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나의 렉스
Newsroh=앤드류임 칼럼니스트
렉스야
오늘은 너를 위해 무언가 하고 싶어서 편지를 쓰자 생각하게 됐어. 이젠 네가 아빠의 편지를 이해할 수 있는 곳에 가 있을 거라고 굳게 믿어져서.
네가 어떻게 아빠에게 오게 됐는지부터 얘기할까? 들어봐.
디디 누나 얘기부터 시작해야 해. 네 누나 디디를 아빠가 집으로 데려오게 됐어. 디디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게서 아빠가 돈을 주고 디디 누나를 데려왔어. 너무 학대 당하고 건강도 위험해져 있던 디디를 치료해 준 다음에, 회복 될 때까지 아빠는 디디 누나를 늘 데리고 출근했어야 했어. 다행히 아빠가 그때 사장이어서 가능한 일이었지. 디디가 너무 너무 기쁘게도 건강해 지더라. 활발해 지고 뭔가를 물어 뜯기도 하고 까불기도 하고 화도 내고 ㅎㅎㅎ너도 알지 디디누나 그럴 때 어떤지? 지금은 많이 기운이 없어져서 예전처럼 그러진 않지만 디디는 아빠한테 말고는 까칠했잖아. 너한테도 가끔 심통 부리고.
아뭏든 건강을 회복한 디디를 집에 남겨두고 출근을 해야 할 때가 된 거야. 근데 출근할 때마다 얼마나 슬피 우는지 마음이 너무 아팠지. 그래서 결심을 했는데 같이 지낼 친구를 데려와야겠다는 거였지. 그런데 욕심이 생기는 거야. 아빠는 어릴 때부터 셔틀랜드 십독, 셜티라고 불리는 종을 가져보고 싶었거든. 무슨 종인지 알어? 체격은 크지 않은데 재빠르고 똑똑해서 양치기를 잘하는 종... 콜리를 작게 만든 것 같이 우아하게 긴 털과 몸매를 가진 종이지. 그래 네가 바로 그 멋진 종이야. 큰 결심을 하고 강아지를 분양 받을 수 있는 샵에 갔어. 그리고 셔틀랜드 십독을 구해주세요 했지. 렉스야 이 지점에서 아빠가 고백해야 할 게 있어. 사실은 너도 아는 얘기야. 몇번 애기해줬어 너한테. 사실 아빠는 세이블이라고 브라운 색이 많은 컬러에 심지어 여자아이를 원했어.
아기때의 렉스
너랑 같은 종 아이들이 흔치 않아서 찾아달라 하고 몇달이 지나도 연락이 없길래 포기해야 하나 생각했어. 그런데! 거의 열달이 다 되서 연락이 온 거야. 애견샵에서. 하나를 데려왔으니 와서 보라고 말이야. 네 누나 디디가 한살 되던 때였어.
막 신나서 애견 샵에 갔는데 직원이 너를 안고 나오는 거야. 그런데...세이블은 커녕 검은색이 많은 트라이 컬러에 여자 아이도 아니고 남자 아이, 털은 삐죽삐죽 아무렇게나 난...그래 너였어. ㅎㅎㅎ 네가 처음 아빠를 만났을 때 그런 모습이었어.
네가 처음 아빠 봤을 때 너 어떻게 했는지 기억 안나지? 네가 너무 어렸잖아. 직원이 너를 안고 나와 바닥에 내려 놓으니까 아주 쪼그만 네가 아빠에게 오려고 하는 거야. 그런데 너랑 아빠 사이에 아주 낮은 한단 짜리 계단이 하나 있었어. 아주 얕은 계단 같지도 않은 턱이라고 해야 더 맞겠다. 근데 그 낮은 턱을 네가 못 내려오고 망설망설 하는 거야.
그러니까 직원이 못 내려가? 그러면서 너를 안아서 아빠에게 데려왔어. 아빠가 팔을 벌리니까 네가 어떻게 했는지 아니? 직원 품에서 너 스스로 기어나와서 아빠 품으로 쏙 들어와 안기는 거야. 참 이상하지? 디디 누나도 그랬다. 아빠 보자마다 아빠 품에 자기가 스스로 쏙 안겼어... 아뭏든 네가 아빠 품으로 들어오는 순간 이미 결론이 났지 뭐.
