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 대한민국에서 탈원전 정책이 강력히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호주에서는 “기후변화와 전력난을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최선책은 원자력 발전이다”는 여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최근 호주 수퍼(퇴직연금) 기금 연합 단체(ISA, Industry Super Australia)가 ‘호주의 원자력 발전의 당위성’을 부각시키는 연구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원자력 발전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점화됐다.
호주 내 부동의 라디오 청취율 1위 방송사 2GB에 출연한 일부 학자는 원자력 발전 결사 반대의 근거로 한국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예시로 들었고, 지지층은 “한국이 더 이상 원자로를 건설하지 않겠다는 것일뿐 여전히 원자력 에너지 비중은 27%이다”라고 항변하며 논쟁을 벌였다.
이같은 논쟁은 결국 연방 정치권으로까지 확산됐다.
국민당 당수를 역임한 바나비 조이스 의원을 비롯 농촌지역을 지역구로 둔 일부 여당 소속 의원들이 원자력 발전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나서면서, 급기야 앵거스 테일러 에너지부 장관은 “연방의회 차원의 조사위원회 구성 방침을 전격 발표했다.
그는 “원자력 발전의 타당성에 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고 밝혔다.
테일러 장관은 한발짝 더 나아가 “호주는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고 이는 국민적 바람이다”라고 강조했다.
원자력 발전 지지자들은 기후변화대책과 전력난을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원자력 발전소 건립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자유당 연립 내의 원자력 에너지 개발 지지 의원들은 ‘의회 조사단’ 구성을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노동당은 즉각 반발했다.
노동당의 기후변화 및 에너지 담당 예비장관 마크 버틀러 의원은 “정부는 즉각 핵발전소 건립 계획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인지의 여부를 국민 앞에 정직하게 밝히라”고 정부를 압박했다.
버틀러 의원은 특히 “원자력 발전소는 엄청난 양의 용수 사용 가능 지역 인근에 입지해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사진=AAP: 올해 2월 스노위 하이드로 전력개발 프로젝트 현장을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는 스콧 모리슨 연방총리.
ISA “원자력, 미래의 에너지…”
호주 수퍼(퇴직연금) 기금 대표 단체(ISA, Industry Super Australia)는 최신 보고서를 통해 “미래의 에너지 개발에 있어 원자력 발전소 건립이 필요하며, 태양열, 풍력, 석탄 및 탄소포집 프로젝트와 함께 원자력 발전도 추진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ISA의 수석 경제관 스티븐 앤소니 박사는 ABC와의 인터뷰에서 “미래의 에너지 테크놀로지와 원자력 산업을 비교 분석할 경우 모든 면에서 원자력 에너지의 이점이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미래의 에너지 개발 사업에서 원자력이 배제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호주가 직면해 있는 가장 본질적 문제는 향후 50년 안에 탈 탄소화를 달성하지 못하면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이 도래한다는 점이다”면서 “지금 당장 우리가 고려할 수 있는 테크놀로지는 바로 원자력 발전이다”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고서는 “가장 시급한 첫 걸음은 핵발전을 위한 테크놀로지 차원의 역량을 갖추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자력’, 저비용 고효율
특히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에서 하루 반나절 사용분 전력량을 비축하기 위해서는 연방정부의 ‘스노위 하이드로 2.0 프로젝트’(스노위 마운틴 일대 수력발전 확장 계획)를 100곳에서 완성시켜야 하고, 무려 7천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된다.
그런데 이 비용이면 무려 원자력 발전소를 최소 100곳에서 150곳을 건설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호주의 전체 전력 수요의 절반 이상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호주의 하루 반나절 분의 전력량 비축을 위한 배터리 건설 비용은 무려 6조5천억 달러로 이는 원자력 발전소 1000곳 건설 비용에 맞먹는 액수다.
남부호주주는 현재 전력대란에 대비한 초대형 배터리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나 10년 단위로 실시해야 하는 보수작업에도 막대한 비용이 소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ISA 보고서는 또 “환경 단체를 비롯 일부에서는 원자력 참사를 지나치게 우려하면서 석탄발전보다 더 나쁘다고 주장하지만 원자력 발전은 분명 호주의 미운 오리새끼 같은 존재로 우리가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호주의 미운 오리새끼 ‘원자력’
ISA의 수석 경제관 스티븐 앤소니 박사는”기후변화를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호주의 인프라가 계속 낙후되면서 세계 무대에서 더욱 멀어지고 있다”면서 국민연금 차원의 기금투자 방안 검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즉, 정부의 대체 에너지 개발 정책의 무력함과 제도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결국 일부 전력산업 투자자에게 비싼 전기세에 따른 이득과 보조금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점이 지적된 것.
