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건국기념일인 ‘Australia Day’는 호주 국가 형성의 시작을 기념하면서 전 세계 소수민족 이민자로 구성된 호주인들이 하나의 국가를 지향해 나가자는 이념을 담고 있다.
공식 기구인 ‘Australia Day Council’, 다양한 행사 주관
호주 건국기념일로 불리는 ‘Australia Day’(1월26일)는 호주 최대 국경일로, 호주 국가 형성의 시작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에 따라 정부 산하의 ‘Australia Day Council’은 다양한 기념행사를 개최함으로써 호주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고취시키며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다양한 이민자 그룹이 하나의 이념을 갖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1월26일은 1778년 아서 필립(Arthur Phillip) 선장이 11척의 죄수선을 이끌고 시드니 코브(Sydney Cove)에 도착, 대영제국의 유니언 잭을 게양한 뒤 영국의 식민지로 선포한 날이다.
물론 이전에도 호주에 발을 디딘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역사학자들은 호주 대륙에 외부인의 발길이 들어오기 시작한 때를 1600년대 초로 보고 있다. 당시 아시아 진출을 기도해 온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탐험가들의 호주 대륙 발견이 종종 보고되었으나 삭막한 서북부 해안지역 탐사에 그쳐 관심을 끌지 못했다. 또한 그에 앞서 명나라 환관 출신의 해군 제독인 정화가 탐사선을 이끌고 호주 서부 해안 지역을 탐험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1770년 4월, 영국 해군의 제임스 쿡 선장이 현 시드니 일원인 보타니 베이(Botany Bay)에 도착한 것을 백인 정착의 기원으로 꼽는다. 당시 쿡 선장은 보타니 베이 일대가 자신의 고향인 사우스 웨일즈(South Wales)와 유사하다 하여 ‘New South Wales’라 명명했다.
이즈음, 영국은 미국의 독립으로 새로운 죄수 유배지가 필요하게 되었고, 제임스 쿡 선장이 발견한 ‘뉴 사우스 웨일즈’가 새로운 죄수 유배지로 떠오르게 된다.
그리고 8년 뒤인 1788년 1월3일, 아서 필립은 11척의 함대에 800여명의 죄수와 600여명의 해군, 병사와 가족을 태우고 보타니 베이에 도착한다. 그리고 개발상의 유리함을 들어 2주에 걸친 시드니 항 상륙작전을 펼쳐 1월26일 Sydney Cove에 올라 영국기를 게양하고 식민지로 선포함은 물론 자신이 초대 총독으로 취임한다.
오늘날 호주 건국기념일로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벌이는 ‘Australia Day’는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그런 한편 수만 년 동안 외부의 침략을 받지 않고 독자적인 생활을 해 오던 호주 원주민(Aboriginal) 입장에서는 백인들의 침략이 시작되면서 자기네 땅을 빼앗긴 치욕의 날로 기억한다.
필립 선장의 입항 이후 현재의 록스(Rocks) 지역에 정착촌을 건설한 초기 백인들은 목축업 등으로 호주의 경제적 가치를 발굴해 나갔고, 이것이 인정되면서 영국은 호주 대륙을 죄수 유배지에서 식민지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이에 따라 초기 정착민들은 호주 대륙에 대한 본격적인 탐험을 시작하며, 수십 년간 이어진 탐험으로 호바트(Hobart. 1803년), 브리즈번(Brisbane. 1824년), 퍼스(Perth. 1829ss), 멜번(Melbourne. 1835년), 애들레이드(Adelaide. 1836년)에 정착지가 마련된다. 이후 이들 각 지역은 영국의 6개 식민지가 됨은 물론, NSW(New South Wales), 타스마니아(Tasmania), 퀸즐랜드(Queensland), 서부 호주(Western Australia), 빅토리아(Victoria), 남부 호주(South Australia) 등 6개 주의 수도로 발전한다.
1850년대 이르러 NSW를 시작으로 빅토리아 주 일대에서 금광이 발견되고 채굴이 시작되면서 수많은 자유 이민자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이에 영국 왕실은 현재 각 주(state)가 된 지역마다 자치 정부를 허용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 6개 자치정부는 오랜 협상 끝에 연방 결성에 합의하고 마침내 1901년 1월1일 호주는 연방정부를 수립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호주 연방 정부가 수립된 1월1일을 호주 건국기념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지만 ‘Australia Day’는 확고한 호주 건국기념일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 ‘Australia’ 국명 유래는...
탐험가 매튜 플린더스, 호주 대륙 일주 후 처음 사용
오스트레일리아(Australia)라는 국명은 본래 라틴어로 ‘남쪽의’라는 뜻이다.