세이블 컬러, 여자 아이 이런 거 다 소용 없어지는 거지 뭐. 내 품에 안긴 널 어떻게 찾던 아이 아니라고 안 데려간다고 하니... 네가 처음 안긴 그대로 한손으로 서류에 빨리 빨리 사인하고 돈 지불하고 집으로 너 데리고 왔어. 근데 보통 내야할 액수보다 적다는 생각이 드는 거야. 그래서 너 따라 온 서류, 족보라고 하는 거...그걸 보니까...세상에 ㅎㅎㅎ네가 헝가리에서 온 강아지였던 거야. 헝가리에서 태어난 스코틀랜드 혈통의 강아지가 뉴욕에 와서 한국에서 온 아빠를 만난 거지. 우리 인연 정말 대단하지? 얼마나 먼 길을 날아와서 우리가 만난 거니 생각해봐.
디디 누나랑 너의 첫만남...볼만했어. 쪼그만 네가 다 큰 디디 누나를 양 몰듯이 이리저리 몰아가는 거야. 디디는 귀찮아서 피해다니고... 우린 그렇게 가족이 됐어.
아 네 이름이 왜 렉스가 된 건지 알어? 그때 아빠는 네가 얼마나 먼길에 고생했을까 싶어 걱정이 됐어. 그래서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살아다오 하는 뜻으로 인간이 만든 기계 중에 가장 정교하고 오래가는 두가지를 골랐어. 롤렉스라는 시계하고 렉서스라는 자동차. 그래서 영어로 쓰면 Rolex의 뒤 세글자와 Lexus의 앞 세글자로 네 이름을 만들었지. Lex는 그래서 너에게 생긴 이름이야.
아주 행복하고 좋기만 한 시작은 아니었어. 네가 먹는 걸 다 토하고 설사를 하고 물도 제대로 못 마시는 증상을 보이는 거야. 당연히 기운이 하나도 없고 아주 심하게 아팠지. 병원으로 달려갔더니, 네가 강아지에게 아주 치명적이고 위험한 파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말을 듣게 됐어. 그때 그 병원의 의사가 아빠한테 뭐랬는지 아니? 이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50 퍼센트래 그래서 법적으로 애견샵에 반환을 할 수 있다는 거야 30일 내로 이 병에 걸리면 환불을 받고 강아지를 반환할 수 있대. 그러니 너를 데려다주래. 그럼 너 데려오며 준 돈을 돌려받는다고...그런데 안 그러고 치료하다 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아빠가 손해를 본다는 거야… 렉스야 너 아빠 알지? 아빠는 한마디로 거절했어. ‘의사면 치료를 해라. 강아지가 물건이냐 반환을 하게. 그럼 애견샵에서는 얘 헝가리로 돌려보내고 가는 중간에 치료도 못받을텐데 그걸 지금 의사라는 사람이 권하고 있는 거냐.’ 아빠가 의사를 막 혼냈어. 너무 분해서 눈물까지 나더라 ㅎㅎㅎ.
의사가 고개를 끄덕끄덕 하더니 치료해보자 하더라. 너 이틀 입원하고 집으로 데려와서 칼로리 보충제며 액체로 된 영양제며 먹여가며 정성 다해 보살폈지. 아빠 직장에 늘 데리고 다녔어 가까이서 보살피려고...
얼마나 감사한지. 네가 회복되기 시작했어. 디디가 그랬던 것처럼 활발해 지고 까불기도 하고 무엇보다 반가운 건 먹기 시작했다는 거였지. 토하지도 않고 설사도 안하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처음 왔을 때보다 넌 더 건강해졌어.
차에 먼저 타고 아빠를 기다리는 렉스
너 그거 모르지? 너 어렸을 때 차멀미를 얼마나 하는지 아빠가 차로 어디 좀 데리고 가려고 하면 고생을 많이 했어 너도 아빠도. 그래서 안터넷 뒤져가며 강아지 차멀미 극복하는 법을 배워서는... 무슨 일을 했는지 알어? ㅎㅎㅎㅎ너를 무릎에 앉게 하고 시동을 안걸고 차에서 놀게 하는 걸로 시작했어. 네가 차 속 공간과 친숙해질 즈음에는 차의 시동을 걸고 또 같이 막 놀았어. 처음에는 시동만 걸어도 네 멀미 증세가 시작됐는데 이걸 지속적으로 하니까 그게 점점 없어지더라. 그리고 마지막 단계로는 너를 무릎에 앉히고 차를 주차장에서 앞뒤로 움직이는 걸 했어. 앞뒤로만 왔다 갔다 하는 거지. 시간이 좀 걸렸지만 네가 너무 잘 극복을 해줬어. 그래서 차를 타도 끄덕 없어졌다. 우리 렉스는 늘 그렇게 장했어. 뭘 같이 하면 반드시 협조적이었고 끝내 해냈지. 너랑 아빠는 이미 좋은 팀이 되어가고 있었던 거야.
