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Flying J Travel Center in Carney’s Point, NJ. 오늘 자고 갈 곳이다. 이따 샤워도 할 거다. 도착했을 때 이미 주차한 트럭이 많았지만, 워낙 넓은 곳이라 빈자리가 드문드문 있었다.
화물 실으러 델라웨어의 조지타운 가는 길이다. 농장인 것으로 봐서 농산물을 운반하는 모양이다. 배달지는 위스콘신의 왈도(Waldo)다. 버섯 배달을 마치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쉬는데 이 화물이 들어왔다. 업무시간은 4시간 30분이 남았다. 발송처에서 오버나잇파킹이 된다고 해서 서둘러 출발했다. 혹시 드랍앤훅일 수도 있어서 리퍼 연료를 채우려고 이 트럭스탑에 들렀다. 주차하고 나니 마음이 바뀌었다. 내일 아침에 가자.
원래 픽업 약속은 내일 오후 9시다. 배달 약속은 월요일 오전 8시다. 거리가 거의 천 마일이다. 내일 밤에 출발해서는 제시간에 도착하기 어렵다. 밤새 달리고, 내일 낮에 자고 다시 밤새 달려야 가능하다. 일찍 가면 일찍 화물을 받을 수도 있으니 시도해보는 거다. 밑져야 본전이다.
어제 버섯농장에서 밤을 나보니, 밤에는 화물을 싣지 않았다. 그러니 오늘 저녁에 도착해도 내일 아침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럴 바에는 트럭스탑에서 쉬고 내일 아침에 가는 게 낫다.
전국을 다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뉴저지가 가장 화물 배달이 어려운 주가 아닐까. 옛날에 형성된 도시와 마을이 많아 대형 트럭이 드나들기 힘들다. 오늘 간 곳도 마을을 지나고 좁은 사거리에서 회전하는 등 접근에 애를 먹었다. 도로가 좁아 갓길에 잠시 세워 둘 수도 없다. 계속 움직여야 한다. 발송처 내부는 규모도 크고 후진하기 괜찮았다. 고속도로에서 멀리 있어 찾아가는 길이 어려웠을 뿐이다. 뉴저지에 오면 冒險(모험)을 떠난 기분이다.
트레일러 세척 하러 가려다 말았다. 가는 길이 복잡하다. 그렇게 더럽지 않아 휴게소에서 빗자루로 쓸었다. 큰 덩어리는 비닐봉지에 담아 버렸다. 다 쓸어버리겠다는 빗자루를 처음 써봤다.
뉴욕주에서 펜실베이니아로 가는 화물 예고가 들어왔는데 시간이 촉박했다. 4시까지 도착해야 하는데 5시에나 도착할 것 같았다. 좀 미리 주든지. 배달 거리도 150마일밖에 안 된다. 시간 못 맞출 것 같다며 거절했다. 그러고 들어온 화물이 델라웨어에서 위스콘신이다. 총거리가 1,100마일이니 결과적으로는 더 낫다.
조용한 휴게소
어제 트럭스탑에서 자길 잘했다. 농장이라 농산물을 나르는 줄 알고 왔더니 닭공장이다. 악취가 진동한다. 바로 전에 농장에서 버섯을 운송했다고 다음 화물도 농산물일 것이라는 선입견은 잘못이다.
라이브 로드인 줄 알았더니 드랍앤훅이었다. 리퍼 연료 채우고 오길 잘했다. 입구에서 젊은 여성 경비가 내가 끌고 온 트레일러를 검사하더니 오케이했다. 다쓸어 버리는 빗자루의 위력은 대단했다. 다행히도 내가 가져갈 트레일러가 준비돼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일정대로 움직일 수 있다.
연결한 트레일러에 연료가 절반 이하다. 연료를 안 채우고 트레일러를 가져왔나? 나도 요즘에는 항상 트레일러에 연료를 가득 채우지만, 초기에는 몰라서 연료가 적어도 그냥 내려놓은 적이 있다. 가다가 리퍼 연료를 채워야 한다. 델라웨어에는 트럭스탑이 없다. 가격이 싼 곳은 펜실베이니아까지 가야 하는데 180마일 거리다. 아니나 다를까 가다가 리퍼 연료 없다고 경보가 떴다.
