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석 씨 개설 ‘고펀드미’ 사이트 5일만에 목표액 1만1천달러 초과

취업 위해 브리즈번 방문했다가 청소년 흉기에 한쪽 눈 실명 봉변

캔버라의 호주국립대(ANU)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취업을 위해 브리즈번을 방문했다가 10대 청소년 7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한쪽 눈을 실명한 한국인 유학생 류현석 씨의 온라인 모금 사이트에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류 씨는 고펀드미 모금운동 창에 자신의 얼굴 사진과 지난해 12월 브리즈번에서 폭행당해 왼쪽 눈이 실명되고 생활고에 봉착한 사연 및 브리즈번타임스에 실린 관련 기사 연결 주소를 올렸다.

7월 5일 개설된 ‘고펀드미’(www.gofundme.com)의 ‘류현석의 눈 수술비와 생활비 돕기’(Help H.S. Rye for Eye Surgery and Living Expense) 창엔 최저 5달러부터 최고 500달러까지 십시일반의 기부금이 답지하면서 17일 오전 현재 1만3110달러가 모금됐다. 그가 목표로 했던 1만1000달러가 5일만에 달성된 뒤에도 계속 성금이 답지하고 있는 것이다.

기부자들 중 일부는 영어, 한국어, 중국어로 류 씨가 용기와 희망을 잃지 말고 꿋꿋하고 슬기롭게 난관을 극복해나가길 바라는 응원의 댓글까지 달았다.

이에 류 씨는 “소중한 기부를 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5일만에 목표액에 도달한 사실에 놀랐다”면서 “여러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수술 날짜가 9월 30일로 잠정 예약됐다”고 희소식을 전했다.

그는 “제가 나중에 건강을 되찾고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잡으면, 저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신 분들을 도와드릴 것”이라며 “하루 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 브리즈번 공원의 악몽…7명 청소년에게 야간 폭행으로 실명 = 캔버라에 거주하던 류 씨는 석사 과정을 마치고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지난해 12월 친구와 브리즈번을 방문했다가 야간에 10대 청소년들로부터 폭행당해 왼쪽 눈이 실명됐다.

브리즈번타임즈의 지난해 12월 18일자 기사에 따르면 류 씨와 친구는 17일 밤 9시 50분 브리즈번 도심의 머스그레이브파크(Musgrave Park)에서 최대 8명의 10대 청소년들로부터 기습 폭행을 당했다.

류 씨는 흉기로 얼굴 공격을 당하고 카메라를 강탈당한 뒤 가까스로 그 자리에서 도망쳐 경찰과 구급대에 신고했다가 허탕만 치고 중상을 입은 눈 치료를 위해 직접 병원을 찾아가야 했다.

류 씨는 SBS라디오 한국어 방송을 통해 “눈에 피가 흐르고 심한 통증이 오는 상황에서 우리는 경찰과 구급차를 불렀지만 40분 가량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면서 “결국 직접 운전해서 가까운 퀸엘리자베스2세병원(QEⅡ Hospital) 응급실을 찾았지만, 9시간이 지난 다음날 아침에야 안과 전문인 프린세스알렉산드라병원(Princess Alexandra Hospital)으로 직접 찾아가라는 말을 들었다”고 끔찍했던 상황을 전했다.

 

▶ 2차 눈 수술비와 비자 만료되는 내년 2월까지 생활비 필요 = 류 씨는 12시간 이상을 기다렸다가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왼쪽 눈은 실명됐다. 의사는 그의 왼쪽 안구가 관통상을 입어 사고 전과 같은 상태로는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사건 발생 후 7개월 가까이 된 지금까지도 눈의 2차 수술이 이뤄지지 않아, 건강상 일을 하기 어려운 그에게 생활고까지 겹치면서 고펀드미에 사연을 올리게 됐다.

그는 고펀드미를 통해 “두가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의료비와 생활비”라면서 “범죄 피해자인 제 의료비는 정부가 부담해주지만 거액의 비용을 선불로 지불한 뒤 환불받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2차 눈 수술비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받는데 최대 6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한다”면서 “저는 부상 때문에 장시간 일 할 수 없고 왼쪽 눈 장애로 인해 제한된 일만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 저축액은 고갈되고 있다. 식비 충당에도 고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자금난으로 인해 2019년 9월 말에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며 “그러면 한국에서 2차 수술을 위한 준비에 6개월이 추가 소요되고 저의 자금난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 소지한 졸업생 비자의 기한이 만료되는 2020년 2월까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는 의료비, 식비, 임대료 총액 1만1000달러를 모금 목표액으로 제시했다.

 

▶ “친구 권유와 도움으로 고펀드미 페이지 개설” = 류 씨는 “일본어 구사력을 이용해 강사를 하고 있지만 강의 시간이 줄어 임대료도 못내는 상황”이라며 “청소일도 조금 해봤지만 눈이 잘 안보여 결국 관뒀다. 생활비 때문에 일을 안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각막을 기증받아야 되기 때문에 수술을 한다고 해도 3개월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들었다”면서 “첫 수술시 꿰맨 실밥도 못 뜯은 상태라서 수술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치료를 위해 올 3월 브리즈번으로 거주지를 옮겼으며 한국대사관이 호주 정부와 접촉하는 등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마음을 먹었지만 치료도 받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친구들의 권유와 도움으로 고펀드미 페이지를 개설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정부로부터 의료비를 환불받게 되면 추가적인 치료비로 사용하거나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상진 기자 editor@topnews.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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