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의 티' 전화 벨 소리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신현주(전 평통위원) = 지난 10일 광복 74주년을 맞아 자슈아 선교 재단과 한인단체가 후원하는 음악회에 다녀왔다. 오랫만에 열린 동포 문화 행사였다. 많은 사람들이 왔다. 한인단체가 서로 협력하여 행사를 준비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장소를 제공한 교회와 관계자들의 따뜻한 마음도 느껴졌다. 세상이 좋아져서 미디어가 발달하여 TV나 컴퓨터를 통해 노래를 듣고 춤추는 것을 지켜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행사장에 직접가서 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5시 정각에 안내 방송과 함께 시작되었다. 국민의례에 이어서 민주평통에서 준비한 짧은 한국영상이 상영되었다. 3.1운동, 광복 당일 만세를 부르며 초라한 행색의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뛰어나오는 장면, 그리고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조국 산천이 영상에 비추어 졌다.가슴이 저렸다. 흑백 화면에 포탄과 너부러진 전쟁의 흔적들..., 그리고 한국의 경제개발과 70년대의 재독 간호사,광부, 공장 노동자들이 땀을 흘려 일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에 이어 올림픽 개최, 그리고 IT강국의 오늘의 한국의 모습을 보며 순간 울컥했다.

일본은 1945년 이후 대한민국이 이웃 국가라고 생각하지 않고 속국으로 생각하고 있다. 해방된지 74년이 오늘까지도 대한민국사람들에게 골탕을 먹이고 있는데, 그 와중에 한국이 번영하고 있으니 그들로서는 배가 아프기도 할 것이다.

짧은 영상은 한국의 역사와 사회상을 잘 보여주었는데, 특히 민초들의 나라를 위한 열심과 실천적 행동은 한국을 지키는 힘으로 보였다. '오늘 나는 저 흑백 영상 속의 처럼 나라를 위해 목숨을 내놓을 수 있울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았다.

성명서를 낭독하고 오랫만에 광복절 노래를 불렀다. 나라를 찾은 기쁨 그대로 "흙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가사가 당시의 기쁨을 말해주었고 어떻게 이나라를 지킬것인가에 대한 결심도 함께 들어 있었다. 전엔 느끼지 못하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이국에서 살다보니 조금 생겼나보다. 독립유공자의 후손의 선창으로 함께 만세 삼창을 하였다. 가슴이 뜨거워졌다. 모두는 하나가 되었다.

1부가 끝나고 2부에서는 부채춤과 소고춤이 첫 번째로 선보였다. 선이 예쁜 화려한 한복을 입고 추는 부채춤은 감탄과 청중들에게 여러번 박수를 받았다. 박수치는 우리는 기분이 좋았다. 성악가들이 나와서 가곡과 클래식 노래를 차례대로 불렀다. 귀에 익은 가곡은 귀에 익은대로 클래식 곡은 클래식대로 묘미를 더 해갔다.그리고 바이올린연주자가 무대에 섰다.

그때 뜻하지 않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청중에게 인사를 하고 피아노와 음을 마추고 있는사이, 내 바로 뒷줄 서너자리 오른편에서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청중도 연주자도 그 전화벨 소리가 빨리 멈추기를 기다렸다. 전화기 주인도 궁시렁대며 전화기를 찾았고 벨 소리를 정지 시켰다. 기다리는 15초는 참으로 길게 느껴졌다.

웅성대는 소리도없이 정적이 흐른 후 분위기를 바꾸며 피아노소리가 나고 바이올린 연주가 시작되었다. 멋지고 아름다운 선율로 내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귀한 클라리넷 연주도 모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었다. 음악회는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도록 도왔다.

음악회 2부가 끝나고 3부가 시작되었다. 민요와 찬양이 어우러진 시간이었다. '음사랑 중창단의 노래로 기분이 밝아지고,마음이 깨끗해 졌다. 다시 순서에 따라 바이올린 연주자가 무대에 섰다. 숨을 고르고 바이올린을 턱에 괴는 순간 좀 전에 울린 똑 같은 전화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연주자는 웃으며 바이올린을 내려놓았고, 전화벨은 다시 멈췄다. 이어서 연주자는 밝은 곡을 연주하고 소음공해의 불편한 마음을 쫒아버렸다. 곡이 끝나니 청중은 더 큰 박수를 보냈다.

그 후 전화벨은 행사가 다 끝날때 까지 울리지 않았으나 카톡소리는 두어번 울렸다. 이제 우리는 전화가 한시라도 없으면 못사는 중독자가 되어가고 있다. 공공장소에서는 나를 옭아 매는 전화기를 잠시 잠재우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감동을 준 광복절 음악회, 하지만 나의 편리함 때문에 다른사람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지 돌아 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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