그러고 난 다음에는 너 크면서 한번도 말썽 부린 적도 없고 걱정 시킨 적 없었어. 언제나 건강했지. 디디 누나는 너도 알다시피 병원에 자주 갔었잖아. 몸이 약하고 잘 아파서. 디디가 병원에 가야해서 너도 고생을 많이 했지. 디디가 너랑 있으면 그래도 많이 안심을 해서 늘 입원할 때 네가 같이 있어줘야 했잖아. 아프지도 않은데 같이 병원 케이지에서 있어야 했던 적이 얼마나 많았니... 그때마다 너한테 미안하면서도 얼마나 대견했는지 몰라. 디디가 겁이 많고 예민해서 케이지 안 구석에 겁먹고 앉아 있으면 넌 늘 그 앞에 떡 지키고 앉아서 입구 쪽으로 낯선 사람들 간호사며 의료기술자들 지나가면 경계 태세 취해줬지. 아빠 너무 너무 또렷이 기억나. 아빠가 너희들 퇴원시키려고 데리러 가면 늘 그렇게 있다가, 아빠 보면 구석에 있던 디디 문 앞 지키던 너 동시에 벌떡 일어나 반기던 거. 한번은 케이지 문 열기도 전에 너 공중에서 점프하는 바람에 아빠가 너 간신히 받았지? 그때부터 너 침대나 높은 곳에서 보지도 않고 아빠 품으로 점프하기 시작했어... 아빠는 늘 능수능란하게 너를 받아낼 수 있게 됐고. 디디도 똑같은 짓을 해서 아빠는 너희 둘이 높은 곳에서 점프하면 충격도 못느낄 정도로 부드럽게 받아내게 됐지 너희들을. ㅎㅎㅎ 우리가 그랬어 렉스야. 우린 그렇게 호흡이 척척 맞았어.
너도 몸이 다 자라고 디디랑 너 같이 지내면서는 디디 누나가 너한테 신경질도 내고 그랬는데 네가 얼마나 신사처럼 잘 참아주던지... 디디가 앙앙앙 그러고 화내면 덩치가 훨씬 큰 네가 스윽 옆으로 돌아서줬어. 그럴 때마다 아빠가 디디 야단 치려고 큰소리로 혼내며 회초리 드는 척하면 네가 어떻게 했는지 아니? 디디 가로막고 아빠 손을 네 앞발로 잡았어. 너한테 신경질 내서 디디 누나 야단 치는데 그러지 말라고 말리던 너였지. 하긴 디디도 너한테 다정하게 하는 적이 더 많았지. 아빠한테 디디는 둘도 없는 천사고 요조숙녀라 심하게 야단도 못쳤어. 우리 둘다 디디를 좀 좋아했니?ㅎㅎㅎ
사랑해 고마워 잊지않을께
한번은 이런 적이 있었어. 디디가 아파서 병원에 갔어. 그런데 그때는 입원은 안하고 수혈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 디디 몸에서 피가 자꾸 없어지는 증상, 혈우병이라고 하더라. 잘 모르지 뭔지? 아빠도 잘 몰라. 아뭏든 디디가 치료 받는 동안 우리가 나가 있어야 했거든. 디디만 남겨두고 너랑 로비에서 기다리는데 디디가 비명을 지르고 아파하는 소리가 들렸어. 그랬더니 네가 아빠 잡고 있던 줄을 뿌리치고 병실 쪽으로 달려가서 문 아래 틈으로 들어가려고 했어. 병실이 여러개라 이 문 저문을 왔다갔다 하면서 너무 너무 절실하게 들어가려고 하는 거야. 아빠 너 그러는 거 보면서 눈물이 나더라. 고맙고 대견해서.
