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숲의 홍콩, 한 뼘의 공간이 아쉬운 홍콩에 버려진 땅, 금지된 땅, 그리고 半폐허가 된 마을이 존재하는 것이 신기하다. 넓은 땅을 가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엄청나게 열악한 이 작은 사이즈의 홍콩에서 다양한 이유로 사용되어지지 않는 땅이나 마을은 언제나 기자의 호기심 대상이 된다.
현재는, 12여 가구만이 살고 있지만 거의 폐허가 된 록차우 마을을 소개한다.
룩차우 마을은 람마 섬(Lamma Island)의 북동쪽 해안에 위치하고 있다. 센트럴 피어에서 페리를 타고 석큐완 페리까지 약 30분 거리에 있다. 석큐완에 내려서 오른쪽으로 해안가를 따라 길이 보인다. 이 길 따라 걸어가면 문을 닫은 레스토랑이 드문드문 보인다.
반대쪽의 해안가에는 해산물 식당들이 줄지어있는 반면 이 길은 언제나 한산하며 지나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혼자 걷기에 문뜩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혼자 걷고 있는 기자에게 나무에게 물을 주던 노인은 “그 쪽 길로 혼자 가면 위험해요, 산 쪽에서 뱀이 나와 사람들을 잡아 먹어요”라고 일러줬다. ‘이게 무슨 당치않은 조언인가. 열대지방이긴 아나 아마존 밀림도 아닌데~~’. 그래도 주의를 준 노인에게 관심 있는 문의로 대신했다. “할아버지께서 그 뱀을 직접 본적이 있으신가요”라고 물었더니 “직접 본적이 없지만 내 친구들이 봤다. 그리고 아침에 많은 뱀들이 산에서 내려왔다 다시 산으로 올라가는 걸 매일 아침마다 본다”고 대답해 주었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보아뱀을 연상하니 소름이 끼치고 두려운 생각이 들었지만 약 30분 걸으니 조그마한 마을이 보였다.
이 마을의 원래 주민은 광동지방의 Baoan Xixian(宝安区)에서 온 어민, 농민출신들이 모여살던 곳 이었다. 룩차우 마을은 ‘사슴이 운다’라는 소문이 나면서 마을 이름이 ‘사슴마을’의미 그대로 ‘록차우’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마을을 떠나고 폐허가 된 집들을 무성한 풀과 덩굴들이 덮고 있다. 집안에는 버리고 간 사진, 가구, 그리고 그릇들이 있어 가족들과 옹기종기 모여 담소를 나누며 식사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것같은 연상이 되었다. 버려진 집에서 살던 사람들은 어디로 옮겨 살고 있을까. 주인을 잃고 버려진 집들에도 저마다 사연들의 흔적은 남아있었다.
이유성 기자 weeklyhk@hanmail.net
ⓒ 위클리 홍콩(http://www.weeklyhk.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