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상에서 발생하는 치명적인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 가운데 졸음운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를 감시하는 대책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구진들은 기술적 해결 방안을 찾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하고는 있지만, 무엇보다 운전자 스스로 이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졸음운전 위험을 알리는 도로 경고판. 사진: Aussie Round
휴가철, 장거리 자동차 여행의 최대 위험요소는 ‘졸음운전’
‘wandering’-갑작스런 속도 저하 등 운전자 피로 알리는 6가지 신호는...
도로 상의 가장 큰 살인마는 운전자의 졸음(sleepiness) 운전이다. 호주 도로상에서 벌어지는 치명적 충돌사고 가운데 20~30%는 피곤한 운전자 때문에 발생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NSW 도로안전연구원(NSW Centre for Road Safety)에 따르면 지난 2013년에서 2017년 사이 NSW 주에서는 음주운전자로 인한 사고에 비해 졸음운전에 따른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더 많았다. 또한 과속이나 운전부주의(driver distraction)로 인한 사고사망자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를 보인다.
특히 지적되는 것은 운전자의 피로에 의해 발생된 충돌사고의 경우, 목숨을 잃을 정도로 치명적일 가능성이 다른 요인에 의한 사고에 비해 두 배나 높다는 점이다. 피곤에 못 이겨 졸음운전을 하게 되면 제동장치를 사용할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운전자 없이 스스로 달리는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시범 운행 소식이 간간이 들리곤 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도로 상에 나타나기까지는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것이 현실화되기까지 정책을 입안하는 이들은 여전히 운전자의 졸음운전 위험에 대비하는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 2008년 9월, 호주 교통위원회(National Transport Commission)는 NSW-퀸즐랜드-빅토리아-남부호주 주에서 졸음운전에 가장 취약한 장거리 물류운송 차량 운전자에게 해당되는 ‘대형트럭 운전자 피로 운전 금지법’(Heavy Vehicle Driver Fatigue Legislation)을 도입했다. 이 규정에는 대형트럭 운전자의 의무적인 휴식기간이 정해져 있으며, 3년간의 휴식에 대한 기록을 보관해야 한다. 대형트럭 운전자가 피곤한 상태에서 운전하는 행위를 차단하겠다는 의도이다.
하지만 일반인 자동차 운전자에게 같은 내용의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음주운전이 불법화된 이후 수십 년 동안, 이로 인한 도로상에서의 교통사고 사망률은 크게 줄었다. 당국의 적극적인 음주운전 캠페인과 음주 테스트 단속 덕분이다. 하지만 졸음 테스트는 어려움이 있고, 이에 따라 피곤한 상태에서의 운전을 막으려는 노력은 효과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 졸음운전과 관련된 데이터는 △도로 상에서의 모든 자동차 충돌사고의 30%가 졸음운전자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 △피곤한 상태에서의 운전은 0.05%의 혈중 알코올 농도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위험성이 있다는 것, △야간 교대작업자 또는 장거리 운행 트럭 운전자들에게서 졸음운전 가능성이 높다는 것 등이다. 피로운전, 즉 수면부족 상태에서의 자동차 운전이 음주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위험이 있다는 게 입증된 상황에서 졸음운전은 특히 문제가 된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17~19시간 계속 깨어 있었던 상태에서 운전을 하는 이들은 혈중 알코올 농도 0.05% 상태의 사람들에 비해 운전 능력이 더 떨어졌다. 21시간 연속 깨어 있던 상태에서 운전을 하는 경우에는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5%에 달할 만큼 많은 양의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을 하는 것과 같다. 야간 업무를 마친 후 운전을 하는 이들 또한 사고위험이 높다.
이처럼 치명적 교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졸음운전 방지를 위해 각 주 정부는 공공교육 및 캠페인에 주력하고 있으며, 또한 연구원들은 기계적 장치를 이용해 운전자의 졸음상태 감지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연구원들은 운전자의 눈꺼풀 움직임을 추적하고 눈을 얼마나 자주 깜박거리는지를 확인해 피곤상태를 측정하는 안경을 만들고자 노력해 왔다.
2000년에서 2010년 사이의 도로교통 사고 통계는 모든 연령층에서 사고 비율이 감소해 왔음을 보여준다.
Source: The National Road Safety Strategy 2011- 2020
이런 가운데 근래 이루어진 한 연구 결과가 눈길을 끈다. 연구진은 올해 ‘야근 근무를 마친 작업자의 아침 운전시 졸음운전 예측’이라는 연구에서 ‘차량 모니터링 시스템’을 이용해 운전자들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시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운전자의 운전능력 저하 감지와 눈꺼풀 측정 지표가 ‘졸음운전 상태’라고 판단해야 하는 강력한 신호임을 확인했다.
이 연구 결과는 졸음운전 상태에 대한 예측 모델을 구축하여 운전자의 피곤 상태를 평가하며, 궁극적으로 운전자에게 경고를 하는 기능 개발에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연구에 참여한 한 연구원은 “졸음이 밀려와 눈을 뜨기 어려워지면 대개의 운전자들은 차창 유리를 내리거나 라디오의 볼륨을 키우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실제로 자신이 졸리고 운전에 장애를 느끼기 시작했다는 징후이지만 운전자들은 보통 이를 무시함으로써 자신의 상태를 충돌사고로 이어지는 심각한 위험으로 여기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이 다양한 상태의 운전자 모니터를 통해 확인한 졸음운전 상태의 여섯 가지 공통적인 사항은 △운전 중 한 차선에서 똑바로 달리지 못하고 이리저리 비틀대며(wandering) 차선을 넘나들고, △운행 속도 변화가 심하고 특히 이유 없이 속도가 줄어드는 상태,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눈을 뜨기가 어려우며, △운전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반응시간이 길어지고, △안절부절 못한 모습이 보이며, △지속적으로 하품을 한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장거리 운전시 2시간 마다 휴식을 취하고, △졸음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에 주의하며, △몸의 피로 신호에 즉각 반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지환 객원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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