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꼭 정의 얻고 싶다”

필리핀 ‘위안부’ 피해 할머니 수요시위 첫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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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서울 창간 25주년을 기념하여 기획한 필리핀 ‘위안부’ 피해 할머니(Lola) 한국 수요집회 참석 행사가 중부루손문화원(원장 김기영)의 후원을 지난 11월18일부터 20일까지 2박3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됐다.

갑작스런 수은주 하락으로 18일 저녁 인천공항에 도착한 할머니들은 추운 날씨에도 한국방문이 설레이고 기쁘다고 한국을 방문한 소감을 전하면서, 한국에 도착하자 마자 자신들의 소식이 한국에서 뉴스로 보도되는 것을 보고 신기해 하기도 했다.

이번 한국 방문에는 나르시사 클라베리아(89)와 에스텔리타 디(90) 할머니, 필리핀 위안부 단체의 Lila Pilipinas의 샤론 대표와 위안부 후손인 나니타가 함께 동행했다.

19일 오전 영하 2도로 떨어진 서울의 첫날 할머니들은 92세 생신을 맞이하는 길원옥 할머니의 초청을 받아 정의기억연대가 주최한 생일 행사에 참석했다.

두 할머니는 92세의 생신을 맞은 길원옥 할머니에게 필리핀에서 준비해간 선물을 증정했다. 할머니들이 준비한 선물 중 필리핀 특산물로 만든 모자는 할머니가 수요집회에 참석할 때 사용하기를 바랬으며, 모빌은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필리핀의 할머니들을 기억해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길원옥 할머니는 1928년 10월 평안북도 회전에서 태어난 뒤 평양으로 이사하여 13세였던 겨울 아버지가 도둑의 물건을 샀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게 되어, 그 벌금을 벌기 위해 중국 만주 하얼빈으로 갔으나 그곳은 일터가 아니 위안소로 힘든 여정을 사시며, 1998년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로 등록하여, 2004년부터 정대협 쉼터인 ‘평화의 우리의 집’에서 거주하고 있다.

길원옥 할머니는 필리핀 할머니들의 선물을 받고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지”라며 말씀하시고 감사하고 고맙다고 감사인사를 전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필리핀 할머니들은 오후 일정으로 한국의 전통시장을 보고싶다고 하여 ‘광장시장’을 방문하여, 한국의 음식과 시장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추운 날씨로 인해 일정을 마무리하며 수요집회 참석을 준비했다.

필리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 첫 참석에 대한 기사로 인해 제1414차 수요집회에는 평소보다 많은 한국의 메이저 방송과 신문사들이 뜨거운 취재 열기를 보이는 가운데 12시에 이용수 할머니가 기다리는 수요집회 현장에 도착하여 수요집회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로부터 환영의 받으면서 입장했다.

20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주최로 열린 제1414차 정기 수요시위에는 영상 3도에 이르는 쌀쌀한 날씨에 정의기억연대에서 준비한 패딩 점퍼에 방한 모자, 두툼한 목도리와 장갑까지 온몸을 가리고 자리에 앉았다.