호주 대륙이 발견되기 오래 전부터 유럽에서는 ‘테라 오스트랄라스 인코그니타’(Terra Australas Incognita. ‘미지의 남쪽 대륙’이라는 의미)가 있다는 전설이 떠돌았다고 한다.
이 전설은 유럽 탐험가들의 시선을 끌었으며, 이후 ‘오스트레일리아’라는 이름이 널리 쓰이게 된 것은 탐험가인 매튜 플린더스(Matthew Flinders)가 1802년 호주 대륙을 일주한 후 ‘테라 오스트랄리스로의 항해’라는 책을 쓴 이후이다. 그는 이 책에서 ‘Australia’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했고, 이후 호주 총독으로 온 라클란 매콰리(Lachlan Macquarie)가 1817년 이 용어를 공식 문서에 사용하면서 이를 국명으로 채택할 것을 제안했다고 전한다.
이어 1824년 영국 해군성이 이 대륙의 공식 명칭을 ‘Australia'로 하는 것에 동의, 지금의 호주 국명이 탄생하게 됐다.
■ ‘Australia Day’ 형성 Timeline
1788- 아서 필립(Arthur Phillip) 선장이 시드니 코브(Sydney Cove)에 유니억 잭 게양, 호주 동해안 지역의 영국 주권 선포.
1808- 처음으로 ‘1월26일’ 기념 행사 개최
1817- 매콰리 총독(Governor Macquarie), 이 때까지 뉴 홀랜드(New Holland)로 불리던 이 대륙의 명칭을 'Australia‘로 부를 것을 제안.
1818- 매콰리 총독(Governor Macquarie), 백인 정착 30주년을 기해 1월26일 공식 기념행사 개최
1836- 시드니 하버(Sydney Harbour)에서 처음으로 보트 경주가 열림. 오늘날 ‘Australia Day’에 열리는 ‘Australia Day Regatta’의 시작으로, 전 세게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보트 레이스임.
1838- 초대 총독인 필립(Phillip)의 착륙 50주년을 기해 1월26일을 New South Wales의 공식 공휴일로 지정
1871- 호주에서 태어난 세대가 중심이 되어 ‘Australian Natives Association’을 결성하고 연방제 기틀을 위하 작업에 착수함은 물론 호주 시민권(Citizenship) 수여 행사 시작.
1888- 호주 정착 100주년을 기해 현 시드니 동부 센테니얼 공원(Centennial Park)을 공공 공원으로 일반에 개방.
1901- 호주 6개 식민지가 연합, 호주 연방정부 구성
1931- 빅토리아(Victoria) 주에서 1월26일을 ‘Australia Day’로 채택
1932- NSW 주에서 1월26일을 ‘Australia Day’로 선포
1933- NSW 주에서 1월26일을 ‘Anniversary Day’로 변경
1935- NSW 주를 제외한 모든 주와 테러토리(Territory)에서 1월26일을 ‘Australia Day’로 채택
1938- 백인 정착 150주년을 기해 모든 주와 테러토리에서 1월26일 기념행사 개최
1946- NSW 주에서 ‘Anniversary Day’라는 명칭을 폐지하고 ‘Australia Day’로 국가 건국기념 행사 개최
1949- 시민권 수여 행사가 ‘Australia Day’ 기념 행사의 일부분으로 공식 채택
1960- 처음으로 ‘Australian of the Year’가 제정. 첫 수상자로 맥팔레인 버넷 경(Sir Macfarlane Burnet)이 선정
1968- 라이오넬 로즈(Lionel Rose)가 호주 원주민으로 최초의 ‘Australian of the Year’ 수상자가 됨
1979- ‘National Australia Day Council’이 결성, 건국기념 행사를 주관
1981- ‘NSW Bicentennial Council’의 한 파트로 ‘Australia Day Council of NSW’가 결성, 운영됨
1984- 호주 국가(national anthem)로 불려지던 ‘God Save the Queen’ 대신 ‘Advance Australia Fair’가 호주 공식 국가(國歌)로 지정됨
1988- 백인 정착 200주년 기념(Bicentennial celebrations) 및 호주 전역이 공휴일로 지정되어 이 날을 기념함. 한편 호주 원주민들은 1월26일을 ‘침략의 날’(Invasion Day)로 규정, 가장 대규모의 항의 시위를 벌임.
1992- 현 라 퍼루즈(La Perouse)에서 처음으로 ‘Inaugural Survival concert’가 열렸으며, 오늘날까지 연례 행사로 자리잡음
1994- 모든 주와 테러토리에서 동시에 기념 행사가 처음 개최
2013- 1월26일 호주 국기와 원주민 공식 기가 시드니 하버 브릿지에 처음으로 동시 게양됨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