렉스야 근데 그런 사나이였던 네가 딱하나 용납 못하는 게 있었어. ㅎㅎㅎㅎ 너랑 디디를 같이 쓰다듬어 주면 괜찮은데 디디를 들어올려 안아주려고만 하면 네가 얼마나 싫어하는지 ㅎㅎㅎ 맹렬하게 짖었지. 그래서 아빠가 너랑 디디를 꼭 번갈아 안아주게 된 거야. 사나이 렉스가 샘이 많았던 거지. 아빠가 소파에 앉으면 렉스 네가 먼저 펄쩍 뛰어 올라와서 디디가 올라오려고 하면 엉덩이로 막고 아빠 무릎을 다 차지했지. 너 알지 네가 그런 거? ㅎㅎㅎ
훈련 받은 얘기 안할 수 없지. 디디랑 너랑 둘다 얼마나 똑똑했는지...배변은 뭐 어릴 때 이미 마스터했어. 한번 가르쳐주니까 금방 배웠지. 위위패드 깔아주고 한번 가르쳐주니까 둘 다 금방 화장실이 어딘지 알게 됐지.
앉아 엎드려 정도는 한번에 배웠어. 아빠랑 산책할 때 옆에서 걷기는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하더라. 그리고 기다리는 훈련은 정말 신기할 정도로 처음부터 알아 듣고 하더라. 좋아라는 간식을 코 앞에 내려놓고 앉아 엎드려 한 다음에 기다려~하면 안 먹고 기다렸지. 너무 먹고 싶어서 입맛을 다시면서도... 그러다가 먹어 그러면 일초도 안 걸려서 꿀꺽ㅎㅎㅎ. 디디랑 너 나란히 놓고 그런 훈련할 때는 너무 재밌고 신기했어. 렉스야 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못하는 애들이 더 많아. 너희 둘이 아빠 말 잘들으면 간식을 주긴 했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어. 너랑 디디가 특별했던 거야. 다행히 너희 둘이 나랑 그런 훈련 하는 걸 같이 즐겨줘서 우린 그걸 놀이로 할 수 있었던 거야. 네가 간식 먹고 싶을 때 어떻게 했는지 알어? 시키지도 않았는데 앉았다 엎드렸다 했지. 이거 빨리 하고 간식 먹자고.
아빤 아침에 알람 소리가 세번 울리도록 늘 맞춰놨지. 렉스야 무슨 말 하려는지 너 이미 알지? ㅎㅎㅎㅎ 첫번째 알람이 울리면 네가 침대로 올라왔지. 두번째 울리면 얼굴 앞으로 다가왔고 세번째 울리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깨우기 시작했지. 넌 며칠만에 아빠가 알람이 세번 울리면 일어난다는 걸 배운 거야. 그래서 매일 아침 아빠를 그렇게 깨운거지. 깨울 때도 막 짖거나 뛰면서 요란하게 깨운 게 아니야. 앞발로 아빠를 톡톡톡 치면서 일어날 시간이야~ 해줬지. 네가 그렇게 귀엽게 깨워주는 바람에 늘 기분 좋게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지. 어느날 아침에는 이런 적이 있었어. 두번째 알람에 이미 잠이 깼어.
근데 네가 어떻게 하는지 보고 싶어지더라. 그래서 실눈을 뜨고 자는 척 너를 보고 있었어. 두번째 알람이 울리면 네가 어떻게 하는지 그때 알게 된거야. 첫번째 알람에서 네가 침대로 뛰어올라 오면 ㅎㅎㅎ네가 그렇게 가벼운 아이가 아니어서 침대가 살짝 꿀렁거려 그럼 잠이 깨기 시작하는 거고...그런데 두번째 알람에서는 네가 가까이 오는 게 느껴져. 네 숨이 얼굴에 느껴지니까. 그래서 가까이 와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보고 싶어진 거야. ㅎㅎㅎ지금도 생각하면 웃음이 나와. 네가 내 눈을 들여다 보더라. 눈을 떴나 안떴나 보느라고. 그날 아침 내가 실눈 뜨고 너 몰래 보고 있을 때 네가 어땠는지 알어? 고개를 갸웃갸웃하면서 이상하다 하고 있었어. 깨어난 것 같기도 아닌 거 같기도 했는 모양이지. 웃음을 못 참고 일어나서 너랑 허그하고 뽀뽀하며 아침을 시작했던 기억...너도 기억하니?
