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호주 각 대학에 재학중인 홍콩 및 중국 본토 유학생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 위험성이 고조돼 대학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사진은 UTS의 레논 월(Lennon Walls)에 부착된 대자보 및 각 메시지들. (트위터 / Filip Stempien)
시드니대학교-UTS 등 각 대학 당국, ‘표현의 자유’ 기조 속 학내 안전 강화
홍콩의 반정부 시위가 악화일로를 걸어가면서 금주 20일 현재 중국 인민해방군이 사태 진압을 위한 ‘10분 대기’ 체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중국계 유학생들이 상당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호주 각 대학들은 ‘표현의 자유’라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학내 치안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의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 홍콩 유학생들은 친중국(pro-China) 학생들과의 물리적 충돌을 우려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 주 금요일(16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 보도에 따르면 호주국립대학교(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ANU)와 시드니과학기술대학교(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UTS)는 홍콩 학생들과 친중국 학생들 사이의 충돌 위험이 고조되면서 대학 내 자유의 상징인 ‘Lennon Walls’에 경비원을 배치했다.
시드니대학교에 재학 중인 홍콩 유학생 데니스 추이(Dennis Chui) 등 홍콩 유학생 단체 지도자들은 최근 퀸즐랜드대학교(University of Queensland)에서 발생한 양측 학생들간의 물리적 폭력 사태가 다른 대학에서도 발생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이는 “시드니대학교의 경우 중국 학생들과 홍콩 학생들이 둘 다 많은 곳으로, 이 때문에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며 “하지만 우리는 누구를 만나든 평화적으로 홍콩 민주주의 시위에 대한 의견을 나누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19세의 홍콩 유학생으로 ANU에 재학 중인 브렌든 웡(Brendan Wong)은 “일부 대학에서 양측의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면서 “홍콩과 중국 본토에서 온 유학생들 사이의 긴장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 주민들을 지지하는 호주 대학 학생들의 집회도 생겨나고 있다. 사진 : 트위터 / Paul Kotta.
‘Lennon walls’는 영국 록그룹 비틀즈(Beatles)의 멤버였던 존 레논의 평화 메시지에서 영감을 받아 1980년대 체코 프라하(Prague, Czech Republic)에 설치, 민주주의 이념을 지향하는 인사들의 수많은 메시지가 그려진 조형물로서, 이후 전 세계 각 도시 및 대학으로 확산 설치됐다. 홍콩 반체제 시위가 지속되면서 지난 몇 주 사이 NSW대학교, 시드니대학교, ANU를 비롯한 호주 내 일부 대학에서는 각 학생들의 주장을 담은 레논 월의 메시지들이 심하게 파손되기도 했다.
추이는 “우리(홍콩 유학생들)는 홍콩 독립을 위해 뭔가를 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음에도 레논 월의 대자보는 금세 찢겨지고 중국 본토 학생들은 우리와 보다 공격적으로 논쟁을 벌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공산당 교육으로 인해 민주주의에 반대하는, 중국 본토에서 온 학생들은 민주주의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지만 그들이 호주에 있는 한 이 나라가 지향하는 민주주의 체제와 자유가 무엇인지를 배우고 존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호주 각 대학의 유학생 비율을 보면 중국 본토에서 온 학생들이 홍콩 유학생 수보다 훨씬 많으며, 이들이 각 대학에 기여하는 재정 액수는 매년 수억 달러에 이른다.
중국 본토에서 온 학생들 가운데는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이들도 있다. 앞서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퀸즐랜드대학교에 재학 중인 중국 유학생들 가운데 최소 한 명의 중국 본토 부모가 중국 당국으로부터 위협을 받았으며, 일부 중국 본토 유학생들은 민주화 지지 메시지를 담은 이 학생의 소셜미디어를 호주 내 중국대사관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던 일을 전하기도 했다.
ANU 대변인은 친민주주의 또는 반민주주의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레논 월에 경비요원을 배치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대학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각자의 소신을 담은 대자보를 게시할 수 있는 전용 공간을 포함해 대학의 자산이 존중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호주 공동체의 모든 이들은 규정된 범위 내에서 법이 보장하는 자유로운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시드니대학교 또한 학생들이 각자의 정치적 견해를 정중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동 대학교 대변인은 “우리는 캠퍼스 내 레논 월을 막지 않을 것이고, 학생들은 서로 상대방의 대자보를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홍콩 민주주의 시위를 지지한다는 실버 리(Silver Lee) 학생은 “이 벽에 학생들이 자유롭게 대자보를 부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하면서 “최근 중국 당국이 퀸즐랜드대학교의 한 학생을 위협했다는 점이 우려되지만 두려워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지환 객원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