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국제적인 빈민구호단체인 옥스팜(Oxfam)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상위 1%의 부유층이 전 세계 절반 이상의 부를 소유하고 있다. 유럽의 노동자 계층이 소득 불균형 문제를 지적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
국제 NGO 단체인 ‘옥스팜’, 보고서... ‘부의 집중화’ 문제 지적
지난 5년간 36억 빈곤층 자산 1조 달러, 상위 계층으로 이동
세계적 부호 62명의 자산이 전 세계 하위 소득계층 절반 인구가 가진 자산보다 많으며, 부자와 빈곤 계층의 격차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는 새 보고서가 나왔다.
전 세계 부가 특정인에 집중되고 있다는 이 같은 지적은 이달 셋째 주 스위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Davos for the World Economic Forum)을 앞두고 영국 옥스팜(Oxfam)이 발표한 것으로, 불과 5년 전만 해도 상위 부자 388명의 자신이 전 세계 하위 소득계층 절반의 자산과 맞먹는 규모였으나 현재는 62명 자산이 절반 인구의 자산보다 많아지는 등 부의 집중이 빠르게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옥스팜은 지난 1942년 영국에서 결성된 국제적인 빈민구호단체이다.
옥스팜은 각국의 규제완화와 민영화 등에 의한 잘못된 경제모델로 지난 5년간 상위 62명의 자산은 무려 44%가 증가, 1조7천600억 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하위 소득계층 절반인 36억 명의 빈곤층 자산은 41%, 1조 달러가 줄었다.
보고서는 “세계 경제에서 가장 큰 승자는 상위 부유층”이라면서 “오늘날 경제 시스템은 이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으며 하위 소득계층의 자산이 빠른 속도로 상위 부자들에게 흡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옥스팜은 부의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지난 1990년에서 2010년 사이 심각한 극빈선(poverty line. 최저 생활 유지에 필요한 수입 수준) 이하의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은 인정했다.
이어 옥스팜은 “조세회피 및 조세 피난처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경제 시스템이 어떻게 조작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면서 “이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금세기 이후 전 세계 상위 1%의 부가 절반가량 늘어난 가운데 하위 소득계층 절반의 경우 자산 증가는 전 세계 부의 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금주 월요일(18일) 옥스팜 보고서를 인용한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스위스 크레딧(Credit Suisse) 은행의 연구 보고서에서도 최상위 1%의 부가 전 세계 절반 넘는 인구의 자산보다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호주인들 입장에서는 편안한 삶을 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옥스팜이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부자 순위 자료, 스위스 금융기관인 크레딧 스위스의 부유층 자산 동향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한 이번 보고서는 또한 전 세계 절반 이상이 부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순수익이 고작 4천400달러에 불과한 엄청난 수의 극빈층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주 옥스팜(Oxfam Australia)의 헬렌 조크(Helen Szoke) 대표는 “전 세계가 탈세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주는 미적지근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녀는 “호주의 다국적 기업들도 기업 순익과 회사를 운영하는 국가에 지불한 납세액을 공개해야 한다”면서 “보건, 학교, 기타 다른 주요 공공 서비스 투자를 위해서라도 조세 회피처로 인해 수십억 달러의 손실 세금을 복구하는 법안 마련에 정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주의 경우 기업의 조세 회피에 대한 상원 청문회 보고서는 다음 달 말 발표될 전망이다. 호주 국세청(Australia Taxation Office) 자료에 따르면 애플(Apple), 구글(Google) 등의 하이테크 기업은 호주에서 단 한푼도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포브스’에 따르면 전 세계 최고 부자로 꼽히는 소프트웨어 업계 거물 빌 게이츠(Bill Gates), 멕시코 통신 재벌 카를로스 슬림 헬루(Carlos Slim Helu), 투자의 귀재하는 워렌 버핏(Warren Buffett) 등 최상위 3명의 순자산만 2천300억 달러에 달한다.
베이징대학교(Peking University) 연구진에 따르면 중국은 상위 1%의 부유층이 중국 전체 부의 3분의 1을 보유하고 있으며, 영국의 경우 최근 한 보고서는 영국 상위 10%의 부유층이 국가 전체 개인자산의 절반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들로 인해 주택가격 상승이 주도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은 지난 수십 년 사이 확대된 소득 불균형은 우리 시대의 새로운 도전이며 국가 경제 시스템을 통해 소득이 부유층에서 저소득층으로 이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부유층과 빈곤층 간의 소득격차 확산을 심각하게 경고한 바 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