하지만 국민연금의 투자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연방정부의 정책 전환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보고서는 “진지하고 장기적이며 중립적인 에너지 정책이 결여된 현실이 에너지 산업에 투자 부족의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일반적으로 장기적 대책을 필요로 하는 급변하는 에너지 산업과 같은 분야에 간접 투자가 줄을 잇지만 현재는 침묵 그 자체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호주에너지시장협회(AEMO) 측에 따르면 호주 내의 화력발전소의 60%가 2040년까지 폐쇄된다.
ISA 보고서는 지금 당장 기후변화 문제가 현안과제로 떠오르지 않았다 해도 기저부하 발전소는 대체해야 할 시점이 됐다는 점을 적극 부각시켰다.
한편 이번 보고서에서는 미래 에너지 개발 대상에서 비용 및 규모 등의 현실적 문제를 고려해 조수 및 파력 개발은 제외돼야 한다는 점도 언급됐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의 한빛원전
연방정치권, 원자력 발전소 건설 필요성 ‘공론화’
이런 가운데 국민당 당수를 역임한 바나비 조이스 의원은 원자력 발전소의 지방 마을 건설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표했다.
바나비 조이스 위원은 “원자력 발전소를 유치하는 마을의 인근 주민들에게는 원자력 발전소의 전력을 무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호주는 현재 연방 및 주정부 차원에서 국내 전력 공급용 원자력 산업 개발을 금지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 로비 그룹들은 이미 원자력 발전소 적정 부지로 ▶지형적 안정 ▶기존의 전력망 근접성 ▶교통망 ▶용수 조건 등을 고려해 수십 여 곳을 자체 선정한 상태다.
여기에는 바나비 조이스 의원의 NSW주 뉴잉글랜드 지역구를 비롯해 자유당의 켄 오도우드 의원의 퀸슬랜드 플린 지역구 내의 부지 등이 포함됐다.
바나비 조이스 의원과 켄 오도우드 의원 모두 원자력 발전에 대해 지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이스 의원은 특히 “원자력 발전은 참으로 먼 여정을 달려왔고, 당장 원자력 발전 금지 조치가 해제된다 해도 지역사회가 인근에 원자력 발전소가 건설되는 것에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올바른 정책이 필요하며 지역 주민들에게도 가시적인 혜택이 돌아가야 원자력 발전소 건립을 수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이스 의원은 구체적으로 “원자력 발전소 시설의 가시권 내에서 거주할 경우 전기세를 무료로, 반경 50km 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는 절반 가격에 전기를 공급하는 혜택을 부여하자”고 제안했다.
VIC 주의원, ‘원자력 발전 및 우라늄 개발 촉구’ 동의안 상정
한편 정치권에서는 가장 먼저 빅토리아 주의회의 일부 중도정당 소속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전력난 문제를 떠나 기후변화 대책의 일환으로 원자력 발전과 우라늄 개발 금지 조치를 해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빅토리아주 자유민주당 소속의 두 의원은 “원자력 발전만이 기후변화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함과 동시에 주내의 만성적 전력난과 전기세 폭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유민주당 소속의 데이비 림브릭 의원과 동료 팀 퀼티 의원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의회 동의안을 주 상원의회에 상정했다.
두 의원은 동의안에서 원자력 발전과 우라늄 개발, 탐사 및 수출, 그리고 우라늄 폐기처리, 산업적 의학적 응용 등의 전반적 현안에 대한 의회차원의 조사를 제안했다.
데이비드 림브릭 의원은 “기후변화 대책의 필요성은 전 국민과 여야 모두 공감하는 사안이다”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효율적 대책이라면 모든 사안에 대해 폭넓은 검토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라늄 개발 및 수출 문제에 대해서도 지엽적인 접근법에서 벗어나 기후변화 대책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일갈했다.
림브릭 의원은 특히 “호주 역시 OECD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원자력 발전을 하지 않는 나라는 호주가 유일하다”고 강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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