델라웨어는 입지가 특이하다. 반도의 북쪽 오른쪽 부분을 차지한다. 왼쪽은 메릴랜드다. 반도를 전부 차지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이렇게 경계를 나눴을까? 본토로 가려면 다리를 건너야 한다. 다리를 건너는 차량이 많아 지체됐다.
I-90, I-70, I-76를 타고 메릴랜드,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까지 왔다. 오하이오 첫 고속도로 플라자에 섰다. 독립기념일 연휴 때문인지 주차장이 조용하다. 100대 규모 주차장에 트럭 20대 정도 서 있다. 이렇게 한산한 것은 처음이다. 샤워실에 물이 평소에는 미지근하게 나오는데 오늘은 뜨거웠다. 이용자가 없어서 그런 모양이다.
내일도 약 500마일 달려 배달지 가까이 가서 쉬고, 모레 새벽에 출발하면 된다.
다시 러브스
최근 파일럿 플라잉제이와 프라임의 제휴 프로그램이 종료됐다. 그동안 프라임 드라이버는 포인트가 더 적립되는 등 약간의 惠澤(혜택)이 있었다. 연료부서에서는 파일럿쪽과 다시 협상 중이라 했다. 파일럿과 제휴가 끝나자마자 러브스쪽으로 주유소 지정이 나왔다.
오늘만 러브스에 두 번 들렀다. 연료 탱크가 1/8 수준으로 떨어지면 위급 상황으로 인식해 네트워크에 속한 가장 가까운 주유소를 지정해준다. 그곳이 가격이 비싸면 최소한의 주유만 하고 더 싼 주유소로 보낸다. 오늘이 그런 경우다. 최소한의 주유는 50갤런이다. 그리고 150마일 떨어진 곳에서 100갤런을 보충했다. 덕분에 러브스 샤워 크레딧 2회를 받았다. (50갤런 이상 주유하면 샤워 크레딧 1회를 준다) 트럭스탑에서 주유하고 다시 고속도로로 복귀하는데는 최소 15분에서 30분까지도 걸린다. 그래서 샤워 크레딧 때문에 일부러 주유를 자주 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오늘 간 러브스 트럭스탑은 둘 다 I-80에서 몇 마일 떨어져 있었다.
오하이오 – 인디애나 – 일리노이 – 위스콘신까지 왔다. 시카고 근처 지날 때는 길이 많이 막혔다. 오늘은 밀워키 남쪽 Franksville의 파일럿 트럭스탑에 섰다. 원래는 일리노이 마지막 휴게소에 섰다가 트럭커패스 앱을 검색해보니 지금 이곳은 다른 트럭스탑보다 한산했다. 80대 주차 규모인데 가운데 공간을 넓게 비워 놓아 주차가 용이하다. 샤워도 기다리지 않고 바로 할 수 있었다. 주유하는 트럭도 없이 조용하다. 여기서 약간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러브스와 파일럿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데, 그곳은 무슨 이유인지 항상 복잡했다. 낮에도 대개는 자리가 없다.
날씨가 더워 리퍼를 Fuel HOG, 연속 가동으로 돌리고 있다. 이 경우 연료 소모가 크다. 하루에 연료통이 절반 이하로 준다. 내일 새벽에 배달처로 출발하면서 다시 연료를 채우고 갈 예정이다. 내일 가는 곳은 규모가 작아 라이브 언로드일 것이다. 이 경우 리퍼 연료를 가득 채워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왕 트럭스탑에서 쉬고 있으니 기회 있을 때 리퍼를 채우면 나중에 일부러 주유하러 가는 수고를 덜 수 있다. 배달 후 와쉬아웃은 반드시 해야 한다. 고기 핏물이 엄청 흘렀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트럭커 볶음밥을 만들어 먹었다. 이런 저런 재료와 양념을 다 집어 넣고 프라이팬에 볶는다. 간편하고 영양소를 골고루 갖추었다. 食中毒(식중독)도 예방한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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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에 일어나 리퍼 연료 채우고 출발했다. 도착하니 7시가 안 됐다. 9시 좀 넘어 짐을 내렸다. 이곳은 사람 먹는 음식이 아니고 동물 사료를 만드는 곳이었다. 소도 직접 잡는지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 내부로 들어가보니 도축돼 가죽이 벗겨진 소가 공중에 걸려 있었다.