오랜만에 대구에서 올라와 수요집회에 참석한 일본군 ‘위안부’ 한국인 피해자 이용수(91) 할머니가 이들을 맞이했고, 세 할머니는 나란히 앉아 일본 정부를 성토하며 성노예제 문제 해결과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클라베리아 할머니는 지난 8월14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 대통령 궁 주변에서 열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에서 “13∼14살 때 필리핀 북부 아브라주에 있는 일본군 주둔지에 끌려가 3개월 동안 성 노예 생활을 했다”고 증언하면서 “당시 우리는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었고, 일본군은 너무나 잔혹했다”고 말했다. 디 할머니도 같은 자리에서 “14살 때 일본군을 피해 도망치다 잡혀 3주간 성 노예 생활을 했으며, 낮에는 청소와 빨래를 하였고 밤에는 매일 두 명 이상의 일본군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필리핀 정부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2∼1945년 수천 명의 필리핀 여성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10여 명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수요시위에서도 클라베리아 할머니는 마이크를 잡고 “지금까지도 일본이 무슨 사과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죽기 전에 꼭 정의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클라베리아 할머니는 이어 “한국에 와서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 필리핀에는 우리 편이 없었는데 응원해줘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용수 할머니는 이에 호응해 “내가 원하는 건 (‘위안부’ 피해의 역사가) 유네스코에 등재되는 것인데 일본이 왜곡하고 방해하고 있다”며 “커가는 사람들이 역사를 알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일본이 유네스코 등재에 협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샤론 실바 Lila Pilipina 대표는 “필리핀에서는 할머니들이 겪는 어려움이 한국보다 더 크다”며 “필리핀의 경우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에 의해 나뉘어 있고 일본도 주니어 파트너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치려 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다만 필리핀 피해자들도 정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 어떤 형태의 성범죄에 대해서도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며 “우리를 위해서가 아닌, 지금 세상을 사는 젊은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위 참가자들은 일본 정부에 일본군 성노예제 범죄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경과보고에 나선 윤미향 정의연대 이사장은 “일본 정부가 사죄하고 범죄를 인정하고 법적으로 공식 사죄와 배상을 이뤄낼 때 우리에게 해방이 오는 것이고 전쟁이 끝나는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할 일은 꼼수가 아닌 범죄를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무릎 꿇고 공식 사과하고 법적 배상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릉 사천초등학교에서 올라온 최애진 학생은 “꾸준한 학습과 조사를 통해 수요집회에 오게 됐다”며 “조사하는 순간에도 억울했고 분이 머리끝까지 차올랐다”고 말했다.
 

아울러 “초등학생이지만 제대로 알고 힘을 보탠다면 피해 할머니들의 마음도 따뜻해지지 않을까 싶다”며 “이젠 서울 생각하면 롯데월드보다 수요집회가 생각날 것 같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지내 달라”고 덧붙였다.

추운 날씨에도 수요집회에 참석한 참가자들은 ‘1414번째 외침, 언제까지 외면할 것입니까’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진실은 언제나 밝혀지고 언제나 승리한다’ 등의 피켓을 들고 “일본정부는 위안부 범죄가 성범죄임을 인정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필리핀 할머니들은 돌아오는 항공편에서 한국 국민들이 위안부를 위해 후원하고 집회를 통해 일본정부에 사과를 요구하는 것을 보고 필리핀에서도 하루빨리 위안부 관련문제들이 공론화가되어 일본정부로부터 사과와 배상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이번 일정을 후원해준 중부루손문화원 김기영 원장, 한국 일정에 차량을 제공해 준 박덕수 대표,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차량 운전을 해준 김영환 과장, 할머니 일정을 위해 통역을 해 준 머시 하체로, 마지막 날 할머니들을 위해 공항에서 저녁식사를 제공해 준 세계한인언론인협회 여익환 사무총장과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이사장과 식구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필리핀은 2차세계대전 당시 일제식민지 시대인 1942년부터 1945년까지 수 천명의 필리핀 여성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되었으며, 1992년 헨슨 할머니가 자신의 ‘위안부(자서전, Comfort Woman; Slave of Destiny, 1996)’ 경험을 최초로 대중 앞에서 증언하면서, 170여명이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렸으며, 현재에는 십 여명만 생존해 있다.

필리핀에는 지난 2017년 중국계 필리핀 사업가가 만든 뚤라이 재단이 위안부 동상을 제작하여 마닐라 베이 산책로에 세워졌으나, 소녀상에 건립에 반대했던 일본 정부가 장관급 특사를 파견 두테르테 대통령을 면담하는 등, 소녀상 철거를 강력하게 항의하자, 2018년 4월27일 세워진 지 4개월만에 불도저를 동원 동상을 철거했다.

철거된 소녀상은 1년여동안 조각가 개인 창고에 보관하였으나 최근 도난당한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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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서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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