감독은 모든 사실들이 관객들의 의식에 동시에 남아 있도록 하면서, 주인공들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고 결정하는 주요인은 순전히 우연임을 설명하고 있다.
기회가 생겼고 사람은 그것을 이용한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이 이들을 비웃으니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가장 좋은 계획은 아무런 계획이 없을 때라고 인생경험이 많은 아버지는 아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개천에서 용이 나서 임금 자리에 오르는 것이 빠른지, 아니면 거꾸로 왕의 자리에서 진흙창으로 떨어져 내리는 것이 빠른지는 어느 때도 절대 알 수 없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다 모두가 똑같이 변화무쌍하고 교활한 운명이라는 존재의 몸에 기생하고 있는 나름대로의 기생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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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뉴스>
“기생충은 한국 체제의 산물” 봉준호감독 (2019.5.30.)
‘부자는 빈자의 냄새를 맡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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