후진을 하는데 깔끔하게 안 돼서 여러번 앞뒤로 오갔다. 왜 그러나 생각해봤더니 흙바닥이라 안내선이 안 그어져있다. 닥에 후진할 때는 도어를 보고 가지만 다른 트레일러를 기준선으로 삼기도 한다. 옆에 트레일러가 없을 때는 바닥의 안내선을 보고 좌우 간격과 각도를 조절한다. 오늘 같은 경우에는 참고할 대상이 없어서 어려웠다. 우린 평소 잘 의식하지 못 하지만 다른 사람이나 대상에 의외로 많이 의존한다. 한 트레일러가 삐딱하게 주차하면 뒤에 오는 트레일러도 따라서 삐딱해진다. 그래서 주차를 가급적 반듯하게 해야한다. 사람의 평소 언행도 그래야한다.
얼었던 핏물이 녹으면서 트레일러 배수구로 줄줄 흘렀다. 트레일러 세척할 곳을 찾으니 두 곳이 나왔다. 먼저 가까운 곳으로 갔다. 탱크 트럭 서비스업체였다. 화물을 무엇을 실었냐고 물어본다. 고기 실었다. 우리는 피가 나오는 화물은 취급하지 않는다. 다른 곳을 찾아봐라. 위생문제로 그런 모양이다. 좀 더 멀리 있는 다음 세차장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다음 화물이 들어왔다. 갓길에 세우고 확인하니 그린베이에서 받아서 텍사스 라레도로 간다. 멕시코 접경도시다. 한두 번 가본 적 있다. 약 1,500마일 거리다.
어제 새벽에는 자다가 추워서 깼다. 바깥 기온이 55도(섭씨 12도)였다. 여긴 왜이리 선선하지? 반면 라레도는 100도가 넘는다. 섭씨 40도다. 뜨거운 맛좀 보겠군.
다음 세차장으로 가는데 공사로 길이 막혔다. 네비는 둘 다 정신 못 차리고 막힌 길로 안내한다. 감에 의존해 다른 길로 돌아갔다. 시골길을 얼마간 달리니 네비도 새로 경로를 찾았다.
세차장에 도착해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베이가 두 개가 있는데도 기다리는 트럭이 많았다. 다들 외부 세차를 하고 트레일러 내부 세척은 나뿐이다. 희안하게도 내 뒤로는 트럭이 안 왔다. 하필 내가 제일 바쁜 시간의 말미에 온 모양이다. 오늘은 트레일러 세척비가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얼마나 지저분하고 끔찍한지 돈을 더 주고 싶을 정도였다.
오후 2시, 그린베이의 JBS에 도착했다. 오전 8시에서 오후 8시 사이 픽업이다. 아직 화물이 준비 안 됐다. 트레일러를 내려 놓고 근처 월마트로 갔다. 빵, 햄, 라면, 과일, 채소, 쌀, 통조림 등 식품을 보충했다. 또 한 열흘은 버틸 수 있다. 근처 로컬 트럭스탑에 가봤다. 공간은 있지만 앞 도로가 공사중이라 좌회전해서 들어갈 수 없고 좀 돌아서 와야 했다. 거기서 기다리며 책을 읽다 보니 오후 4시에 화물이 준비됐다고 전화가 왔다.
서류 받고 트레일러 연결하고 트럭스탑으로 이동하려다 그냥 여기서 쉬기로 했다. 다른 트럭은 어디서 기다리는지 아무도 없이 한산하다. 야드 자키만 트레일러를 이동하고 있다. 이곳은 오버나잇이 된다 안 된다 언급이 없었다. 눈치를 보니 여기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다 가도 될 것 같다. 굳이 공사중이라 도로가 혼잡한 트럭스탑까지 갈 필요 있나. 2시부터 쉬었으니 자정에는 움직일 수 있다. 새벽 2~3시 정도에 움직일 생각이다. 내일 한 500마일 달리고 일찍 트럭스탑에 가서 쉴 작정이다.
