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로 일본군 전쟁범죄 고발, “할머니 과거사 절대 잊지 말아야”
제2차 세계대전의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로 활동했던 쟌 루프 오헌(Jan Ruff-O’Herne) 할머니가 19일 작고했다. 향년 96세.
국제평화상(International Peace Prize) 수상자인 오헌 할머니는 애들레이드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했다.
오헌 할머니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네덜란드령 동인도제도(Dutch East Indies, 현재 인도네시아)를 점령한 일본군에 의해 교도소에 감금됐다가 위안소로 강제 연행돼 위안부의 비극을 겪었다.
그는 1992년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TV를 통해 일본군의 위안부 만행을 폭로하며 정의와 사과 및 배상을 공개 촉구하는데 자극받아 자신의 숨겨온 과거를 고백하며 세계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오헌 할머니는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기 위해 일본 동경까지 방문했으며, 10여년간 전 세계를 돌며 여성에 대한 전쟁 범죄 반대 운동을 펼치는데 헌신했다.
비키 채프만 남호주 법무장관은 20일 “남호주 주민들은 오헌 할머니의 과거사를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그녀는 미래 세대를 지원하기 위해 자신이 겪은 고통을 세계에 알렸다”면서 추모했다.
그는 이어 “할머니의 생존 스토리는 그녀의 강인함과 용기에 대한 헌사(tribute)이다. 남호주는 물론 전 세계가 할머니를 몹시 그리워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오헌 할머니는 2002년 호주국민훈장(Order of Australia)을 수훈했으며, 2004년 존 하워드 전 총리로부터 100주년 메달(Centenary medal)을 받았다.
오헌 할머니의 자서전 ‘50년의 침묵’(Fifty Years of Silence)은 6개 언어로 출판됐으며 그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는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