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공주’ ‘유신공주’ ‘말이 안통하네트’ ‘발끈해’ ‘무능혜’ 등 수많은 별명에 이어, 주요한 사안마다 상상을 초월한 내용과 자기 일을 남 말하듯 하는 유체이탈화법으로 국민들을 혼란케 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화법이 2016 병신년 새해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엔 우주, 혼, 기운, 진실한 사람 등 탈정치적 단어들을 문법을 초월한 화법으로 언급해 급기야는 페이스북에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표방한 ‘박근혜 번역기’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세 살짜리 아들 말은 알아 듣겠는데, 박 대통령 말은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해서 생겨난 웃지못할 해프닝이다.
그런데 이제는 한술 더 떠 국적불명의 신조어까지 만들어 사용하고 있어, 번역기로도 해석이 불가할 지경이다.
지난 18일 판교 테크노벨리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열린 ‘벤처기업인들과의 대화’에서 박 대통령은 ‘창가문답’론을 제시했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우문현답’에 이어 ‘창조경제의 가능성은 문화에 답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 위해 직접 만들었다는 신조어다. 다행히 친절하게 해석해 주어 번역기까지 가동되지는 않았지만,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즐겨 사용되는 왜곡된 줄임말을 대통령까지 나서 신조어로 양산해 내는 실태를 어떻게 보아야할지. 국어학자들로서도 참 난감하게 생겼다.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기 위한 대통령의 언어유희에 참석자들은 큰웃음으로 화답할 지 모르겠지만 ‘헬조선 시대를 살아가는 작금의 대한민국에 NO답이 답'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냉소만이 나올 뿐이다.
이같은 박 대통령의 수많은 별명과 비호의적 반응의 핵심 키워드는 ‘불통(不通)’이다.
‘제발 소통 좀 해달라’는 국민들의 절규에도 꼭꼭 귀를 걸어 닫고, 오히려 힘차게 역주행하고 있는 모습에 아연실색하게 한다.
대다수의 국민들과 역사학계, 심지어 보수언론마저 반대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이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면죄부를 준 행위는 21세기를 사는 대한민국에서 불통공화국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소통’은 어디서든 자기가 처한 입장에서 마음과 감정이 통하는 것이다. 우리는 소통의 달인 대통령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단지 격에 맞는 표현과 공감의 언어를 사용하고, 국가적 위기 때마다 해외순방으로 인한 부재라는 뉴스 헤드라인 대신에 국민과 함께 아픔을 나누고 진정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대통령의 열린 가슴이, 힘없고 우매한 백성들의 닫힌 마음을 여는 단 하나의 열쇠다.
불안한 정국, 혼탁한 시절을 벗어나, 2016년 대한민국 땅에 페퍼민트 한 방울 툭 떨어트린 것처럼 속마음이 시원하게 뚫리는 소통의 시대가 열려지기를 간절히 고대해 본다.
【한위클리 편집부/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