나는 아메리카 대륙 종단에도 관심이 많다. 멕시코로 해서 어디까지 갈 수 있나 봤더니 파나마에서 막히는 것 같았다. 콜롬비아와 파나마 사이에는 국립공원이 있는데 고속도로가 연결되지 않는 것 같다. 일반 승용차는 모르겠지만 트럭은 못 다닐 것 같다. 콜롬비아까지만 가면 다시 아르헨티나 최남단 가까이 도로가 연결된다. 알라스카에서 아르헨티나까지 종단해볼 수 있을까? 페친 중 한 분은 여든 중반에 가까운데 미국에서 알라스카까지 직접 운전해 가셨다.
기대된다는 expect가 아니었다
밤운전은 역시 피곤하다. 10시간 휴식이 끝난 자정 즈음에 출발했다. 졸음을 막기 위해 락음악도 듣고 간식도 먹어 가며 운전했다. 오전 6시경 로드레인저 트럭스탑에 들러 1시간 정도 잤다. 졸릴 땐 자는게 최고다. 약간의 수면만으로 재충전하고 다시 달렸다. 원래는 텍사스의 Anne에서 注油(주유) 예정이지만, 절반 남은 연료로 거기까지 갈 수 없다. 매크로를 다시 보냈더니 이스트 세인트루이스로 주유 예정지가 바뀌었다. 이스트 세인트루이스 파일럿은 자주 가는 곳이다. 워낙 일찍 출발해 정오도 안 돼 도착했다.
주유 후 운전 시간이 2시간 30분 남아 100마일 정도 더 달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가는 코스에는 한참 동안 휴게소나 트럭스탑이 없었다. 가민과 퀄컴 두 네비가 잡은 코스는 아칸소를 가로 질러 간다. 미주리와 오클라호마를 지나는 코스를 잡아봤다. I-44를 타면 스프링필드 본사를 지난다. 그 코스가 거리도 약간 짧았다. 구글맵으로 경로를 잡아보니 두 코스를 다 잡는데, 추천코스는 오클라호마쪽이었다. 남은 시간에 스프링필드까지는 못 간다. 그래도 그쪽으로는 중간에 트럭스탑이 많다.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 일단은 여기서 쉬기로 했다. 샤워부터 했다.
페이스북 프라임 리퍼 그룹에 경로 추천 질문을 올렸다. 모든 답변이 오클라호마 쪽이다. 아칸소 방향은 아무도 없다. 왜 그럴까? 네비는 그쪽을 추천하는데. 아칸소 코스는 톨비가 안 드는 대신 길이 험한 모양이다. 아마 마을도 자주 지나는 것 같다. 구글맵과 다른 드라이버가 추천하는 코스로는 I-44를 타고 서쪽으로 가다가 69, 75번 도로로 댈러스를 지나 I-35로 남쪽으로 끝까지 가면 된다. 69, 75번 도로 상에 괜찮은 트럭스탑이 많다고 했다. 나는 길을 잘 모르니 웬만하면 네비가 잡아주는 코스로 간다. 네이슨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주 다른 경로를 선택해서 갔다. 경험 많은 다른 프라임 드라이버들도 네비와는 다른 경로를 추천하니, 앞으로는 잘 생각해보고 다녀야겠다.
밤운전은 피곤하니 이따 휴식이 끝나면 스프링필드 본사로 가야겠다. 거기서 자고 빨래나 식사 등 볼 일을 본 후 내일 아침에 출발하면 되리라.
