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자살자 4만7천명 이상… 퇴역군인, 하루 20명 자살
(올랜도=코리아위클리) 박윤숙 기자 =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12일 현재 열 자리인 자살 예방 상담 번호를 세 자리로 줄이기로 했다. 새 전화번호는 988이다. 응급 전화번호인 911처럼 외우기 쉽고 빨리 걸 수 있게 하려는 조치다.
아지트 파이 FCC 위원장은 재향군인 중에 자살하는 사람이 하루 20명에 달한다며 자살 상담 번호 단순화는 판을 뒤흔드는 조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미국인들의 자살률이 크게 오른 것도 FCC가 이같은 조치를 위한 이유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미국 내 절반 이상의 주에서 30% 이상 자살률이 올라갔다. 또 1999년부터 2016년 사이 네바다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자살률이 오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17년에는 자살로 인한 사망자가 4만7천 명에 달했고,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140만 명이 넘었다. 현재 자살은 미국인들의 사망 원인 10위에 올라 있다.
FCC는 각 통신사에 앞으로 18개월 이내에 988 번호를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FCC 조처는 지난해 연방 의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된 데 따른 것으로, FCC에 자살 예방 상담 번호를 세 자리로 줄이는 방안을 연구하라는 내용의 법안이었다. FCC는 지난 8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세 자리 번호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이라고 밝혔었다.
FCC는 자살 상담 번호 988이 외우기 쉽고 빨리 전화를 걸 수 있다는 점 외에 911 비상 대응팀의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보고 있다. 긴급 상황이 아닌데 구급차나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를 막고, 911 신고량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응급 전화 상담원들은 자살 예방 전문가가 아니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수 있는데, 핫라인 상담원들과 바로 연결되면 자살 유혹에 빠진 사람들이 마음을 돌릴 확률이 높아진다.
현재 자살 예방 상담 전화는 연방 보건후생부 산하 마약남용정신보건서비스국(SAMHSA)의 지원을 받아 미 전역의 160여 개 위기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한 해 총 220만 건에 달하는 상담 전화를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세 자리 번호 988을 통해서는 주요 통신 수단인 문자로 주고받을 수 없어 젊은이들의 자살 예방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