렉스 너는 무엇보다 참 순했어.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참을성이 많았어. 지금 와서는 너의 그 참을성이 아빠를 너무 너무 마음 아프게 하지만… 넌 아플 때도 아프다고 안했어. 나이가 들고 너에게도 건강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지.. 관절염이 생겨서 걷는 게 불편해졌지. 그래서 의사에게 처방 받아 글루코사민 주사를 집에서 놔주기 시작했지. 처음에는 주사바늘을 너에게 찔러야 하는데 아빠 손이 덜덜 떨리더라. 네가 아파할까봐. 그리고 네 몸에 바늘을 꽂는 일은 정말 너무 못하겠더라. 의사에게 철저하게 배우고 주사를 놓아주기 시작했는데 바늘이 네 몸에 들어갈 때 살짝 움찔하면서도 단 한번 아프다는 소리를 안내는 거야. 얼굴을 아빠 품에 꼭 파묻고 아픈데 참는 게 확연히 느껴져. 아빠가 처음에는 주사 놓아주다가 네가 너무 가엾어서 울었잖니. 주사 놓은 자리 마사지 해주면서…
나이가 더 들어 네가 기운이 많이 없어지고 예전처럼 활발하지 못하게 됐어. 염증들이 생겨 항생제도 많이 먹게 됐고. 그래도 오래 그리고 너 답게 잘 견뎌줬지. 아빠가 기도했어.
‘언젠가 우리 아이들을 데려가야 하신다는 거 알아요. 그렇지만 제게 보내주신 저 사랑스런 피조물들, 제 옆에서 늘 위로를 준, 주님께서 제게 보내주신 저 사랑스런 아이들이 주님께서 정하신 그날까지 아프지 않게 그래서 평화롭게 그 날을 맞이하게 해주세요.’
어제 그 기도를 들어주셨네.
네가 기다려 준거 알아. 집에 들어가자 마자 아빠 힘겹게 바라보다가 품에 안아주니 너 깊은 숨 두번 내쉬고 하늘로 떠나갔지. 평화롭게… 의사 선생님도 그러시잖아. ‘렉스가 기다려줬네요. 아이들이 그래요 기다려 줍니다. 마지막으로 보고 가고 싶어서…’ 우리 순둥이 렉스, 처음 우리에게 올 때부터 순둥이였던 렉스... 인내심이 많아 기다려~ 잘했던 렉스... 렉스 답게 떠났네...
렉스야 고마워 지난 15년 우리 렉스 때문에 아주 많이 행복했고 늘 위로를 얻었어. 똑똑해서 한번만 말해주면 금방 알아들었던 우리 렉스. 착하디 착했던, 늘 한결 같던 내 강아지…널 아는 누군가는 널 철학자 강아지라 불렀던 기억이 나. 늘 무언가 조용히 사색하는 거 같다고. 넌 정말 그랬어.
내가 아는 피조물 중에 가장 의리 있고 남자 다웠지. 널 보며 내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또 배웠는지 몰라. 너와 날 아는 사람들은 내가 널 많이 사랑해줬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난 알아 너에게서 내가 훨씬 더 많이 사랑 받았다는 걸. 고맙다 렉스야. 사랑해주고 사랑을 가르쳐 줘서... 정말 많이 고마워. 이젠 아프지도 않고 신나는 일만 잔뜩 있는 곳에서 마음껏 뛰어 놀아. 나중에 우리 다시 만나면 그땐 더 행복하게 같이 시간 많이 보내자. 너 좋아하는 뽀뽀, 아빠 손 핥아주기, 디디보다 먼저 뛰어와 안기기, 잔디밭 산책하기, 좋아하는 닭가슴살 먹기, 소파에서 아빠 배 베고 낮잠자기, 훈련놀이, 아빠 코 핥아주기, 리쉬 물고 와서 얼른 나가자고 보채기 그리고 우리가 하던 서로 눈 맞추며 웃기... 너무 짧은 시간이어서 아쉬워했던 모든 행복 실컷 실컷 누리자. 그땐 아빠가 일하지 않아도 되고 하루 종일 너랑 놀아줄 수 있을 거야.
사랑해 렉스야. 네가 내 곁에 있어준 15년의 시간 영원히 잊지 않을게. 아주 아주 많이 고마웠어.
(아참 렉스야 아빠 페이스북에 이 편지 올렸어. 이 세상에서는 그렇게 못했지만 이제 너 있는 곳에서는 뭐든 가능하니까 네가 보고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해서...네가 볼 수 없어도 괜찮아. 나중에 아빠가 얘기해주지 뭐. 잘 쉬고 있어. 너 잘하는 기다려~하면서....)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앤드류임의 뒷골목뉴욕’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e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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