유투브에 빨간 모자 영어 선생이 있다. 항상 빨간색 야구모자를 뒤로 돌려 쓰고 나와 붙인 별명이다. 아내도 그렇고 내 의견도 지금껏 이 사람만큼 잘 가르치는 사람을 못 봤다. 아내는 EBS 영어 강의는 여기 비하면 다 엉터리라 했다. 젊은 남자인데 한국어의 미묘한 뉘앙스를 영어로 표현하는 방법을 잘 알려준다. 이 좋은 강의가 무료라니. 유투브는 지식 혁명이다. 오늘도 오면서, 화면은 못 보지만 소리로 강의 몇 개를 들었다. 내가 예전에 했던 실수도 알았다. 작년에 네이슨 가족과 휴가를 보내기로 했을 때, 나는 네이슨에게 너네 엄마 만나는 것 너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때 네이슨의 표정이 약간 이상했다. 그래 당연히 엄마도 만나지. 오늘 그 이유를 알았다. 내가 기대된다를 expect로 말했기 때문이다. expect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상한다는 뜻이다. 자기네 가족과 휴가를 가는데 당연히 자기 엄마도 만날텐데 왜 그 얘기를 하나 싶었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look forward to나 can’t wait을 써야 했다. 영어는 실수하면서 배우는 거다. 실수 안 하려고 입 다물고 있으면 안 는다. 빨간 모자 선생이 늘 말한다. 이해는 한 번으로 충분하다. 연습을 백 번 해라. 저절로 나올 때까지.
아빠와 아들
오클라호마 마지막 트럭스탑이냐 텍사스 첫 휴게소냐, 저울질하다 텍사스로 들어왔다. 오후 6시인데 자리는 많다. 댈러스를 80마일 앞둔 곳이라 더 내려가면 자리가 없을 것이다. 운전시간이 거의 끝나 더 갈 수도 없지만.
어제밤 10시, 이스트 세인트루이스를 출발했다. 4시간을 달려 새벽 2시에 스프링필드 프라임 본사 터미널에 도착했다. 8시간을 머무는 동안 많은 일을 했다. 트럭과 트레일러 세차부터 했다. 트레일러를 야드에 분리했다. 인바운드 점검 결과, 뒤쪽 상단 마커 라이트 2개가 나가서 수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내가 자는 동안 트레일러샵에서 가져가 수리할 것이다. 새벽 3시, 일단은 피곤하니 잠부터 자자.
아침 8시, 기상. 빨래 돌리는 동안 샤워하고 카페테리아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바닥깔개도 같이 빨았다. 태크 떼는 것을 잊어버려 빨래가 온통 종이가루 투성이다. 신경 안 쓴다.
트레일러 찾아서 연결하고 아웃바운드로 갔다. 리퍼 연료통을 가득 채웠다. 퍼밋 부서에 가서 혹시 뉴욕 스티커가 왔냐고 물어보니 있었다. 이것 때문에라도 본사에 와야 했었는데 지나는 길에 해결했으니 잘 됐다.
오전 10시 30분 터미널을 출발했다. I-44번 도로로 가다 69번 국도로 들어갔다. 44번 도로로 오클라호마시티까지 가서 I-35를 탈 수도 있는데 돌아서 가는 길이다. 거기다 무슨 일인지 44번 도로를 막고 차량을 모두 69번 국도로 보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69번 도로는 중간에 75번 도로로 이름이 바뀐다. 소도시를 지날 때 속도를 줄였지만 대체로 무난한 코스다. 오클라호마 소도시 구경하며 가는 길도 괜찮다. 출발할 때는 날씨가 화창했는데 오클라호마 들어선 이후로 빗발이 강해졌다 약해졌다 반복했다. 멀리서 번개가 땅으로 내려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밤이었으면 볼만했겠다. 그나저나 세차는 괜히 했다.
목적지까지는 500마일 남았다. 배달은 모레 오전이다. Laredo 주변 트럭스탑을 조회해보니 숫자도 많고 규모도 컸다. 오후 6시 이전에만 도착하면 주차에는 문제 없겠다. 어차피 내일 새벽 2~3시 정도에 출발할 작정이다. 댈러스를 관통해서 가기 때문에 출근길 停滯(정체) 시작되기 이전에 빠져나가는게 좋다.
휴게소 옆에 주차한 플랫베드에서 남미계 운전자가 내렸다. 열 살 정도로 보이는 남자 아이도 따라서 내렸다. 방학이 시작돼 아빠를 따라 다니는 모양이다. 각목을 싣고 가는데 비가 올 것 같아서 타프를 쳤다. 남자 아이도 아빠를 돕는다. 저 아이는 자연스럽게 트럭 일을 배우는구나. 나도 유타가 2층 침대였으면 성주를 데리고 다녔을텐데. 그들은 타프만 치고 바로 떠났다. 힘이 남아 있을 때 플렛베드도 한번 해봐야할텐데.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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