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황룡 칼럼니스트
이불을 끌어당기다 눈에 들어온 선풍기가 잠을 깨우는군요. 문득, 정년이 지난 장년의 뒷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지난여름 소임을 다하느라 열심히도 돌아가던 날개가 멈춰 선 모습에서 왠지 쓸쓸한 가을을 느낍니다.
가을입니다. 지난 주말 아내와 서초동에 갔다가 다음날 내려오며 들렀던 산책길에 가을은 구절초(九節草) 환히 핀 길가에 완연했습니다. 함성 같던 여름은 뜨거운 감동을 남기고 가겠지만, 우리가 연대한 가을은 색깔만큼 고우리라 생각합니다.
무성하던 호박잎들도 이제 스러지고 개복숭아 나무엔 마치 호박이 열린 것 같습니다. 토종의 위엄을 간직한 모습에서 후덕하고 넉넉한 가을을 봅니다. 호기심으로 시작된 올해의 자연 공부는 두 포기 심었던 야콘을 캐며 마무리합니다.
가을에 기원합니다. 우리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있는 이타적 인간에게 용기를, 오로지 자신들의 안위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인간들에게는 감기를 주시길 기원합니다. 이 가을엔 참으로 사랑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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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엉겅퀴
곤드레 나물밥은 부드럽고 그 향이 더해지면 나물밥으로는 거의 으뜸이라 할 수 있다. 봄에 새순이 나오고 바람불면 흔들리는 모습이 술 취한 듯 하다고 곤드레라 했다는데 좀 억지스럽다. 본명은 고려엉겅퀴, 고려가시나물이라고 한다.
올해 새순이 나오기만 하면 여러 차례 뜯어 곤드레 밥을 맛있게 해먹었다. 곧 서리가 내리게 되니 농장 가을 정리를 하다가 내년 봄 밭을 갈아엎으면 곤드레 나물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호두나무 근처 호박넝쿨을 걷어 정리한 곳으로 이식(移植)했다.
엉겅퀴 가시꽃도 꽃이라고 벌들이 분주히 부닐더니 파옮기는데 만만치 않게 저항하며 난리를 친다. 마치 검찰이 즈덜 권력과 밥그릇 쭈그러질까봐 온갖 꼼수와 억지쓰며 발악하듯 한다. 개무시하고 파 옮겼더니 꽃 가는 데로 따라와 적응하고 또 부닐며 요란하다. 환경을 바꾸기가 힘겹지 바뀌면 또 적응하기 마련이다.
옮겨진 곳에서 겨울 잘 나고 봄이 오면 싱싱한 곤드레로 또 나물밥을 먹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룡의 횡설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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