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바로알기 Phila 강연회
Newsroh=로창현 칼럼니스트
“몸물비누. 귀전화..정말 재미있네요.”
필라델피아에 갔습니다. 6개월여만의 방문이네요. 8일 필라델피아 인근 블루벨의 가야 레스토랑에서 ‘통일기러기 로창현기자의 北바로알기 동포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사실 이번 필라 강연은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지난주까지 LA 지역에서 세차례 방북강연회를 갖고 돌아온지 며칠 안된데다 해외출장 준비를 해야했거든요. 하지만 주최측에서 날짜를 조정하는 열의를 보인데다 저도 필라 분들을 뵙고 싶어 최대한 시간을 냈습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 필라까지는 세시간 정도 걸리는데 뉴욕 주변이 교통량이 워낙 많아서 차가 막힐까 걱정이 되더군요. 조금 일찍 떠나기도 했지만 다행히 고속도로 사정이 좋아서 미디아Media)에 위치한 서재필기념관도 번개처럼 취재하고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이날 행사는 지난 3월과 마찬가지로 필라델피아 민주연합과 필라 흥사단, 필사 세사모 등 3개 단체가 공동 주최했는데요. 나이어린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가족부터 청년, 중년층, 연세 많은 어르신들까지 고르게 참석했고 두명의 미국인도 함께 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가족으로 보이는 분이 바로 옆에서 동시통역을 해주시더군요.^^)
대부분은 지난 3월에도 오셨던지라 그때와 비교하는 자료들을 많이 넣었습니다. 지난해 11월과 올 3월 방북했을때 숙소는 똑같이 해방산 호텔이었는데요. 욕실에 있던 샴푸와 비누 등이 해방산호텔 자체 브랜드로 바뀌었고 명칭도 몸샴푸가 ‘몸물비누’로 표기돼 흥미로웠습니다.
마지막 날 호텔비를 계산하는데 “선생님께서 이번에 두 번째 저희 호텔 찾아주셔서 15% 할인해드리겠습니다”라고 깜짝 호의를 베풀어서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요즘 평양시민들은 스마트폰(손전화)에 이어 스마트워치가 대유행하고 있는데 블루투스로 연결하는 이어폰을 ‘귀전화’로 부르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교통대책입니다. 평양은 최근 차량이 크게 늘어서 출퇴근 시간에 일부 구역에서 교통체증이 일상화 되고 있는데요. 진작부터 평일에 차량 2부제(짝홀수 운행)를 시행하는데도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니 놀랄 일이지요.
특히 많이 늘어난게 택시들인데 올들어 평양에서 운행되는 택시 20%를 지방으로 돌린 상황입니다. 평양의 택시를 줄여서 체증을 완화하는 동시에 대중교통 需要(수요)가 늘고 있는 지방도시들에 택시 공급을 늘리는 효과를 주겠지요.
버스와 궤도전차 무궤도전차 등 대중교통도 확충하고 있고 2개 노선인 지하철을 증설하는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북녘의 다양한 음식과 주류, 시장(장마당) 사람들, 대중 목욕탕 체험 이야기도 흥미로워했고 조선예술영화촬영소에 있는 1930년대를 재현한 대규모 세트장도 시선을 끌었습니다.
이날 약 두시간반에 걸친 강연 말미엔 질의응답이 있었는데 북에서 식량난에도 불구하고 식량 지원을 거절한 배경, 북녘 주민들이 택시 사업을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지, 시장(장마당)의 운영방식, 북미간 실무협의가 왜 늦어지는지, 우리 정부가 왜 소외되고 있는지 등의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사실 제가 답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지만 현역 언론인으로서 나름대로 공부하고 연구 분석한 관점들을 말씀 드렸습니다.
어떤 분은 “우리가 아는 북한과 오늘 소개되는 북한의 모습이 너무 다른데 그들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기때문이 아니냐?”는 질문도 했습니다. 물론 제가 다녀온 곳들은 대부분 사전에 방문 신청을 하고 허락을 받은 곳들이니만큼 일정 부분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가지 말씀드릴 것은 북이 구태여 저를 통해 홍보(?)하겠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가령 과학기술전당 같은 곳은 시설 규모도 엄청나지만 우주과학 등 북의 기초과학과 첨단 과학기술을 알리기에 아주 좋은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제가 졸라서(?) 방문을 한 케이스였고 목욕탕이나 시장도 사진촬영을 할 수는 없었지만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파격적인 配慮(배려)였다고 생각합니다.
그간 북에 대해 수구세력과 극우언론들이 사실을 왜곡하고 악마화하거나 가짜뉴스를 남발해왔기 때문에 제가 촬영한 북녘 주민들의 생생한 모습들에 새삼 놀라게 되는 것이죠. ‘평양이니까 잘 사는 것 아니냐?’라는 질문에 대해선 “서울과 지방의 차이처럼 평양과 지방의 차이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중화된 휴대폰(손전화)이 실시간 정보교류를 가능하게 만드는 등 혁명적인 변화가 그 간극을 아주 빨리 메울 것이라는 합리적 추론을 할 수 있다”는 답변도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최선희 북 외무성 부상이 9월 하순 미국과 한번 더 실무협상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발표 했는데요. 눈여겨 볼 것은 이미 북이 협상을 12월로 시한을 정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4월 김정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미국의 새로운 계산법을 올해말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보겠다’고 한만큼 9월 협상에서 미국이 보다 과감한 제안을 하지 않는다면 상당기간 경색 국면이 지속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11월 미국의 중간선거도 있고 내년 재선을 앞두고 뚜렷한 성과를 내야 할 트럼프 대통령이 마냥 시간을 끌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또한 문재인정부는 북미간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를 강건너 불처럼 대해선 안됩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가 당사자임을 각인시키는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무엇보다 대북제재와 상관없이 이명박근혜 시절 일방적으로 닫은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을 다시 재개함으로써 우리 민족의 일은 우리가 결정한다는 굳건한 심지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창현의 뉴욕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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